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줄다리기’ 초범 아니다?
▲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요즘 프로야구계에 묘한 루머가 하나 나돌고 있다. 이는 바로 KBO와 에이클라 사이에 뭔가 밀착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된 소문들이다. 이는 곧 양측의 계약 사이에 특혜가 존재한다는 내용으로 연결된다. 최근 불거진 에이클라와 케이블 방송사들의 중계권 협상 난항의 원인이 에이클라가 KBO로부터 특혜를 받고 중계권 대행을 맡았기 때문이라는 것.
루머는 확장됐고 KBO 고위층 인사의 가족이 에이클라와 특수한 관계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최근에는 KBO 전·현직 고위층 인사와 구단 관계자 등이 주도적으로 에이클라가 중계권 대행사가 되도록 힘을 썼다는 내용까지 보태졌다.
이에 대해 에이클라의 이재명 총괄이사는 “그런 루머를 들어보긴 했지만 대응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중계권 대행사가 되려는 경쟁업체들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KBO의 하일성 사무총장 역시 “특혜 계약을 했다면 에이클라가 떼돈을 벌었어야 하는데 내가 알기론 지난해 에이클라가 손해를 봤거나 잘됐어도 본전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특혜 시비는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싸게 가져가 떼돈을 벌었을 때 불거지는 사안인데 이건 그게 아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양측 모두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체결된 계약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구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나돌고 있는 루머가 사실성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에이클라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 쪽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악성 루머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반면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KBO와 에이클라는 200여억 원에 3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년에 200여억 원이면 에이클라가 특혜를 받았다고 보기 힘든 액수다. 그렇지만 한 야구인은 “실제 계약 내용은 3년에 200억인지, 어떤지 어떻게 아느냐?”며 여전히 의혹을 떨치지 못했다.
# 대행사가 자초한 화?
반대로 에이클라가 KBO와 너무 고가에 중계권 대행 계약을 체결한 게 문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에이클라가 제시한 금액에 KBO가 동의해 계약이 체결되는 과정은 정상적이었고 특혜가 없었을 지라도 경쟁사에 비해 너무 높은 금액을 내세운 게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것.
결국 에이클라가 KBO에 200여억 원을 지불한 뒤 수익을 내려면 방송사들로부터 높은 중계권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이번 중계권 협상 난항이 불거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이에 대해 에이클라 이재명 총괄이사는 “그 정도 금액이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면서 “뛰어난 시청률 지수와 광고력을 놓고 볼 때 여전히 프로야구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프로야구의 가치로 보면 오히려 싸게 계약한 것”이라며 “이승엽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요미우리 자이언츠와는 얼마에 계약했는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하 총장의 말처럼 한동안 SBS스포츠가 일본 프로야구 중계권료로 100억 원을 지불했다는 설이 나돌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SBS스포츠 측은 “100억 원설은 사실무근이다. 그 절반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 야구 해설위원은 “20억 원 정도에서 정리된 것으로 안다. SBS 측에서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괄이사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해외 스포츠 콘텐츠는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으며 엄청난 고가에 구입해오면서 시청률 지수나 광고 효과가 훨씬 뛰어난 프로야구 중계권만 담합해서 깎으려 들어선 안 된다”는 게 이 총괄이사의 설명이다.방송사 관계자들은 동원하는 장비에 따라 편차가 좀 있긴 하지만 연간 25억~30억 원 정도의 중계 제작비가 들어간다며 중계권만 구입하면 되는 해외 콘텐츠와 중계 제작을 해야 하는 국내 프로야구와의 단순 비교는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연간 25억~30억 정도라는 중계 제작비가 부풀려져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에이클라가 방송사가 중계 제작한 콘텐츠를 IPTV에 파는 과정을 둘러쌓고도 논란이 계속되는 중이다.
# 이게 처음이 아니다?
거듭되는 중계권 현상 난항에 세간의 관심사는 에이클라라는 업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애초 특혜 루머가 나돈 까닭 역시 처음 듣는 생소한 업체가 KBO와 중계권 대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었다.
에이클라는 지난 2006년 KBO로부터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해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를 선보이며 프로야구계와 인연을 맺어 2008년부터 3년간 케이블 TV 중계 대행권을 따냈다. 에이클라는 KBO와의 중계권 계약을 발판으로 지난 2월 KBL과도 2009-2010 시즌부터 2012-2013 시즌까지 향후 4년 동안의 중계권 대행 계약도 따내며 급성장했다.
이런 에이클라의 급성장이 KBO와의 중계권 계약 때문이라는 까닭에 관련 루머가 양산됐던 것이다.눈길을 끄는 사안은 에이클라의 홍원의 대표이사가 인터내셔널이스포츠그룹(IEG)과 케이지티씨알 업체에서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세 회사 모두 각각의 법인이지만 대표이사가 같고 법인 상의 본점 주소 역시 동일하다.
우선 케이지티씨알은 지난 2006년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모터스포츠대회인 ‘씨제이(CJ)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을 개최해온 업체다. 또한 IEG는 e스포츠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다. 특히 지난 2007년 불거진 e스포츠 대표 프로 게임리그인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중계권 갈등 당시 IEG가 중계권 사업 대행사였다. 당시 중계권을 둘러싸고 한국e스포츠협회와 게임 방송사의 협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갈등 국면까지 치달았다 겨우 타결됐었다.
결국 에이클라 한 업체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지 모르지만 IEG와 케이지티씨알까지 홍 대표가 이끄는 회사를 모두 더해 놓으면 스포츠 업계에서 이들 회사가 갖는 영향력은 상당해진다. 또한 이미 한 차례 e스포츠 중계권 협상 난항으로 눈길을 끌었던 홍 대표가 이번에도 프로야구 중계권 협상 난항의 중심에 서있다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