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은 세계 골프의 화두 중 하나는 ‘타이거 우즈의 압도적 골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우즈가 움직이면 돈이다. 상금도 연간 100억 원이 넘지만 각종 출전료나 광고수입은 천문학적인 숫자다.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운동선수인데도 그를 ‘모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줄을 섰다.
시간이 돈인 만큼 우즈는 시간관리가 철저하기로 소문났다. 세계적인 스포츠매니지먼트업체인 IMG가 특별팀을 꾸려 관리하는데 공식행사 때는 10분 단위로 스케줄을 관리한다고 한다.
2004년 11월 우즈가 한국(제주)을 방문했을 때, 당초 계획에 없던 이벤트를 진행했다. 미리 우즈에게 통보되지 않은 일이었다. 우즈는 팬들이 운집한 현장에서는 특유의 함박웃음과 함께 최선을 다해 추가 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그날 밤 그 콧대 높은 IMG 간부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호되게 꾸짖었다고 한다.
‘우즈의 시간’과 관련해 올여름 발생했던 한 비사(秘事)를 소개한다. A 씨는 자칭타칭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다. 우즈의 방한을 비롯, ‘테니스 요정’ 샤라포바, ‘천재 골프소녀’ 미셸 위, ‘테니스 황제’ 페더러를 한국으로 데려와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지금도 제주 국제공항에서 타이거 우즈의 전용기 안으로 들어가 한국 사람으로 가장 먼저 그를 환영한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우즈의 파괴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A 씨는 그의 두 번째 한국 방문을 성사시키고 싶어 한다.
지난 여름. 각종 메이저급 스포츠 행사로 무척 바쁜 때였는데 IMG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즈가 2004년 한국 방문에 대해 아주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장담은 못하지만 ○월 ○일 미국 올랜도의 ○○골프장으로 가면 우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우연히 조우하는 것처럼 연출한 자연스런 만남이다. 공식 면담이 아닌 만큼 오래 대화할 수는 없지만 잠깐 독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만난다고 해서 어떤 결과를 얻어낼 수는 없다. 그저 눈도장 한 번 찍는 것이다.”
A 씨는 회사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외적인 이유는 ‘미PGA대회 참관’이었다.
기다리고, 비행기를 갈아타고, 차를 이용한 시간까지 합쳐 만 하루가 넘게 걸려 올랜도의 골프장에 도착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다시 3시간을 넘게 기다리며 A 씨는 우즈와 ‘우연한’ 만남을 준비했다. 우즈의 예상 동선을 미리 예상해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준비했다. 순간을 놓치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온 수고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드디어 우즈는 연습 라운딩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왔고 ‘우연히’ 자신이 이동하는 경로 근처에 앉아 있던 A 씨와 조우했다. 작전 성공이었다.
(A 씨)“하이! 나를 기억하겠는가?”
(우즈)“아! 코리아!”
(A 씨)“맞다. 잘 지냈는가?”
(우즈)“그렇다. 그때 한국에서 당신 덕분에 너무 즐거웠다. 아주 좋은 추억이었다.”
(A씨 우즈의 입을 통해 확인하니 감동 그 자체)
(A씨)“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우즈)“미국엔 어쩐 일인가?”
(A씨)“PGA대회를 보러 왔다.”
(우즈)“잘 지내다 가라.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보자.”
이렇게 만남은 끝났다. 딱 3분이었다.
바쁜 와중에 3~4일 시간을 냈고, 1000만 원이 넘는 경비를 쓴 끝에 겨우 우즈와 인사만 나눈 것이다. 뭐 그렇다고 언제 당신을 통해 한국 방문을 하겠다는 언질은 받은 것도 없다.
그래도 A 씨는 만족한다. 이렇게 한 번 눈도장을 받았기에 우즈가 한국에 다시 온다면 반드시 자신을 거쳐 올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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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