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감’ 땄다가 또 ‘떫은 맛’?
▲ 이천수가 프리미어리그 풀럼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사진은 작년 3월 한국 대표팀과 앙골라 대표팀의 친선경기 때 모습. | ||
그러나 곳곳에 암초가 깔려 있다. 이적 조건이나 풀럼과 한국 기업과의 스폰서십 여부, 울산구단 측의 반응 등 성사될 확률과 실패할 확률이 반반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안정환은 이탈리아 페루자를 떠나 해외이적을 도모했다. 안정환은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위임장을 발급하는 형식을 취했다. 위임장을 가진 에이전트들 가운데 이적 건을 따오면 수수료를 주는 방식이었다. 안정환의 뒤를 이어 많은 선수들이 한 곳의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기보다는 위임장을 내주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그러나 현지의 구단들은 선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에이전트들의 난립으로 대화 채널이 혼잡해진다고 불평한다. 포츠머스와 위건은 이천수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여러 명이 나서자 “너무 복잡하다”며 이천수의 영입을 철회했었다. 이천수 입장에서는 다 잡은 고기를 놓친 셈이었다.
선수들이 위임장을 발급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유럽 축구계를 잘 알고 있는 믿을 만한 국내 에이전트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내 에이전트들은 이전보다는 유럽 축구계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현지 사정에 어둡다. 이천수의 예에서 보듯 현지의 한인 에이전트가 이천수의 대리인으로 나서지만 영국 에이전트사와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구단의 권력구도와 같은 세밀한 부분은 현지인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임장 남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선수가 관리를 잘 해야 하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 레알 소시에다드 시절. | ||
이번에 이천수의 풀럼행이 이적 시한을 4개월 남겨놓고 미리 공개된 이유는 선점을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영국 기자들이 취재원이라고 밝혔지만 자세한 임대료, 연봉 등의 수치까지 공개된 이면에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에이전트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천수가 많은 대리인을 통해 접촉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에이전트는 우위를 점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오히려 풀럼이 이천수를 원한다는 보도가 일찍 터지면서 LG전자와 풀럼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보도 이후 울산 구단은 굳이 헐값으로 이천수를 보내야 하느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울산 구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이적 조기 공개는 이천수의 영입을 차단하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짙다.
한편 이천수의 이적을 둘러싼 주변인들을 살펴보면 먼저 매니지먼트만을 담당하는 매니지먼트사, 이적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에이전트사, 그리고 한국 에이전트와 영국 에이전트의 브릿지 역할을 맡고 있는 영국의 변호사가 활동 중이고 울산 구단에선 구단 나름대로 에이전트를 따로 둬 이천수의 이적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현명 조이뉴스24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