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일탈행위로 ‘몸살’ 앓는 구미시의회, 11년간 윤리특위 안열려
1990년 개원한 이후 1995년 시와 선산군 통합 개원 이래 지난 2005년 단 한 차례의 윤리특별위원회를 열었을 뿐 그 후 11년이 지나도록 윤리위를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2005년에 열린 윤리위도 제99회 임시회 본회의 1차에서 김택호 전 부의장에 대해 “의회운영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열려 ‘의회 출입금지 30일’을 결정하는 데에 그쳤을 뿐이다.
구미시의회 제202회 임시회 본회의.
이에 비해 외부에 드러난 일부 의원들의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그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어 시민들 사이에서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서로 ‘쉬쉬’ 해주는 것 아니냐”라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에는 구미시의회 소속 안장환 의원(58)이 도박 혐의로 현장에서 적발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안 의원은 구미시 원평동의 한 차량정비소에서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수십만 원의 판돈이 오가는 속칭 ‘훌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단속 경찰 관계자는 “공개된 장소에서 도박이 이뤄지면서 신고가 접수돼 적발했으며 현장에서 판돈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며 “일반 도박에 비해 규모가 작아 즉결심판에 회부돼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경우는 지난해 말께 관내 지역 주민으로부터 자녀취업을 미끼로 500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의 수사를 받았던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소문이 잠잠해지기 전에 또 다시 ‘도박 혐의’가 붙은 것이다.
안 의원 외에도 다수의 구미시 의원들이 갖가지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시의원은 20대 총선과 관련된 선거법 위반 등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재 구속 수감돼 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두 명의 시의원은 억대 도박 설에 연루돼 있다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기도 했다. 폭력시비가 붙어 곤욕을 치른 시의원도 있었다.
이쯤되면 시의회에서 직접 자정의 목소리를 내고 구설수에 오른 의원들에 대해 ‘품위유지 위반’에 따른 징계를 요청할 수도 있을 만하다. 그러나 구미시의회 사무국 한 관계자는 “조만간 일련의 사태에 대한 경각심과 문제의식을 갖는 간담회 겸 회의를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안장환 의원에 대한 윤리위 소집에 대한 안건 등은 알 수가 없고 그런 말조차 전해들은 바 없다”라며 “해당 의원에 대한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시민들은 “일부 시의원들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 의회 의장의 안건 상정 말고도 여러 가지 방법의 윤리위를 소집할 수 있는 절차가 있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다”며 “윤리위 소집 자체를 먼 산 바라보듯 서로가 눈치만 보고 있으면 앞으로도 고질적인 비리와 일탈행위 등이 없어지지 않을뿐더러 시민들로부터 신뢰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창현 기자 ilyod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