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를 땐 가차없이…컴백 땐 조력자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연예인과 관련한 사건사고 논란에 이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프로그램 제작진도 노심초사하는 처지다. 특히 언제 프로그램을 향해 날아올지 모를 대중의 화살까지 의식해야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제작진은 문제를 만든 연예인이 출연하는 장면을 발 빠르게 삭제하거나 출연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KBS 2TV ‘출발드림팀 시즌2’ 방송 화면 캡처.
#이창명에 유상무까지…KBS 향한 ‘화살’
최근 프로그램 폐지와 신설 등 개편으로 분주한 KBS는 뜻하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렸다.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잇따라 각종 사건 사고에 연루된 탓이다. <출발 드림팀 시즌2>의 진행을 맡은 이창명이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 적발된 것을 시작으로 신설 프로그램 <어느날 갑자기 외.개.인>에 출연키로 하고 촬영까지 마친 유상무는 서울 강남의 한 모텔에서 여성을 성폭행하려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이 논란이 휩싸이자마자 가장 먼저 입장을 내놓아야 했던 곳은 소속사와 더불어 프로그램 제작진이었다. <출발 드림팀 시즌2> 제작진은 이창명의 하차를 알렸고, <외.개.인> 제작진 역시 “유상무가 참여한 녹화 분량을 최대한 편집해 삭제했다”며 “유상무는 프로그램에서 빠진다”고 밝혔다. 자칫 논란의 여파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빠른 대응이다.
사실 KBS는 최근 잇따르는 연예인 논란을 둘러싼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방송사이기도 하다. 특히 공 들여 준비한 신설 프로그램 <외.개.인>의 경우 방송을 며칠 앞두고 벌어진 유상무 사태로 인해 첫 방송 날짜까지 연기해야 했다. 동시에 프로그램을 알리는 제작보고회 일정까지 변경하는 피해까지 입었다.
불법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탁재훈은 3년간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방송으로 돌아왔다. 사진제공=채널A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슈퍼주니어의 강인은 5월 말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자신의 승용차로 서울 압구정동의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였고, 심지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강인이 같은 사고를 다시 일으키자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오늘부터 대학생>은 강인의 출연 분량을 최대한 편집할 뜻을 밝혔고, KBS 쿨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는 강인의 출연을 취소하고 곧바로 후임 진행자까지 확정해 발표했다. 강인의 사고가 프로그램에 미칠지 모르는 여파를 최대한 줄이려는 ‘선 긋기’로 풀이됐다.
# 물의 연예인에 ‘면죄부’…방송사가 적극적
연예인이 만든 논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이 방송 프로그램이지만 반대로 ‘사고 친’ 연예인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돕는 곳도 프로그램 제작진이다. 최근 방송에 복귀하는 연예인들은, 논란에 휘말려 활동을 중단하는 연예인만큼 많다.
3년 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탁재훈은 4월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불법 도박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대외 활동을 멈췄던 그는 3년간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방송으로 돌아왔다. 마치 그 공백을 한 번에 보상받으려는 듯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탁재훈은 채널A <오늘부터 대학생>, 케이블채널 엠넷의 <음악의 신2>에 고정 출연하고 있고, 곧 새로운 음반을 발표할 계획까지 알렸다.
탁재훈은 방송 복귀를 알리려고 출연한 <라디오스타>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줄곧 망가지는 모습으로 임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황당할 수 있던 상황. 이런 마당을 마련해 준 MBC는 탁재훈의 <라디오스타> 출연에 앞서 ‘출연정지 방침’까지 해제했다.
2년 만에 MBC에 복귀한 노홍철. 사진제공=MBC
최근 방송에 복귀한 노홍철도 같은 경우다. 2년 전 음주운전과 거짓말 논란에 휘말려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어서옵쇼>를 시작으로 MBC FM4U <굿모닝 FM>까지 지상파 프로그램들에 대거 나서고 있다. 각 방송사 제작진이 노홍철의 방송 복귀를 적극적으로 돕는 모양새다.
프로그램 제작진으로서는 유명 스타들이 만들어내는 화제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복귀한 노홍철이나 탁재훈은 탁월한 방송 진행 감각을 지닌 인물”이라며 “특히 공백을 끝내고 방송에 복귀하면서 만들어낼 대중의 관심은, 제작진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부문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간과할 수 없다. 사건 사고에 연루돼 사회적인 논란을 야기한 유명인들을 다시 TV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봐야하는 과정에서 정작 대중의 의사는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