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이길 거야’ 비비디 바비디 부~
▲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정지원(정): 최근 박상오 선수의 경기 후 기록을 보면 평균 20점, 10리바운드에 근접하는 기록들이 꾸준하게 나오더군요. 다른 선수들이 대부분 부진한 가운데 단연 팀의 뉴 에이스로 부상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본인의 기량이 급성장한 것인가요?
박상오(박): 처음에는 제게 출장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양)희승이 형과 (송)영진이 형이 부상을 당하면서 제 출장시간이 갑자기 확 늘어나게 됐어요. 경기를 많이 뛰다보니 자신감이 커지더라고요. 사실 루키시즌이었던 지난해에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의욕만 앞섰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정: 김태술, 양희종, 함지훈 등과 프로 입단 동기인데 지금까지 동기들 중에 누가 제일 잘 풀린 것 같아요?
박: 제 생각에는 함지훈이 제일 잘 된 것 같아요. 이미 팀에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해요. 많이 부럽죠. 사실 그 친구가 당시 10번째로 지명됐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갔어요. 함지훈은 저와 함께 농구대잔치 우승 멤버인데 실력은 정말 최고였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그 친구보다 앞 순위로 지명된 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정: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현역으로 군대를 갔다 와서 동기생들보다 나이가 세 살이나 많다고 들었는데요. 군대를 갈 때만 해도 농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면서요?
박: 제가 방황하던 시절이었죠. 저와 친한 친구들이 모두 농구를 그만두고 일반 학생으로 돌아갔었죠. 보통의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사실 당시 중앙대는 12명 엔트리 진입 자체가 어려웠거든요. 저도 그 안에 들질 못했어요. 운동하기가 너무 힘드니까 그냥 군대나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 보통 농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이하게도 현역 입대를 했어요. 혹시 군대에서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박: 제가 말년 병장 때였죠. 새로 온 이등병은 운동복 색깔이 주황색으로 당시 고참들과 달랐어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서 저도 그 주황색 운동복을 입고 그 신병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죠. “저도 이제 막 들어온 신병입니다. 그런데 저보다 한 달 먼저 입대하셨더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더니 그 신병이 갑자기 목소리를 깔면서 “그래 내가 앞으로 잘 해줄게. 당분간 우리 잘 견디자”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밤에 점호 끝나고 다시 말년 병장으로 돌아온 제가 막사에 누워 있으니까 그 신병이 저를 보더니 한참동안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제가 “나 사실 제대 한 달 남았거든?”하니까 그 이등병이 벌벌 떨면서 울려고 하는 거예요(웃음).
▲ 사진제공=부산KTF매직윙스 | ||
박: 경험해보니까 지는 게 익숙해지면 8연패까지 갔다는 사실도 모를 수 있어요. 사실 선두권 팀들의 선수들을 보면 다들 거기서 거긴데 경기장에서 만나면 주눅이 들더라고요. 보통 이기는 팀은 고비를 잘 넘기죠. 반면에 지는 팀은 중요한 순간에 ‘나 때문에 오늘도 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승을 타는 팀은 설령 지고 있더라도 ‘나 때문에 오늘도 이길거야’ 또는 ‘내가 골을 못 넣어도 동료들이 리바운드를 잡아서 결국 넣어 줄거야’ 라는 자신감이 선수들 사이에 팽배하죠.
정: ‘진정한 프로가 뭔가’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박: 일단 자기 몸 관리가 철저한 선수가 프로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아프면 실력 발휘를 못 하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KT&G 주희정 선수처럼 부상 없이 꾸준하게 잘하는 선배들을 본받고 싶어요.
정: 어차피 팀은 최하위를 면하기 어려워졌는데 올 시즌 박상오 선수의 목표가 있다면요?
박: 이제 정규리그 4경기가 남았어요.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하고 싶어요. 그게 잘 안된다면 적어도 6라운드에서는 승률 50%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5승을 하는 것이 목표예요. 올해는 라운드 당 5승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팀은 최하위지만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서 “KTF에 박상오 같은 선수가 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요즘 KTF 경기를 보기 위해 사직체육관을 가면 ‘완소남 박상오’ ‘공룡’ ‘둘리’ 등 박상오의 별명을 쓴 피켓들이 꽤 많아졌다. 박상오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완소남’보다는 ‘공룡’이나 ‘둘리’와 같은 친숙한 별명이 맘에 든다고 한다.
유머를 즐겨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박상오도 한때 심각하게 방황한 시기가 있었다. 다시 코트로 돌아와 멋지게 재기한 박상오가 말한다. “농구를 그만두고 싶은 후배들이여! 철없을 때 코트를 떠나보니 농구가 다시 하고 싶어서 미치겠더라. 실력이 된다면 절대로 포기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하라. 그러면 반드시 충분한 보상이 찾아올 것이다.”
CJ미디어
아나운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