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어긴 선수 감싸라는 얘기냐”
▲ 안종관 대표팀 감독은 박은선 입장만 담긴 보도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 ||
―박은선 선수가 중요한 대회에 뛰지 못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징계보다 박은선을 감싸 안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참 이해가 안 된다. 한국 여자 축구는 박은선 없으면 안 된다는 사고부터 내 스스로 인정할 수가 없다. 능력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규정을 어기고 스스로 대표팀에 합류하기를 포기한 선수다. 감독으로서도 지켜주는 한계가 있다.
―박은선은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선수를 탓하는 게 참 어렵다. 그래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는 의미에서 얘기하자면 은선이는 사실 대표 선수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일례로 은선이에게 외출, 외박을 주면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체중이 많이 빠져서 온다. 새벽까지 피시방 등에서 오랜 시간을 허비하는 등 개인적으로 몸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는데.
▲맞다. 은선이 휴대전화만 압수했다. 새벽 두세 시까지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에 도저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압수해도 일반전화나 다른 휴대폰으로 새벽까지 전화를 한다. 은선이는 목적이 없는 것 같다. 독방도 마음을 추스르라는 의미에서 은선이를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지도자들이 자신을 이상한 아이로 내몰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나는 지난 4월 청소년대회를 참관했다. 대표팀에 합류시킬 후보들을 찾으려는 목적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선수들과 함께 입국했다. 은선이는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하지만 내가 본 모습은 달랐다. 은선이는 귀국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환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족구도 했다.
―대표팀에 탈락한 P 선수가 인터넷에 대표팀의 선수 구성과 분위기를 질타하는 글을 올렸다.
▲P 선수와 함께 탈락한 선수가 현대제철 소속 선수다. 정말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다. 선수가 쓴 글에 대해서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나는 그 선수에 대해 끝까지 배려했다. 훈련 기간에 최종 명단을 발표하게 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혹시라도 사고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휴식 기간인 6월 30일 개인적으로 통보를 했다.
―대표팀에 현대제철 선수가 너무 많아 대표팀이 마치 현대팀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수 구성을 보면 일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기술위도 이 부분을 문제삼긴 했다. 나는 좋은 성적을 낼 수만 있다면 20명을 다 현대제철 선수로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제철 선수들 대부분은 지난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에 출전했던 선수들이다. 몇몇 선수들은 새로 합류한 것 같지만 대부분 대표팀에서 뛰다가 부상이 회복돼 합류한 선수들이다. 일정 기간 동안 목표를 이뤄내야 하는 감독이 나눠먹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다.
―박은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6개월 동안 충분히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박은선은 전 국민이 기대하는 선수다. 다시는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