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권 작가&큐레이터
이번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최병권 작가 겸 큐레이터는 “작가들이 ‘집’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주제 중의 하나이고, ‘집’(방)만큼 한 사회의 성격과 문화적 트렌드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물성도 드물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집은 또한 역사성과 세대 성의 의미가 있다. ‘로마사를 연구하는데 로마의 건축물 보다 구체적인 것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집의 흐름을 살펴보면 시대의 변화나 세기의 변천을 내다볼 수 있다. 사적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취향이나 가족의 관계성도 자신의 집에, 자기의 방에 온전히 투영될 수밖에 없다.
발레리 졸레조 (Valérie Gelézeau)는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저서에서 한국의 사회적 특성을 아파트라는 명사 한마디로 압축해 버렸다. 아파트는 동질성이 많은 주거단지다. 따라서 아파트는 심하게는 몰개성의 획일화된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아파트라는 우리의 주거지와 가족 관계가 변하고 있다. 혼자만의 주거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 집의 규모는 작아지고, 대규모단지 또한 작아지고 있다. 정보화시대에 축소된 주거문화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 거버넌스의 해체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정보화의 진전이 섞여지면서 개인보다 더 작은 픽셀 pixel 화 된 집(방)인 픽셀 주거와 가족이 출현하고 있다.2016년 빼앗긴 봄날에 자신의 ‘집’ 또는 방을 찾고자 하는 궁극의 시도와 장르가 다른 작가들 모여 심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복합예술모임 “아현동에서”에 속한 작가들이 그 주체이다. 서희(총괄기획), 고나연(한국화), 김병주(서양화), 김향신(서양화), 김세연(공예), 김남하(디자인), 박후정(디자인), 최병권(사진)이다. 이들은 2016년 우리 사회의 집을 사적인 각도에서, 사회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자연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색으로 집을 색칠하고 방을 꾸미고 있다.
먼저 전시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특색 있는 작가의 방을 연상케 하는 ‘사적인 집’이다. 당연하게 집은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자신의 방이 자신의 이상과 다르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낯설다’ 숨 막히는 경쟁 속에 자신의 집은 오히려 자신을 구속하는 또 다른 억압일 수 있다.
김남하_18일 눈동자_파스텔 포토샵 CG_72x120_2013
사적인 집의 마지막 방인 김세연 작가는 내 안의 나를 표현하는 ‘inside out’이라는 주제로 현실과 예술 (또 다른 꿈)이 이루기 힘든 또는 꿈을 꾸고 있는 또 다른 방(자아)을 공간화시켰다. 그곳은 지금의 내가 아닌 이상세계의 나를 만들기도 하는 방.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언지 즉 마음속에 자아가 원하는 모습을 대리 만족만으로도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온전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잔잔함을 관람객들의 느낌이 전해질 수 있는 전시를 꾸미고자 했다.
김세연_inside out_mixed media_가변사이즈_2014
박후정_나의 방_혼합재료 mixed media_297x420
그는 국가는 우리 시대에 청년들이 갖고 싶은 공간이나 살고 싶은 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집은 사회적인 능력과 포지션에 따라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 안에서 우린 충분히 행복하거나 위안을 받지 못한다. 이런 모습은 가정의 구조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이미 가족과 공유하지 못한 채 살고 있으며 붕괴 되어가는 가족 안에서 작아진 각자의 공간 안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청년의 죽음을 상징하는 주인공의 ‘해골’을 가지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캔버스에 보여주고 있다.
고나연_표적_혼합재료_25x25x1cm_2016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지닌 생각 도구가 현실과 상상의 사이에 존재하는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작가가 상상한, 무엇인가가 문자로는 형용이 되지 않는 현대인들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감동 그 이상을 바람이다.
최병권_16h&r1001_mixed media, pigment print_70x110cm_2016>
한편 사천왕은 세상 동서남북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최 작가는 그 수호신도 해답을 내놓을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주거문제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의 집들이 사천왕을 포위하고 있다. 집들에 포위되어 사천왕의 얼굴만 간신히 볼 수 있을 뿐이다. 최병권 작가는 이런 현상을 사진과 text로, 사진과 drawing, painting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와 함께 frame되는drawing과 painting은 작가가 직접 그려냈고, text는 고명석(경희대 객원교수)과 협업하는 개념적 미술을 선보이고자 했다.
김병주_Dots blue, yellow_먹,수채_각각137x70cm_2016
합수는 물의 흐름이 멈추는 곳이다. 김병주 작가는 ‘합수’를 자연의 집으로 보고 전시 제목으로 하였다. 언 강수면 위에 녹아 만들어진 얕은 물줄기가 얼음 위를 움직인다. 얼음이 깨져 물줄기는 강으로 섞인다. 섞여 살아가는 혹은 많은 구멍을 피해 움직이는, 그리 움직이다 깊은 강바닥을 떠도는 모든 이들, 그들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 강에선 물의 흐름이 멈추는 곳이 있다. 바로 그 이름이 합수머리다. 그는 이곳을 작품화 했다. 합수에서는 힘을 빼야만 가라앉지 않는다. 이렇게 모인 우리는 수많은 점들의 모습으로 가벼이 흩날릴 것이다. 작가는 관객이 본인 을 하나의 점으로 상상하고 이 고요한 공간(합수)에서 쉬길 바란다.
김향신_공존_mixed media_60x87cm
전통의 다양한 색감과 크기, 그리고 모양이 결합된 전통과 현 공존하는 자연스러운 어울림의 조각보를 통해 세상을 향한 소통의 방을 꾸며본다. 내면의 분출되는 자유의 갈망과 외부의 억압된 현대인들의 갈등을 함께 풀어가는 생각의 방을 관객에게 내어 주고자한다.세 개의 방이 마무리 되는 모퉁이 거울에서 현재의 장소와 마주한다. 전시장의 큰 거울에는 반사되는 관객 자신의 모습과 함께 아현동의 지난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은 이미지들을 만난다. 2010부터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아트 스페이스의 아현동 프로젝트 작가/ 기획자들의 지난 사진들과 함께 현재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아현동의 현재 모습들을 만난다.
특별히 아현동을 장소로 택한 것은 현재 아현동은 새로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재개발되면서 작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사적, 사회적, 자연의 집을 모두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현동에서 그동안 벌어 졌던 수많은 몸부림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이 힘겨웠던 움직임을 촬영하여 아현동을 일곱 방이라는 곳에서 작은 정성을 모았다.‘2016일곱 방 뇌색전’에 서로 다른 색깔은 자연의 집, 합수를 찾아서 마침내 쉼을 갖게 된다. 전시 기간은 4.10(일)부터 4.17(일)까지이고 오픈식은 4.10일 2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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