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은 계속됩니다 쭉~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강광배는 참 신기한 사람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종목, 잘 알려지지 않는 종목, 유난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 종목, 그리고 성적 내기 힘든 종목에 목숨 걸고 매달리는 것도 그렇고 삶을 도전의 연속으로 몰고 가는 용기가 여간 이색적인 게 아니다.
강광배는 원래 스키선수였다. 그러나 1994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장애5급 판정을 받고 운동을 포기하다가 누워서 발끝부터 트랙을 내려오는 루지라는 종목을 알게 된다. 당시 만난 스승이 오스트리아의 군테 램머르 코치였다. 그의 도움으로 루지를 배우고 짧은 시간 동안의 훈련 끝에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군테 램머르와의 인연 덕분에 오스트리아에서 유학 생활을 했어요. 루지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죠. 아니 사계절 눈이 내리는 나라에서 맘껏 훈련하는 게 소원이었어요. 그러다 유학생활 두 달 만에 또다시 무릎을 다쳤죠. 운동을 거의 포기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재활 과정에서 스켈레톤 선수로 활약 중인 마리오라는 선수를 알게 된 게 전환점이 되었어요. 서른일곱의 나이에 월드컵챔피언에 오른 실력파 선수였거든요. 그가 쓰던 스켈레톤과 장갑 등을 빌려서 연습하고 대회에 참가한 게 인연이 돼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강광배는 루지 선수로 뛰던 시절 우연히 캐나다에서 스켈레톤대회를 보았다고 한다. 스켈레톤은 루지와는 반대로 머리를 아래로 하고 썰매에 엎드려 1천2백~1천5백m의 얼음주로에서 평균 시속 125km로 내달리는 종목. 스포츠 중 가장 위험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당시 강광배의 눈에는 스켈레톤 선수가 ‘딴세상 사람들’이었다. 루지도 위험한데 머리를 밑으로 향해 내려오는 스켈레톤은 도저히 탈 생각도 자신도 없었던 것.
그런 상황에서 우연한 이끌림에 의해 스켈레톤 선수가 된 강광배로선 계속되는 ‘도전 정신’이 자신조차도 무모하다고 인식될 정도였다. 그러나 직접 스켈레톤을 타면서 세상에 이보다 더 스릴 만점의 스포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부상이 가장 걱정돼요. 얼음 주로를 내려오다 보면 온몸의 타박상은 기본이거든요. 가장 위험한 게 머리 부위죠. 머리를 밑으로 향하고 내려오니까. 그래서 한때 올림픽 종목에서 스켈레톤이 제외됐어요. 너무 위험하다고. 그래도 그런 걸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종목이기도 하죠.”
강광배는 오스트리아에서 유학 생활하면서 돈 때문에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루지, 스켈레톤도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봅슬레이는 장비 구입에만 6천만원이 들어갈 정도다.
“제일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종목이에요. 스키는 종일리프트권을 3만~4만원에 끊어 연습하면 되지만 봅슬레이나 스켈레톤은 50초나 1분 내려오는 연습을 하려고 한 번 탈 때마다 3만원을 내요. 5번 타면 15만원이잖아요. 그래서 봅슬레이를 귀족 스포츠라고 부르기도 해요.”
지금은 강원도청이나 봅슬레이연맹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유학 초기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훈련비를 충당해야 했다. 돈을 벌기보단 오히려 재투자를 해야 했기 때문에 강광배한테 지금까지 얼마의 돈을 벌었냐고 물어본다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스켈레톤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려고 해요. 후배들이 성장하고 있는 데다가 선천적으로 순발력이 떨어져 노력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봅슬레이에만 주력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네 살. 결혼도 미룬 노총각은 봅슬레이로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말을 남겼다. 아마도 강광배는 진짜 ‘한국판 쿨러닝’이 될 모양이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