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사 삼척ENC 직원들 돌연 황 회장 회사 동림산업 소속으로…삼표시멘트·동림산업 측은 관련 의혹 적극 부인
논란이 된 하청업체는 강원 지역 사업가 황하영 회장(72)의 회사 '동림산업'이다. 황 회장은 황종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36)의 아버지다. 황 행정관은 최근 정계에서 '한남동 라인'으로 꼽혀 이목이 쏠린 인물이다. 황 회장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매우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20대 대선 이후 잠적했다고 전해졌으나, 삼표시멘트 지원을 토대로 사업을 키우고 있었다.
#"삼표시멘트가 황 회장 인적·물적 지원하는 격"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12월 9~10일 이틀 동안 삼표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8월 삼표산업의 에스피네이처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정황을 적발해 고발 조치하면서다. 공정위는 삼표산업 67억 4700만 원, 에스피네이처 48억 7300만 원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삼표그룹이 정대원 회장 아들 정대현 부회장의 회사 에스피네이처를 성장시켜 그룹의 모회사로 만들고자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이익 약 75억 원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삼표산업은 공정위 조치가 과도하다며 서울고등법원에 '시정 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으로 맞선 상태다.
삼표 구성원들은 이런 상황을 불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의 일부 직원들은 더욱 그렇다. 이곳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일감 몰아주기를 지적하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룹 유일의 상장사이기도 한 삼표시멘트에서 삼척공장은 생산을 책임지는 핵심 기지로 통한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는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한 '불법파견' 민사소송 사건이 계류돼 있다. 2023년 1월 제기된 소송이지만 2년 가까이 흐른 현재까지 재판 일정조차 잡히질 않고 있다. 원고는 삼표시멘트 하청업체 '동림산업' 직원들이다.
이들은 동림산업이 겉으로만 삼표시멘트의 협력업체일 뿐 사실상 삼표시멘트의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업체라고 주장한다. 동림산업은 파견업 허가를 받지 못했으므로 사실이라면 위법이다. 해당 직원들은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합성수지 투광 및 벨트 작업 등을 하고 있다.
동림산업 직원 약 30명은 원래 삼표시멘트 관계사 '삼척ENC' 소속이었다. 그러다 2020년 12월 업무·설비 등은 그대로인 채 소속만 돌연 동림산업으로 바뀌었다. 삼척ENC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른 시기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국회 통과 한 달 전으로, 윤석열 대통령도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중대재해 사건 엄정 대응"을 공개 선언한 때였다.
이곳 직원들은 자신들이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동림산업 직원이 됐다고 토로한다. 동림산업은 2017년 부동산 업체로 설립됐지만, 사업실적이 없어 매출 '0원'이었다. 삼표시멘트와 협력 직후인 2021년부터야 매출액 19억 3000만 원, 2022년 22억 3000만 원, 2023년 24억 5300만 원 실적을 거두는 등 성장했다.
지역사회에선 동림산업이 황하영 회장의 업체라는 점에 주목한다. 황 회장은 20대 대선 국면 당시 윤 대통령과 매우 친한 지인으로 유명해졌다. 예컨대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옛 일정표를 보면, 2006년 10월 5일과 2011월 8월 13일 조 전 회장과 황 회장 및 윤석열 검사가 회동했다는 기록도 있다.
황 회장 아들은 황종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다. 황 행정관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각각 '삼촌' '작은엄마'로 부른다는 사실은 여러 언론에서 보도됐다. 최근엔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분류된 '한남동 라인'으로 거론됐다(관련기사 최측근이었던 '한'이 끄집어냈기에…수면 위 떠오르는 김건희 여사 '한남동 라인' 추적).
동림산업은 황 회장과 부인 김 아무개 씨(62), 조카 강 아무개 씨(44) 3명이 운영하는 사실상 가족회사다. 대외적으로는 강 씨가 사장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황 회장이 진짜 대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황 회장은 직접 출근은 안하지만, 매일 온라인으로 직원들의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동림산업의 불법파견 소송을 돕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삼표지회 한 관계자는 "예고도 없이 정체 모를 회사 직원이 된 데다, 임금마저 깎여 하루하루가 고통인데 소송 일정도 도무지 잡히질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삼표시멘트가 황 회장의 동림산업을 사실상 인적·물적으로 지원하는 격이라 그 배경에 큰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를 맡은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는 "동림산업은 삼표시멘트의 도급업체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법파견으로 볼 만한 부분들이 많다"며 "이같이 된 구체적 배경까지야 알 수 없지만, 불법파견 사실이 인정되면 삼표시멘트는 동림산업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고 그간 삭감된 임금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계열사 출신 직원들도 날벼락
이처럼 동림산업 직원들의 소송이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탓에, 비슷한 상황을 겪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쪽도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2022년 7월, 삼표그룹 자회사인 '에스피네이처' 소속이었던 약 20명의 직원들은 갑자기 '동부산업'이란 곳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이들은 삼척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설비 정비 등을 맡고 있다.
