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 데려오느라 진땀깨나 뺐다”
▲ 지난해 이집트와의 친선전에서 활약했던 정경호. | ||
초등학교 졸업 후 주문진중에 진학하자마자 정경호는 한 축구부 감독으로부터 매우 오랫동안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강릉상고(현 강릉제일고)감독인 정치수 현 강릉교육청 장학사가 정경호의 빠르고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에 매료된 것.
정 장학사는 그 이후 3년 동안 정경호가 뛰는 경기는 모조리 관찰했다고 한다. 부모님과도 자주 만나고 정경호에게 적지만 용돈도 주는 등 정경호를 강릉제일고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그러나 강릉제일고의 라이벌인 강릉농고가 정경호 영입 작전에 뛰어들었다. 강릉농고는 장학금 지급 등을 내세우며 부모님을 설득했고 급기야 부모님 마음은 강릉농고로 돌아섰다고 한다. 다급해진 정 장학사는 매일 강릉에서 삼척으로 승용차를 몰아야 했고 때로는 정경호 집에서 밤을 꼬박 세워가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결국 정경호의 어머니는 정 장학사의 정성에 감복, 아들을 강릉제일고로 보내야 했다.
정 장학사는 10여 년 전 당시의 기억을 절대 잊을 수 없단다. “설기현(현 울버햄튼)을 데려올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아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너무나 힘들게 데려와 지도했던 제자가 국가대표까지 되니 그저 자랑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이천수는 월드컵 후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로 진출했다. 그런데 사실 레알소시에다드가 먼저 호감을 보인 것은 정경호였다고 한다. 정경호의 에이전트이자 KBS SKY SPORTS 축구 해설 위원인 홍이삭씨는 “2003년 5월경 울산과 전남 경기를 본 레알소시에다드 관계자가 정경호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며 “그런데 울산이 먼저 이천수의 해외 진출을 추진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진척이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12월, 독일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을 때가 정경호한테는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한다. 컨디션도 좋았고, 더구나 2006년 월드컵 개최국인 축구 강국 독일과의 경기였기 때문에 내심 꼭 출전하고픈 욕심이 컸었다고.
아쉽게 독일 전차와의 대결 기회를 놓친 정경호는 이듬해 미국 전지훈련에서 폭발적인 활약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독일과의 평가전 멤버 탈락이 오히려 ‘보약’이 된 셈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