어차피 대행사는 SBS플러스?…대형행사 경험 전무 불구 최고점 ‘사전 내정설’ 솔솔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사전 포스터.
페스티벌은 K-pop 공연과 한류스타 팬 미팅 등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체험 전시와 박람회 등도 함께 열려 기존 한류콘텐츠와는 차별화된 요소를 제공하게 된다. 여기에다 시민 참여와 지역 문화를 곁들여 부산 전역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도시축제’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부산시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가수 정용화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이런 부산시의 원대하고 야심찬 복안에도 불구하고 페스티벌은 이미 준비단계에서 논란 속으로 접어들고 말았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부산시로서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부산관광공사 산하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사업단은 행사 전체를 기획하고 운영할 대행사로 <국제신문>과 기획사 더와이즈가 함께 참여하는 SBS플러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SBS플러스 컨소시엄의 지분율은 SBS플러스 65%, 더 와이즈가 20%, <국제신문>이 15%다.
페스티벌의 입찰에는 문화방송, KBS아트비전, SBS플러스, CJ E&M, 대홍기획 등 다섯 곳이 대표사업자로 응모했다. 문화방송은 SK플래닛, KBS아트비전은 이노션, CJ E&M은 (주)한컴, 대홍기획은 KBS미디어와 각각 공동수급을 맺으면서 참여했다.
입찰 참가자격은 최근 3년 이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또는 민간에서 발주한 단일 건 10억 원 이상의 유사행사 대행실적이 있는 관련업체로 제한했다. 평가는 정성적 평가 70점, 정량적 평가 20점(+3), 그리고 가격 평가 10점으로 이뤄졌다.
지난 2월 29일 이뤄진 입찰 심사 결과 예상을 뒤엎고 89.63점을 받은 SBS플러스가 우선사업협상자로 선정됐다. 문화방송은 83.47, CJ E&M은 82.04, KBS아트비전은 81.67, 대홍기획은 81.50을 각각 받았다.
입찰이 SBS플러스 선정으로 막을 내리자 석연치가 않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SBS플러스가 그동안 국가나 지자체의 행사 입찰에는 거의 참여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국가·지자체의 행사 입찰에 경험이 없을 경우 사업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게 통상적인 관례다. 하지만 SBS플러스는 웬일인지 문화방송, CJ E&M, 대홍기획 등 그동안 다양한 국가·지자체 행사를 진행해 온 업체들보다 파격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70점 만점의 내용 발표에서 대홍기획, 문화방송, CJ E&M, KBS 아트비전이 53.5점에서 51점까지 1~2점 차이의 고른 분포를 보이는 반면, 경험이 거의 없는 SBS플러스는 2위와 무려 6점이나 차이가 나는 59.5점을 받았다.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정용화.
사업실적과 구성원 수행능력을 따지는 23(20+3)점 만점의 정량적 평가에서는 의혹이 더욱 커진다. 해당 평가에서는 입찰 참여업체의 전언과 입찰을 주최한 부산관광공사 측의 말이 서로 확연히 다르다. 특히 주최 측이 정량적 평가와 관련해 기자에게 보내온 자료의 진위 여부도 의심스럽다.
입찰에 참여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다양한 국가 행사에서 만점을 받아왔던 대홍기획, 문화방송, CJ E&M, KBS아트비전은 20.9에서 19.4까지 3.6점까지 깎인 반면, 그동안 행사 참여가 거의 없었던 SBS플러스는 21.73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에 반해 부산관광공사 측은 정량적 평가에서 입찰에 참여한 다섯 업체에 모두 23점 만점을 줬다고 하고 있다. 부산관광공사 산하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사업단 안수훈 팀장은 “정량적 평가에서는 참여업체에 모두 똑같이 만점을 줬다”고 말했다.
정량적 평가에 대한 의혹은 서로 말이 다른 것에 그치지 않았다. 주최 측은 당초 정량적 평가에 대한 자료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기자가 관련 자료를 거듭 요구하자 업체마다 각 세부항목별로 모두 똑같이 점수가 매겨진 간단한 자료를 하나 보내왔다.
해당 자료는 진위 여부를 떠나 논란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가 진짜라고 해도 평가가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이뤄졌다면 정량적 평가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셈이고, 가짜라면 더욱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혹은 가격평가에서 방점을 찍는다. 조달청 공시자료에 따르면 SBS플러스는 가격을 예정가의 95%로 적어내 8.39점을 받았다. 이 평가에서 문화방송은 9.98, CJ E&M는 9.15, KBS아트비전은 9.76, 대홍기획은 9.64를 받았다. SBS플러스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예상가의 80~85%를 적어냈다.
지역의 모 행사 관련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행사 입찰은 1~2점에서 당락이 결정된다”면서 “감점을 감수하고도 예상가의 90% 이상을 적어낸다는 것은 사전 내락이나 담합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동수급자로 알려진 기획사 ‘더 와이즈’와 <국제신문> 역시 그동안 행사와 관련해선 뚜렷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던 곳이어서 의혹 증폭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국제신문>의 참여를 염두에 두고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지역 언론사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주최 측의 투명하지 못한 태도도 이러한 의혹의 불씨에 기름을 들이붓고 있다. 주최 측은 지난 1월 29일 공정성 의혹 해소를 위해 내용 발표를 마치는 즉시 점수 공개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찰 결과발표와 함께 해당 업체들이 손에 받아든 것은 전체 점수 공개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점수였다. 상호비교를 할 수 없도록 만든 사상 유례가 없는 비밀주의 조치였던 것이다.
논란이 일자 부산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부산시는 이러한 공정성 등에 대한 의혹제기를 비밀주의로 덮어버리려 하지 말고, 과감하게 내용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며 “밀실담합이 아닌 투명성만이 부실행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원아시아페스티벌을 성공으로 이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