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선수들 욕해? 서서 삼진당할 때~
▲ 팬을 자처하는 이상범-이재원 부자와 포즈를 취한 안경현. 기자도 함께했다. | ||
―타자가 안타 치고 1루로 출루하면 김민호 코치가 다가와서 뭐라고 말하던데 그때 무슨 얘길 주로 하나.
▲한마디로 말해서 초등학생이 화장실 갈 때 ‘너 볼 일 본 다음에 꼭 손 씻고 나와라’하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무리하지 말고 한 번씩만 가라. 공이 땅에 떨어지면 뛰어라, 뭐 이런 얘기들이다.
―그렇다면 상대팀 1루수가 얘길 다 듣게 되는 거 아닌가.
▲들어도 전혀 문제 없다. 화장실 가서 손 씻고 오라는데 뭐가 비밀이겠나.
―작전을 지시할 때도 있을 텐데.
▲물론 있다. 코치가 한 번 어깨를 두들기면 번트, 두 번은 힛 앤드 런, 뭐 이런 것들이다.
―팬의 입장에서 안경현 선수가 양준혁 선수처럼 더 뛰어줬으면 좋겠다.
▲양준혁도 좋고 마해영도 괜찮다. 설령 마해영처럼 되면 뭐 어떤가. 자신이 좋아서 하는 야구인데. 자기가 원한다면 한 번이라도 더 도전해보는 게 중요하다.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해도 미련 없을 때 그만두고 싶다.
이번엔 안경현이 팬한테 물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한 상태라 물어보는 내용이 재밌다.
―팬들이 선수들한테 욕할 때가 언젠가.
▲스탠딩 삼진당할 때. 서서 삼진당하는 선수 보면 저절로 욕 나온다.
―그건 삼진당한 선수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이런 병신 같은 ×하면서 자책한다. 팬은 두산의 안경현이 어떤 선수로 기억되길 바라나.
▲내 우상이 좋은 모양새로 마무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안경현은 팬이 많아서 행복하긴 한데 그만큼 보답을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야구 한 번 제대로 해보고 그만두고 싶다는 그의 눈이 조금씩 붉어졌다. 과연 내년 시즌에도 유니폼 입은 그를 볼 수 있을까.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