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김주성 쟁탈전’ 벌써 시작
▲ ‘FA 최대어’ 김주성을 둘러싸고 소속팀 동부와 부자구단 삼성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 ||
안준호 삼성 감독과 전창진 동부 감독은 농구계에서 유명한 단짝이다. 실업 삼성전자농구단의 선후배 사이로 농구인들 사이에서는 프로농구 10개 팀 감독 중 가장 절친한 사이로 지내왔다. 전 감독은 “준호 형은 정말 사람이 좋다”고, 안 감독은 “후배지만 인격적으로 존경한다”라고 공공연히 치켜세울 정도였다.
거의 매일 전화통화를 하다시피 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던 둘은 이번 시즌을 치르며 공공연한 ‘적’으로 변했다. 연락은 고사하고 섭섭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발단은 김주성 때문이다. 안준호 감독이 지난해 동부의 김주성을 ‘조용히’ 불러 식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전창진 감독은 ‘설’이 아니라 이를 명백한 사실로 인지하고 있다.
전창진 감독은 “명백한 KBL(한국농구연맹) 규정 위반이다. FA선수들에 대한 사전금지 조항을 어겼다. 안준호 감독이 김주성에게 따로 전화를 해 ‘어떻게 우리 둘이 만난 사실을 전창진 감독이 아느냐’고 수차례 확인한 것까지 알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둘은 둘도 없이 친했던 사이로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결정적으로 둘이 등을 돌리게 된 것은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전 감독은 안 감독에게 “너무 심하다”며 따졌고 안 감독은 이를 부인했다.
“설사 만났고, KBL 룰을 어겼다고 하더라도 워낙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문제 삼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딱 잡아떼는 대목에서 화가 났다.”
▲ 전창진 감독(왼쪽), 안준호 감독 | ||
이에 대해 안준호 감독은 “김주성 접촉설과 관련해서는 아무 말도 않겠다.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풀릴 것이다. 선배 입장에서 후배에 대해 어떤 험담도 하고 싶지 않다. 단지 전 감독이 올시즌 성적이 나빠 걱정”이라고만 답했다.
이런 과정에서 삼성이 김주성에게 프로농구 FA 사상 최고액인 100억 원(계약기간 5년 기준)을 베팅했다는 소문이 불거졌다. 김주성의 고향인 부산을 연고로 하는 KTF도 김주성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워낙 삼성의 베팅액이 커 제풀에 포기했다는 얘기가 프로농구계에 나돌고 있다.
한 농구단의 프런트는 “SK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서장훈, 오리온스와 재계약한 김승현 등은 제외하더라도 최근 농구계에서는 신기성 조상현 등도 각각 35억 원, 40억 원의 FA계약으로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다 알고 있다. 김주성 100억 원 설도 결코 과장된 액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모기업 CF에 출연하는 등 동부와 인연이 깊은 김주성도 최근 돈에 흔들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동부의 한 관계자는 “뭐 돈 때문에 팀을 떠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KBL 룰 상 동부가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제시하면 김주성이 타 팀으로 이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BL은 FA선수에 대해 엄격히 사전접촉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미NBA도 사전접촉이라는 뜻의 탬퍼링(Tampering)을 엄격히 금지한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02년 이상민(KCC)은 사전접촉으로 벌금까지 냈지만 2004년 박규현 등은 강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이후 KBL의 금지조항은 유명무실화됐고, 광범위하게 사전접촉이 이뤄지게 됐다. 일부 선수는 시즌 중 노골적으로 여러 팀과 접촉하고 미리 돈까지 받았다가 결국 다른 팀으로 가게 되면서 이를 토해내는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유병철 객원기자 einer66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