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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18일 열린 지방선거당선자대회에서 인사하고 있 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 후보는 연일 당선자들 에게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지난달 26일 천안연수원에서 6·13지방선거 자치단체장 당선자들에게 이렇게 신신당부를 했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한 광역단체 11곳과 기초단체 1백30여 곳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오히려 이 후보의 대선가도에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만일 광역단체장의 비위사실이 드러나거나 민심에 반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는 곧바로 대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 후보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이 후보는 당선자들에게 이렇게 당부를 했던 것이다. 당 차원에서 당선자를 상대로 연찬회를 두 차례나 가진 것도 그렇고, 이 후보가 연일 ‘낮은 자세’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보라는 듯이 이명박 서울시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그것도 취임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말이다. 이 시장은 지난 3일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서울시민증을 전달하는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아들과 사위를 불러 놓고 기념사진을 찍게 했다. 서울시민도 참석을 통제한 자리라는 점에서 이 시장에 대한 비난여론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뿐만 아니다. 이 시장은 태풍 `‘라마순’의 북상으로 서울시에 비상이 걸린 지난 4일의 행동도 문제가 됐다. 그는 자신의 부인이 동문회장으로 있는 모 여대 최고경영자 과정 총동문회 수련회에 참석했다. 시장의 공식행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업무시간대인 오후에 말이다.
이 시장의 선거를 도와 서울시에 들어간 한나라당 서대문을 지구당 위원장 정두언 정무부시장의 발언도 문제가 되고있다. 그는 “지역구인 서대문구를 위해 예산을 많이 따내겠다”, “2년 후 사임하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런 사실을 전해듣고 화를 단단히 냈다고 한다. 당 안팎 여론도 당연 좋지 않았다. 이 후보측에서는 이 시장 ‘건’을 서둘러 수습해야한다고 판단, 이 시장으로 하여금 사과문을 발표하도록 했다.
어떻게 보면 이 시장 건은 단순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과 이 후보로서는 간담이 서늘한 큰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빌라게이트에서 보듯 예상치 못한 실수가 대선에서 큰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참모들은 예방차원에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이 후보에게 하고 있다. 이 후보도 대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군기’잡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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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상수 인천시장(왼쪽), 손학규 경기지사 | ||
안상수 인천시장은 당선 후 인물난을 겪어오다 지난달 29일에서야 전직 차관보급 인물을 정부부시장으로 내정했다. 안덕수 전 농림부 차관보가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안 전 차관보의 과거 경력이 문제가 됐다.
그는 99년 1월 뇌물비리 혐의로 구설수에 올라 농림부 차관보에서 물러난 인물. 물론 비리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물증이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일정부분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안 전 차관보의 내정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안 시장의 인사방침에 대해 당내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당의 한 관계자는 “물론 안 시장이 내정자의 경력에 대해 잘 몰랐다고는 하지만 하필이면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냐”면서 보다 신중한 인사를 요구했다.
현직 청와대비서관을 정무부지사에 임명한 손학규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손 지사는 지난달 28일 한현규 청와대 건설교통비서관을 전격적으로 정무부지사에 내정했다. 실물경제를 잘 아는 사람을 부지사에 임명하겠다는 손 지사의 의지가 담긴 인사였다. 그런데 이 후보측이 서운해하는 것은 임명 전에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조차 없었다는 데 있다.
이 후보측 한 인사는 “물론 부지사 임명 권한이 단체장에게 있고 또 참신한 인사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정무부지사직이 당과 자치단체의 가교역할을 하는 자리인 만큼 협의 정도는 있었어야 했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한 비서관이 손 지사의 경기고 후배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물론 손 지사는 “한 비서관이 고교 후배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며 정실인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어쨌든 민선 3기가 출범하면서부터 한나라당이 석권한 수도권 세 곳에서 염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진 셈이다. 이런 이유로 조만간 당 차원의 대책이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 지방자치 개혁 프로그램 운영, 모범 단체장 표창이나 홍보, 단체장 모니터링 실시 등이 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후보가 당 소속의 전국 단체장들에게 친서를 보내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근신과 주변관리 철저가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물론 지역주민이 뽑은 단체장에게 이 후보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지방차치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허태열 기획위원장은 “권고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당이 지방행정에 관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비공개적으로나마 단체장들에 대한 단속이 보다 강도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당내 주된 분위기다. 당의 한 주요당직자는 “그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당선된 것 아니냐”고 말했고, 또 다른 인사도 “당선된 광역단체장의 경우 문제 있는 인사도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선 전 불거질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인사보복이나 논란이 일 수 있는 대규모 사업 등 대선정국에서 감표 원인으로 작용하는 일은 당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제시킬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명박 시장의 구설수를 계기로 이 후보가 바짝 긴장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시장에 대해 한 인터넷신문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있다. “본질 참 빨리 드러나네. 한 1년은 잠잠할 줄 알았더니만…(글쓴이 참나).” 이 글에 대한 이 후보의 반응은 과연 어떨까. 한 손으로는 국민의 손을 잡으며 “우리 당 소속 단체장들 ‘본질’은 훌륭하니 걱정 말라”며 호소하고, 또다른 손으로는 단체장을 향해 “제발 잘해라”고 훈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