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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정치권의 관심은 친노와 반노세력의 분열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두 세력 가운데 누가 먼저 민주당을 깨고 나갈지에 집중되고 있다. 양 세력은 분당의 책임을 떠맡지 않고 명분과 실리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방을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작전을 쓰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반노세력은 이인제 의원계와 일부 동교동 구파, 충청·수도권 의원 일부 등을 들 수 있다. 이인제 의원과 행동을 같이할 것으로 보이는 원유철 이희규 의원을 비롯 안동선 김명섭 이근진 이윤수 송석찬 송영진 조재환 의원 등은 대표적인 반노세력으로 분류된다. 반노의 핵심세력은 10여명 정도이지만 소극적 반노세력을 합치면 20~30명 정도 된다.
특히 최근 반노세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중도세력이 눈에 띄게 반노입장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표적 중도주의자인 박상천 한광옥 정균환 최고위원 등은 부쩍 노 후보의 노선을 비판하고 나섰다. 노 후보가 싫다는데도 개헌론을 거듭 제기하고 노 후보의 기자회견에도 결정타를 입혔다. 성급한 정치권 인사들은 벌써부터 이들을 반노세력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한 노 후보의 기자회견이 열린 7월4일. 노 후보는 회견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했다가 박상천 정균환 위원으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노 후보가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법무장관을 임명토록 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 박상천 위원은 “말도 안된다. 검찰 인사권을 전부 한나라당에 주자는 얘기냐”면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정균환 한광옥 위원도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노 후보는 “죄송하다.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했으나 이들 최고위원들은 자신들의 고집을 꺾지 않은 채 결국 기자회견장 배석을 거부했다.
정균환 위원은 하루 지난 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법무장관을 한나라당에서 추천하는 것은 부담이 되는 것이며, 선거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제안이 지금 바람직한가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면서 노 후보 비판을 계속했다. 정 위원은 탈DJ에 대해서도 “막연한 차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노 후보의 기자회견은 8·8재보선 승리를 위한 나름의 승부수였다. 이를 모를리 없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노 후보에게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대통령 후보의 권위를 인정치않는 행위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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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일 노무현 후보의 탈DJ 기자회견에는 대표적 중도 주의자인 박상천 정균환 최고위원 등이 배석을 거부했다. 임준선 기자 | ||
이 의원은 정몽준 박근혜 의원과 함께 박상천 정균환 최고위원 등에게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분들”이라며 노골적인 구애를 했다. 노 후보와 당내 인사들과의 갈등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마치 이인제 의원과 노무현후보가 대립하던 국민경선 시기로 돌아간 느낌을 주고 있다. 반노세력의 궁극적 목적은 노 후보를 후보에서 끌어내리고 제3의 후보를 내세우는 일이다. 반노세력은 노 후보가 못견디고 당을 떠나가야 적법하게 새로운 대통령후보를 뽑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노세력은 8·8재보선의 참패로 노 후보가 결정적 위기에 처할 것이고, 이때 후보사퇴를 몰아붙이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견디지 못한 노 후보가 민주당을 떠나거나 후보를 사퇴하게 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이회창, 비노무현’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는 게 반노세력의 정국인식이다.
중도세력이 반노적 입장을 보인 것은 노 후보측에게 상당히 불리한 상황전개를 예고하고 있다. 노 후보는 7월4일 정균환 박상천 최고위원 등을 의원회관으로 찾아가 “이해해달라”고 설득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다.
반면 친노세력은 중도세력을 끌어들이되 어차피 함께하지 못할 핵심 반노세력과는 손을 뗀다는 밑그림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인제 의원과 수도권, 충청권의 10명 안팎의 의원은 노 후보가 아무리 열심히 구애작전을 펴더라도 같이할 수 없는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 김홍일 의원 등 DJ냄새가 짙게 배인 일부 동교동계 의원들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친노세력은 노 후보 집권에 도움을 주지못할 이들 의원들이 결국에는 당을 떠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에선 하루라도 빨리 떠날 것을 은근히 요구하고 있다. 재야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우리끼리 당을 하는 게 훨씬 낫다”는 말을 하고 있다.
노 후보는 7월5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세력 결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어느 세력과 손잡고 누구와 헤어지고 하는 계획은 없지만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이 빨리 변화해야 하는데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당내 갈등이 커지고 쪼개지고 갈라질 가능성이 높고 당이 하나로 단결해서 가려고 하면 변화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딜레마로 표현했지만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변화에 방해가 된다면 단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친노세력 일각의 입장이다.
이들 양대 세력은 결국 8·8재보선이후 누가 당의 주인이 될 것이냐를 두고 한바탕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친노세력은 국민경선을 통해 뽑혔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통성을 내세울 것이다. 반면 반노세력은 이제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점을 내세워 노 후보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다. 정치권에선 두 세력 중 한쪽이 민주당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민주당의 분당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불행히 한국 정당사에는 권력자나 3김씨의 정당을 제외하고 창당으로 성공한 정치인은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을 떠나는 세력은 상당한 모험을 감행하는 셈이다. 수백억에 달하는 창당자금을 마련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양 세력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쉽게 민주당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측의 상대방 떠밀어내기 승부는 갈수록 극심해지며 8·8재보선 결과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영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