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현이가 2000년에 벨기에로 떠났는데 그해 4월까지 공사판에서 일을 하다가 허리 통증으로 그만둔 후 2년 만에 다시 시작한 일이 과일 가게였다. 공사판 일만 12년을 한 셈이다.
사실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중앙시장에선 내가 설기현 엄마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방송국에서 촬영을 오고 수많은 기자들이 중앙시장을 들락거리면서 내 존재가 알려졌다.
아프지만 않았다면 난 지금도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운동 선수 부모들이 뒷바라지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고 자식을 따라 다닌다. 자식이 돈을 벌면 벌수록 생활이 윤택해지지만 힘들게 번 돈을 내 돈처럼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일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돈 많이 버는 자식이 있다고 해도 부모가 독립해야 떳떳하게 큰소리 칠 수 있다.
아들 4형제가 지금은 다들 효도를 하지만 난 여전히 일하는 걸 꿈꾼다. 감자를 캐서라도 내 손으로 벌고 싶다. 그러나 이젠 몸이 뒤따르지를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