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는 수익성 악화 우려, 소비자는 제품 안전성 걱정
PB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제품생산을 위탁해 유통업체 브랜드로 출시한 상품을 말한다. 최근에는 PL(private label)상품이라는 용어도 많이 쓰인다. PB상품은 유통·마케팅 비용 등을 줄일 수 있어 제조업체들의 같은 상품보다 가격이 보통 20% 이상 저렴하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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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PB상품(왼쪽)과 이마트의 PB상품.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PB상품은 매출을 올리고 자사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롯데마트는 전체 매출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5년 6%에서 지난해에는 25%를 넘어섰다.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피코크 역시 2013년 출시 후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PB상품이 개발·출시된 배경에는 성장 한계에 부딪친 대형 유통업체들의 활로 모색도 포함돼 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PB상품은 유통업체가 스스로 차별화하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구매 욕구를 충족시켜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PB상품이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지 오래다. 한국유통학회가 2012년 발표한 <유통업체 PB상품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에 따르면 제조사들은 PB상품 확대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낮은 납품 가격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라고 응답한 바 있다.
실제로 PB상품 제조사의 25%는 유통업체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불이익이 예상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강요당했다고 응답했다. PB상품의 판촉비용을 부담한 제조업체도 70%에 달했다. PB상품의 품목과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는 최근에는 이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업계 관계자도 적지 않다.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 홈플러스 PB 고춧가루 상품은 식중독균이 발견돼 판매가 중단됐고, 2012년 이마트 PB 참기름은 발암 물질이 발견돼 전량 회수 조치된 바 있다. 최근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PB상품의 피해도 상당하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현행법상 PB상품은 그 종류와 생산방식에 따라 유통사와 제조사 간 부담해야 하는 법적 책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획 단계부터 안전성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 부분을 더 명확히 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상용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PB상품의 가장 큰 문제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비해 너무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것”이라며 “유통업체는 상품의 기획과 사후관리 등 전반적인 문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통업체들의 PB상품이 본래 취지대로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에 모두 이익이 되게 하려면 제조업체에 대한 배려는 물론 안전성에도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재은 인턴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