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 주민센터, 유관기관, 이웃주민 등 신속한 대처
- 아기용품 긴급 지원, 사례관리사와 우리아이간호사의 정기적 가정방문
- 아기 병원 진단 및 치료비 88만원 후원 통해 지원
- 주변 위기 가구 발견 시 주민센터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고 필요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이웃의 관심과 찾동(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의 신속한 대응으로 위기에 처한 어린생명을 구한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시흥5동 주민센터는 구청, 경찰서, 주민 등과 함께 아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례회의를 개최했다.
지난달 7일 오후 금천구(구청장 차성수) 시흥5동 주민센터 복지담당에게 한 주민의 긴박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 내용은 “자신의 집 세입자가 며칠 전 아기를 집에서 직접 출산하고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방임하고 있어 아기의 안전이 위태롭다”는 것이었다.
시흥5동 주민센터 김찬수 복지1팀장과 김은희 복지플래너는 당일 현장을 확인했다. 확인결과 산모는 술에 취해 있었으며 방에는 젖병, 기저귀 등 아기를 위한 용품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아기 아버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구청의 지원도 거절하는 등 설득이 되지 않았다. 아기의 건강을 위해 긴급한 보호의 필요성 있다고 판단한 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 상황을 신고했다.
전문기관의 조사결과 학대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해 아기를 부모와 분리조치하지는 못하였지만, 심각한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산모와 생활여건을 볼 때 아기의 건강과 안전이 매우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 주민센터는 즉시 내부사례회의와 통합사례회의를 개최해 이후에도 아기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동 주민센터, 구청, 경찰서, 이웃주민 등이 함께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김찬수 복지1팀장은 “당시 현장 상황으로는 아이와 산모를 분리해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시급해 보였지만, 분리 조치는 불가능했다”며 “대신 동 주민센터와 구청, 경찰서, 이웃 주민 등이 협력해 산모와 아기를 살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선 이 가정을 서울형 긴급지원 대상자로 선정해 50만 원 상당의 아기 용품을 지원했다. 또 통합사례대상자로 지정해 우리아이 간호사가 아기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구청 사례관리사와 통장 등도 정기적인 가정방문을 진행했다. 특이사항이나 위기상황 발생 시 민·관이 서로 내용을 공유해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정기적으로 가정방문이 진행되던 중 3월 30일 경 가정방문 중인 사례관리사와 우리아이 간호사가 만취돼 있는 산모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을 즉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으며, 이번엔 산모와 아기가 분리조치 됐다.
아기는 병원 이동해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결과 결막염, 뒤통수 골절, 심장비대증 등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다. 산모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검진 결과 아기 상태가 좋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조금만 더 일찍 검진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는 가정 형편을 고려해 아기의 진단 및 치료비 88만 원을 후원금 등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또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도록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아기를 위해 지상학 시흥5동장이 인우보증인으로 나서 출생신고 절차를 완료했다. 인우보증을 통한 출생신고란 병원 외 출산으로 출생증명서를 받지 못했을 때 친구, 친척, 이웃 등 가까운 사람들이 출산을 증명해주는 제도다.
지상학 시흥제5동장은 “앞으로도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최우선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유관 기관과 협력해 지역 주민의 안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주민 여러분들도 주변에 위기 가구 발견 시 주민센터에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