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조치훈‘’으로 무럭무럭
▲ 박문요 5단(왼), 송용혜 초단 | ||
도요타-덴소배는 일본이 주최하는 제한시간 각 3시간짜리 격년제 세계 기전.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와 (주)덴소가 후원하고 있다. 32강까지 시상하는데 우승상금은 3000만 엔(약 4억 1800만 원), 준우승은 1000만 엔, 4강은 각 500만 엔, 8강은 각 150만 엔, 16강은 각 50만 엔, 32강은 각 30만 엔이다.
우승 상금 4억 원이면 크다. 거기다 우승자는 도요타크라운 3.5 애슬리트를 부상으로 받는다.
박 5단은 현재 중국 바둑계에서 당당히 서열 4위에 랭크돼 있다. 구리 9단은 1983년생이고 박문요 5단은 1988년생. 박 5단을 얘기할 때면 조선족이라고 하는데, 조선족이란 말은 이제 좀 그만 썼으면 좋겠다. 재중동포 중에는 1992년생 소녀 송용혜 초단도 있다. 송 초단은 얼마 전까지 송롱후이라고 불렸는데 다행히 최근 송용혜로 고쳐졌다.
스물한 살의 박문요, 열일곱 살의 송용혜. 바둑은 정치가 아니다. 그러나 바둑도 스스로의 역할을 통해 어떤 정치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 그런 가능성까지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이들을 생각하면 자꾸 은근한 기대가 고개를 든다. 에둘러 말하자면 이들이 한-중 바둑의 가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아니 가교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거다. 지난날 조치훈 9단이 한-일 바둑의 가교가 됐던 것처럼 말이다. 조치훈 9단이 우리의 대일 정서에 기능한 부분은 크다. 감정의 균형과 현상에 대한 직시다.
박문요와 송용혜를 얘기하면서 중국의 동북아공정 같은 게 연상되는 건 어쩐 일일까.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인데 말이다. 바둑은 가장 비정치적인 문화여서 아주 빠른 속도로 세계화에 성공하고 있는 종목인데도 그렇다. 그러나 바둑도 사람의 일, 정치도 사람의 일. 어찌 감정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며 어찌 곧은 시선으로만 볼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바둑은 박문요와 송용혜를 통해 우리의 대중 정서에도 감정의 균형과 사물과 현상에 대한 직시의 회복을 도와주지 않을까, 도와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중국이나 일본 말고 이제는 대만 쪽에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아니, 한국 바둑계의 미래나 본인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미 틀이 잡혀 버린 중국 바둑이나 다소 정체 상태에 있는 일본보다도 오히려 대만이 더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는 공식적으로 바둑에 투자를 하고 있는 잉창이 바둑교육기금이라는 단체도 있다.
대만 바둑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사는 현재 유경민 5단 한 사람이다. 1981년생. 2005년에 건너갔다. 아직 큰 타이틀전에서 우승은 못해 봤지만 신인왕을 차지했고 어느새 문하생도 기르고 있는데, 최근 두 제자가 입단을 했다. 한 명은 대만 소년. 또 한 명은 얼마 전에 한국기원 여류입단대회를 통과한 이정빈 양(18)이다. 한국기원 이판진 총무부장의 딸인데, 대만에서 유 5단의 지도를 받다가 이번에 귀국해 프로가 됐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