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비싼데 제값 못해” 흥행커녕 파리만…
지난해 신규 특허를 받은 용산 HDC신라면세점. 서울시내 면세점 인기와 달리 김해·김포공항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잇달아 유찰되는 등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더욱이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모두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점은 업체들이 현재 이들 공항면세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김해공항은 지난 3월 30일 1차 입찰에 이어 지난 15일 마감한 2차 입찰도 유찰됐다. 김포공항 역시 지난 1일 마감한 1차 입찰과 지난 18일 마감한 2차 입찰 모두 참여 업체가 없었다.
김해·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이 흥행에 참패한 모습은 서울시내 면세점의 인기와 대조적이다. 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크게 흥행한 것과도 비교된다. 김해공항 면세점의 경우 2013년 7월 신세계가 운영해왔지만 적자가 쌓이면서 지난해 12월 특허를 자진 반납했을 정도다. 신세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맞지 않아 철수한 것”이라면서 “시내면세점에 집중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해·김포공항 면세점이 찬밥 신세가 된 데는 높은 임대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항면세점이 원래 수익성보다 사업 크기를 키운다든지 광고홍보 효과에 더 큰 목적을 갖고 있지만 수익성이 너무 나쁘면 곤란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공항면세점으로 엄청난 흑자를 보려는 생각은 없다”며 “인지도를 높이고 사업 볼륨을 키우기 위해 하는 것인데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라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해·김포공항 면세점에 대한 업체들의 접근이 인천공항 면세점에 대한 그것과 다른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초 진행한 인천공항 면세점 3기 사업자 선정은 임차료가 유난히 높은데도 기업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심지어 3기 사업부터 임차료가 더 높아지면서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도 업체들은 입찰에 수조 원을 베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은 적자를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메리트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은 거대 국제공항으로서 국내외 관광객이 무수히 드나드는 곳이다. 매출도 매출이려니와 해외 관광객들을 상대로 광고홍보 효과도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류열풍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증폭된 만큼 우리나라의 첫 관문으로서 인천공항의 의미는 상당하다는 얘기다. 또 인천공항 면세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성공한다면 해외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김해공항과 김포공항의 위상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드나드는 사람들도 주로 국내인인 데다 면세점 규모가 작고 촘촘해 해외 홍보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유통업체들이 김해·김포공항 면세점을 외면하는 이유다.
앞의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 면세점 사업을 하지 않는 업체는 입찰조차 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사업 운영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업체에 개방했는데도 유찰됐다는 것은 메리트가 없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김해·김포공항 면세점의 장점을 지운 데는 서울시내 면세점의 신규 허가도 작용했다. 지난해 정부가 두산, 한화 등에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추가 허가하면서 서울시내에서도 충분히 면세품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정부는 또 서울시내 면세점을 신규로 2~4곳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은 굳이 적자가 불 보듯 빤한 곳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업체들은 오히려 신규 추가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는 데 ‘올인’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추가 허가 문제와 관련한 관세청의 발표를 기다려보겠다는 업체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한국항공공사는 김해·김포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3차 입찰 일정을 관세청 발표 후 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항공공사가 임대료를 낮추거나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등 어느 정도 양보해야 업체들이 그나마 입찰에 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을 보장해주지는 못해도 적자 폭을 줄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두 공항 면세점의 경우 물건을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가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일부에서는 업체들이 면세점 사업을 수익성으로만 접근한다는 비난도 있다. 정부가 직접 승인하는 사업이니만큼 업체들이 국가 차원의 책임감과 사명감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