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남지만 잊으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재응(30)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젠 돌아갈 수밖에 없다’란 말로 국내 복귀를 직접 확인시켜 줬다. 탬파베이에서 동료 선수들과 ‘쫑파티’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서재응은 중간 중간 감정을 토해내며 기사화할 수 없는 심경들을 드러냈다.
서재응은 11월 초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국내 복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었다. 솔직히 국내 복귀보단 일본행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고향팀의 오랜 ‘러브콜’을 딱 잘라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라 다소 어정쩡한 상태로 추이를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평소 친형처럼 따르는 KIA 조찬관 스카우트가 도미니카공화국에 파견되면서 서재응과 접촉을 벌였고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보다 정과 의리를 우선시하는 서재응 특유의 성격에 마침내 자신의 진로를 KIA로 결정지은 것이다.
서재응의 한 측근은 “일본으로 갈 기회도 있었다. 일본행이 무산돼서 한국으로 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재응이가 결국 의리를 택했다. 조금이라도 몸이 괜찮을 때 고향팀에서 뛰겠다는 소신도 작용했다”면서 “어제(20일) 최종 결정을 하고나서 많이 괴로워했던 모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뒤 돌아가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부분이 재응이한테는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IA는 7일, 서재응에게 총액 15억 원(계약금 8억+연봉 5억+옵션 2억)에 입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서재응의 몸값이 예상보다 너무 낮은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서재응의 측근은 “솔직히 나도 놀랐다. 재응이가 그 액수에 오케이를 했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라면서 “귀국하면 자세한 얘기를 듣겠지만 밝힐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라고만 대답했다.
서재응은 기자에게 “이젠 홀가분하다. 며칠 동안 밤잠 설치며 고민했다. 미국 무대에 미련이 많이 남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곳 생활을 잊고 한국 무대에 적응하려고 노력할 것이다”라면서 “새벽에 공항 나오는 일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말로 농담을 던졌다. 서재응은 귀국할 때마다 매번 새벽 5시나 6시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바람에 기자의 원성을 산 바 있다.
12월 11일 새벽, 서재응은 메이저리그의 꿈을 가슴에 간직하고 ‘KIA맨’이 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다. 생애 처음으로 한국 프로야구팀 유니폼을 입을 서재응에게 ‘모든 걸 털고 힘내라’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