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계획안 제출받은 채권단 “그룹서도 뭔가 내놔야”
삼성중공업이 채권단에 낸 자구안의 주요 내용은 비용절감과 자산매각 등으로 돈을 만들 동안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 달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권단은 만기연장에 따른 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대주주인 삼성그룹에서도 뭔가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후문이다.
삼성중공업보다 사정이 더 어려웠던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해 삼성은 유상증자와 이 부회장의 사재 일부 출연 방식으로 문제를 봉합했다. 따라서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 살리기에 나선다면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이 출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상황은 삼성엔지어링처럼 자본잠식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올 1분기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유동자산은 10조 5000억 원으로 유동부채(10조 3000억 원)보다 많다. 자기자본도 5조 1500억 원이며, 부채비율도 약 250%로 위험수치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3월 말 기준 12개월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2조 9400억 원으로 불과 석 달 새 1조 원이 급증했다. 올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조 원의 순유출을 기록한 여파다.
일단 보유현금은 현금성자산 1조 원과 단기금융상품 9900억 원이다. 만기연장이 이뤄지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만기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체능력만으로는 빚을 다 갚기 어렵다.
신용대란이 한창이던 2004년 경영난을 겪던 삼성카드에 대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출자와 삼성생명의 대규모 신용공여로 문제를 해결했다. 덕분에 삼성카드는 외부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에 성공한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주, 그리고 여론의 향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계열사 지원을 주주들이 곱게 보지 않을 수 있다. 삼성생명도 중간금융지주법의 국회통과 여부가 현안이어서 금산분리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신경 써야 한다. 어떤 결정이든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점도 부담이다”라고 꼬집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