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팀 아닌 빅리그 먼저 도전”
▲ 아르헨티나 출신 혼혈 스타, 김민수. 곧 프로리그가 출범되는 일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러나 지난 5월 22일 귀국한 김민수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아닌 ‘빅리그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내년 초 대학을 졸업하면 미 NBA나 스페인 등의 유럽리그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대학농구의 최고 선수인 김민수를 만나본다.
“2008년 1월 한국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로 기회가 된다면 좀 더 큰 무대에 나가 뛰고 싶습니다. 일단 NBA에도 관심이 있고, 또 유럽리그 중 가장 좋다는 스페인리그도 좋은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프로농구는 그 다음입니다. 아직 학생 신분이고 경희대는 제게 한국에 있어서 뿌리와 같은 존재인 만큼 (최부영) 감독님, (김현국) 코치님과 상의해 프로 진출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5월 23일 수원 경희대 캠퍼스에서 만난 김민수의 목소리는 외모만큼이나 또렷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국내 프로팀이 김민수를 잡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일부러 꼴찌를 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다. 군대도 안 가는 김민수만 잡으면 최소한 5년은 우승 후보라는 극찬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목표를 한국이 아닌 빅리그라고 밝힌 것이다.
김민수의 이러한 선언은 2006~2007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질 수 있는 전주 KCC, 인천 전자랜드, 원주 동부, 서울 SK 등 4개 구단에게 충격적인 소식이다.
신장 201cm인 김민수는 기량 면에서 방성윤(SK)보다 더 NBA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인 첫 NBA선수로 등록했다가 퇴출된 하승진보다 활용가치는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 나라에서 20년 동안 산 까닭에 스페인어와 영어에도 능통하다. 또 2004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아르헨티나 국적법상 아르헨티나 국적도 아직 보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4아테네올림픽 우승에 빛나는 농구 강국으로 지노빌리(샌안토니오), 델피노(디트로이트) 등 다수의 NBA 스타를 배출했다. 김민수는 모든 면에서 NBA는 물론, 스페인리그나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리그에 진출하는 데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김민수는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에 갔을 때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제 스페인어보다 한국말이 더 편한 것 같아요. 겉으로만 한국 국가대표가 된 것이 아니라 뼛속까지 확실하게 한국 사람이 됐어요. 해외진출도 태극마크를 바탕으로 하는 겁니다. 해외에서 더 실력을 늘린 후에 한국무대에서 뛰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경희대와 국가대표팀에서 김민수를 지도하고 있는 최부영 감독은 “김민수는 실력과 외모뿐 아니라 머리도 총명하다. 해외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한국의 두세 배 연봉을 준다며 스카우트 제의를 하고 있다. 또 NBA의 2부리그인 NBDL이나 스페인리그는 어렵지 않게 진출할 수 있다. 한국농구 전체를 위해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세계적인 선수가 되도록 도와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민수는 이미 세계무대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열린 월드바스켓볼챌린지 때 터키와 미국 드림팀을 상대로 한국선수 중 가장 인상 깊은 플레이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NBA 국제스카우트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스포츠용품업체로부터 NBA캠프에 참가해 달라는 초청장을 받기도 했다. 또 국내 대학무대에서는 지난해 경희대를 2관왕으로 이끄는 등 비교 상대가 없는 최고 선수로 입지를 굳혔다.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의 ‘빅리그 진출 선언’은 흥행 침체에 빠진 국내 프로농구계와 걸출한 스타 출현을 바라는 농구팬들의 기대와 맞물리며 한국 농구계의 빅이슈로 등장하게 됐다.
유병철 스포츠 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