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3루수 자리 찜할래요~
▲ SK와이번스 최정이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배팅 연습을 하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민훈기(민): 일본인 코치들이 많은데 일어를 좀 해야겠다(마침 한 코치가 최정에게 농담을 건네며 지나갔다).
최정(최): 일본인 코치가 네 분 계시는데 난 일어는 못한다. 근데 같이 생활하다보면 다 통한다. 야구에 대한 얘기라 어느 정도 알아 들을 수 있다.
민: ‘소년 장사’라는 별명은 어떤 연유로 불리게 된 건가.
최: 재작년에 홈런 12개를 쳤는데 어린 나이(19세)에 치니까 신문에 그렇게 표현이 됐더라. 그 후부터 계속 방망이 좀 치면 ‘소년 장사’라고 나온다. 처음엔 좀 촌스럽기도 하고 더 멋있는 별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젠 신경 안 쓴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래도 멋있는 별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민: 체격은 거포로 보이지 않는데.
최: 그래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 TV에서 보면 좀 작아 보이기도 하고(180cm, 84kg). 그런데 어려서부터 축구를 해도 멀리 차고, 공을 던져도 멀리 던지고 그랬다. 하지만 정작 힘 대결을 하면 힘은 별로 없었다.
민: 공을 잘 보려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말이 사실인가.
최: 투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면 자꾸 눈이 깜빡거리고 불편했다. 눈썹에 자꾸 찔리기도 하고.
민: 수술이 자연스럽게 잘 된 것 같다(웃음).
최: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수술을 단행(?)했다. 처음엔 부기가 안 빠져 너구리 같았다(일동 폭소). 보통 6개월 지나니까 자리를 잡는다고 하더라. 이젠 남들도 괜찮아 보인다고 한다. 일단 시야가 편해지고 이거 하고나서 잘 되니까 성공했다는 기분이다.
민: 올해 타율이 많이 올라 3할대를 훌쩍 넘겼는데 뭐가 가장 달라졌나.
최: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 그러니까 선구안도 조금 좋아지고 망설여지는 것이 없고 과감하게 배트를 돌리는 것이 바뀐 것 같다.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가볍게 치려고 해도 공이 앞에 오면 힘이 들어갔는데 이제는 부드럽게 치는 편이다.
민: 펀치력은 크게 늘지는 않았다. 주위에서 기대도 많이 했는데.
민: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팀이 우승했는데 뭐가 다른 점이 있나.
최: 작년에는 조급한 것도 없고 그냥 시즌 중에 우승한 느낌이 든 반면 올해는 빨리 확정짓고 싶었다. 그리고 최근에 내가 역할을 좀 해서 기분도 좋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 포스트 시즌에서 붙고싶은 팀이 있나.
최: 물론 다들 잘하는 팀이지만 롯데가 올라오면 좋겠다. 우리가 롯데한테 강한 편이라 자신감 있게 붙을 수 있을 것 같다. 두산은 안 올라왔으면 좋겠다(웃음). 기동력이 좋으니까 수비할 때 정신이 없고 힘들다. (이)종욱이 형 같은 선수가 출루할 경우 1점은 먹고 들어가야 한다(다소 민감한 질문이었지만 상당히 솔직한 대답이었다).
민: 올해 3루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인데.
최: 근데 올해 작년보다 실수를 더 많이 했다. 너무 여유 있게 하다가 악송구가 나오는 등 어이없는 실수들이 많았다. 그래서 요새는 무조건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한다. (이때 박재홍이 지나가면서 최정의 3루 수비를 극찬했다. 아시아에서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의 최고 수비력을 지녔다고 했다. ‘어리버리 천재!’라며 놀리기도 했지만 수비는 천재라며 치켜세웠다. 정근우 등 지나가는 선배들이 모두 농담을 건네는 등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분위기였다).
민: 올림픽 대표팀 탈락은 아쉬웠을 텐데.
최: 참으로 아쉽고 속상했다. 처음 올림픽할 때는 잠도 안 오고 그랬다. 이번에는 갈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 믿음이 너무 컸던 모양이다. ‘나중에 가면 되지’하고 마음 먹어도 처음엔 정말 아쉽더라.
민: 올림픽 경기는 다 봤나.
최: TV는 안 봤다. 속상하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문자 중계를 봤다. 하지만 막상 금메달 따고 나니까 진짜 축하해주고 싶고 그랬다. 시간이 약인 것 같다. 지나고 나니까 아무렇지도 않다.
민: 3루수 자리에 김동주, 이대호 등 거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 나는 3루수로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 유격수나 2루수였다면 나갈 가능성이 높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원치 않는다. 나중에 반드시 ‘주전 3루수 최정’으로 꼽히는 선수가 되겠다.
훈련 때문에 인터뷰는 조금 아쉽게 마쳤다. 최정은 어느새 벌떡 일어나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들고 배팅 케이지로 달려갔다. 타격 훈련을 끝내자 곧바로 수비 훈련이 이어졌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추가 훈련을 요구하는 ‘악바리’ 최정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끌고 갈 젊은 예비 스타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