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송 씨는 LPGA는 물론이고 미래를 위해 KLPGA 대회까지 쫓아다니면서 한국의 여자 골프 선수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때부터 한국 선수들이 그를 ‘오빠’로 부르기 시작했다. 송 씨는 넉넉한 덩치만큼이나 일보다는 사람 쪽에 관심이 더 많았다. 결국 2004년 서른두 살의 나이로 미국 무대에 도전한 정일미를 돕기 시작하면서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직업인 미LPGA의 한국 선수 전문 매니저가 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이었다. 송씨는 좌절과 기쁨을 모두 겪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제 온갖 좌절을 이겨내고 성공에 바짝 다가 서 있다. 한국 정상이었던 정일미는 첫 해 부진을 면치 못하다 시드까지 잃었다.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렇게 하려고도 했다. 정말이지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다시 퀄리파잉스쿨행을 택했고 보란 듯이 통과했다.
2005년부터는 한국에서도 무명인 손세희(22)가 ‘여행(투어)’에 합류했다. 손세희도 2005년 참담한 성적으로 카드를 잃었다. 송 씨는 괴로웠다. 하지만 그해 말 손세희의 두 번째 퀄리파잉스쿨 도전을 함께 준비했고 쟁쟁한 선수들도 고배를 마시는 이 관문을 다시 멋지게 통과했다.
최근 송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얼마 전 미LPGA 사상 처음으로 열린 플레이오프대회(ADT챔피언십)에서 정일미가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4위를 차지한 후였다.
“이거 정말 무슨 영업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어요. 한국에 좋은 선수들 많은데 제발이지 그냥 무턱대고 미LPGA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어요.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저한테 연락하라고 하세요. 한국 선수라면 대가 바라지 않고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다 알려줄게요.”
6년이 넘게 알고 지내온 ‘송 오빠’의 첫 부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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