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공략 해법 찾아야 ‘삼수’ 성공
▲ 강원도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세번째 도전에 나선다.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창립 총회 장면. 사진제공=강원도국제스포츠위원회 | ||
기본적으로 리우데자네이루는 평창과 직접적으로 큰 연관이 없다. IOC의 불문율 중 하나인 대륙안배 원칙을 고려하면 평창에게 크게 불리할 것도 없지만 어차피 남미에서 열리는 첫 올림픽인 까닭에 평창뿐 아니라 다른 경쟁도시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탈락은 향후 평창의 동계올림픽 개최에 ‘아주 조금만’ 아쉽다. 만일 시카고가 2016년 올림픽을 가져갔더라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미국의 리노-타호 또는 덴버가 자연히 이를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평창의 주 경쟁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독일의 뮌헨과 프랑스의 안시 등 유럽도시들이기 때문이다.
다음 도쿄의 탈락은 무조건 평창에게 유리하다. ‘대륙안배 원칙’에 따라 IOC가 2016년 하계올림픽을 도쿄에 줬는데, 2018동계올림픽까지 인근의 평창에 양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마드리드의 탈락은 너무나 아쉽다. 만일 마드리드가 2016년의 주인공이 됐다면 올림픽은 2012년 런던(하계)-2014년 소치(러시아 동계)에 이어 3회 연속 유럽대륙에서 열린다. 그렇다면 2018년 동계는 거의 비유럽대륙, 그것도 아시아지역이 최우선지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시카고의 탈락은 이변이었다. 하지만 도쿄와 마드리드의 ‘선전 후 탈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도쿄는 객관적인 올림픽 개최 여건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IOC 내 득표력이 떨어진다는 ‘선거 노하우 부족’이 패인이었다. 실제로 게이오대학 방문교수를 맡고 있는 김운용 전 IOC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9월 18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4개 도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도쿄의 경우) 표를 모으는 기술이 부족하다면 이기기 힘들다”라고 정확하게 진단했고, 이것이 최근 일본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 강원도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세번째 도전에 나선다. 동계올림픽 유치 기원 행사. 사진제공=강원도국제스포츠위원회 | ||
이번에 코펜하겐을 다녀온 국내 스포츠외교전문가는 “한국에서는 마드리드가 탈락한 주된 이유가 2012년 런던에 이어 연달아 유럽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건 두 번째 이유다. 이미 ‘차기 위원장’으로 낙점받을 정도로 IOC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토마스 바하 부위원장(독일)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즉 IOC 내에서는 이미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독일의 뮌헨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마드리드가 2016년의 승자가 되면 2018년까지 올림픽이 4회 연속 유럽에서 열리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마드리드 탈락의 첫 번째 이유는 뮌헨이고, 두 번째가 런던인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운용 전 부위원장도 “마드리드는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마란치 명예위원장 때문에 다크호스였다. 결국 IOC위원들은 마드리드의 1차투표 1위, 최종투표 진출로 사마란치의 면을 세워주면서 최종적으로 명분이 가장 좋았던 리우를 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카고가 힘없이 떨어져 나간 것이 이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토마스 바하와 뮌헨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바하는 1976년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변호사다. 독일의 체육회장을 맡고 있고, 뮌헨의 2018동계올림픽 유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당초 이번 121차 IOC 총회에서 열리는 IOC 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 유력했으나, 뮌헨에 대한 지지를 받는 조건으로 자크 로게 현 위원장이 단독입후보하도록 협조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독일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바하는 50명이 넘는 IOC 위원을 초청했고, 공식적으로는 “뮌헨을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자신의 세를 과시한 바 있다. 뮌헨은 지난 11월 8일(한국시간)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신청서를 IOC에 제출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IOC 내에서 평창의 2018 동계올림픽 유치는 앞선 두 번의 도전보다 훨씬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평창의 최대 라이벌은 뮌헨”이라고 공공연하게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웅 위원은 “한국이 이기려면 외부에 과시하는 전시용 유치활동이 아닌 IOC 내부사정에 밝은 스포츠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내분없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시카고의 패배와 함께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도 도쿄와 마찬가지로 영향력 있는 IOC 위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독일의 IOC 전문 소식지인 <슈포르트 인테른>은 10월 4일자 보도에서 한 IOC 전 위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37년 전 애브리 브런디지 이후 영향력 있는 IOC 위원을 배출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김운용 전 부위원장의 낙마(2005년) 이후, 국제유도연맹 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됐던 박용성 현 대한체육회장이 물러났고, 이건희 전 삼성 회장도 국내 사법처리와 함께 IOC 위원직을 자진 정지해버렸다. ‘아테네영웅’ 문대성이 선수위원으로 선출됐지만 그 영향력이 아직 미미하기만 하다.
여기에 IOC 총회 직후 같은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선거에서 한국의 조정원 현 총재와 낫 인드라파나 IOC 위원(태국)이 격돌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 지원설, 인드라파나에 대한 비난 등으로 IOC 위원들 사이에서 반한감정이 생겨났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한국은 IOC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주역’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2018 평창’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원이 최대 115명인 ‘IOC 위원들의 세계’를 공략하고, 또 이런 임무를 담당할 스포츠인재를 국가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