동부산업 직원들이 원래 속했던 에스피네이처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아들 정대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최근 공정위가 삼표그룹 부정거래의 핵심으로 겨냥한 기업이기도 하다(관련기사 고배당 숨은 의도는?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의 에스피네이처 활용법).
동부산업도 황 회장과 부인 및 조카 등으로 구성된 가족회사다. 2009년 설립해 강원 동해시를 중심으로 전기공사와 전기자재 판매 등을 주로 해온 곳이다. 그러다 에스피네이처 일부 직원을 고용 인계하고 약 한 달 지난 2022년 8월 자동차와 기계설비 정비 등을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했다.
동부산업 실적은 비공개 상태다. 기업정보 사이트에는 "회사 측 요청에 따른 조치"로 안내됐다. 동림산업 사례와 달리 동부산업으로 고용이 승계된 과정에서 임금삭감 등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삼표그룹 '핵심 자회사'에서 그간 존재조차 몰랐던 회사로 소속이 바뀐 직원들로선 불만이 작지 않다.
일련의 상황은 대기업인 삼표그룹 자회사 등 직원들이 회사 측 조치로 갑자기 황 회장 회사 직원이 되고 만 사건으로 정리된다. 황 회장 일가 입장에선 새 사업 시작과 동시에 설비와 인력을 고스란히 인계받는 등 삼표시멘트의 전폭적인 지원만으로 수익구조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삼표시멘트 측은 이를 적극 부인한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동림산업은 순환자원 관련 단순 운반만 해오면 저희가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라면서도 "동부산업과는 거래를 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동림산업 및 동부산업과의 거래 배경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현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부산업 한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며 "지금도 삼척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일하고, 주거래처도 삼표시멘트인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들이 속했던 에스피네이처 삼척공장과 동부산업 제2공장의 법인등기부상 주소지는 '삼척항길 11(정상동)'로 일치한다.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내부에 위치한 지점이다.
동림산업과 동부산업 대표로 등기된 황 회장 조카 강 아무개 씨는 일요신문에 "제가 대답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그게 왜 궁금한지도 모르겠고, 전반적인 과정이었을 뿐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자가 보낸 메시지 질의를 읽었지만 답변하진 않았다.
출근 안 하고, 사찰은 문 닫고…'윤석열 40년 지기' 황하영 회장 행방묘연
동림산업과 동부산업 실질적 오너인 황하영 회장은 20대 대선 이후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졌다. 그는 지난 대선 국면 때 윤석열 대통령과 '40년 지기'로 알려진 데다, 아들 황종호 씨도 대통령실에 입성하면서 자신을 향하는 관심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무정스님'으로 불린 심무정 씨가 2012년 동부산업 사내이사로 등기된 지점도 주목을 받았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일정표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무정스님은 여러 언론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중매했다고 소개된 무속인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강원도 동해시 인사로 알려졌지만 실은 경북 청송이 고향이다.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황 회장 친형 부부는 지금도 청송에 산다. 일요신문은 지난 10월 15일 황 회장 고향 마을을 찾았다.
입단속이 있었던 걸까. 황 회장 고향 마을 사람들은 황 회장에 대해 함구했다. 사실과 다른 답변도 있었다. 한 주민은 "(황 회장) 형제들도 가족들도 이 동네 안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회장 형수 임 아무개 씨가 이곳에 살고 있었다.
임 씨는 말을 아꼈다. 처음엔 황 회장을 모른다는 듯 "알아서 뭐 할 거냐"고 했다. 그러나 2시간 후 다시 만났을 땐 "시동생은 시동생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지낸다"며 구체적인 말을 피했다.
황 회장은 2011년 12월 경매를 통해 경기 양평의 '대덕사'라는 사찰 건물과 이곳 토지를 취득하기도 했다. 다만 2018년 9월 10억 원에 되팔았다. 매수자는 강원 동해에 사는 전 아무개 씨였다. 전 씨는 2021년 4월 이를 10억 5000만 원에 다시 팔았다.
일요신문은 지난 11월 12일 양평 대덕사를 방문했다. 인기척 없이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다. 인근의 한 주민은 "(대덕사) 스님이 몇 달 전 다른 곳으로 간 것 같다"며 "절에 사람들이 안 온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동림산업 등 직원들의 일일보고에 매일 "수고했다" 등 격려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하지만 회사 출근은 안 한다고 한다. 바깥 활동도 드물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