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건너지 마라”…룸살롱 출입·SNS 사용·여성과 일대일 만남 ‘자제’
이를 바라보는 연예계 관계자들과 남성 연예인들은 편치 않다. 언제든 자신이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각 연예기획사 내부적으로도 각종 금지령과 행동지침이 내려왔다.
우선 룸살롱으로 향하는 발길부터 뚝 끊겼다. 소위 말하는 ‘2차’(남성 고객이 접대부와 성관계를 맺는 행위)가 없는 ‘텐프로’뿐만 아니라, 박유천이 다녀온 것으로 알려진 ‘텐카페’를 비롯해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업소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박유천이 룸살롱에 출입하는 모습이 한 매체의 카메라에 포착됐듯, 업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불거진 것이 아니라도 스타가 룸살롱에 출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룸살롱의 매출 3분의 1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책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예계 관계자들의 룸살롱 출입은 잦다. 화류계와 연예계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바다.
왜 연예계 관계자들의 룸살롱 출입이 잦을까?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그들이 ‘지하’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밀보장, 작은 룸 안에서 벌어진 일과 나눈 대화는 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물론 박유천 사건의 경우 ‘성폭행’이라는 범법 행위가 결부됐기 때문에 이례적인 사안이라 하더라도 이번 일은 업계 불문율이 깨졌다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크게 불편해하고 있다.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JYJ 맴버 박유천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청에서 근무를 마친 뒤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퇴근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게다가 박유천은 최근 자신을 처음 고소한 여성을 공갈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한 언론 매체는 “고소장에는 이 여성이 ‘중국으로 갈테니, 합의금으로 10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대목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정황을 기준으로 미루어 본다면 이 여성이 박유천을 고소하기 전 소속사를 통해 합의를 미리 제안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이번 사건이 돈을 노린 사건인 것으로 결론난다면 ‘비밀보장’이라는 불문율은 사실상 깨졌다고 볼 수 있다.
한 화류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박유천 개인을 넘어 화류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며 “같은 사안이 반복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 몇몇 손님들로 인해 접대부들이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화류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각 소속사들은 스타들의 SNS 사용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팬들이 스타들에게 접근할 방법이 거의 없었던 반면, 요즘은 SNS를 통한 직접적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상무 역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과 SNS를 통해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SNS가 ‘스캔들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SNS를 통해 연락을 취해온 여성들과의 흔적을 지우는 것도 필수 과제다. 박유천의 경우 몇 해 전 벌어졌다는 피해를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하는 여성들이 등장하면서 ‘설마 나도’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추가적으로 피해를 주장하는 2, 3차 여성들의 경우 이미 적잖은 시간이 지나 성폭행 주장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유천의 가해 여부를 떠나 새로운 피해자가 등장하며 박유천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최종 판결에서 박유천이 이길지는 몰라도 이미 여론재판에서 졌다. 재판 결과를 통해 여성들의 잘못된 주장을 뒤집는다 하더라도 박유천의 이미지를 원점으로 돌리기는 힘들다.
유상무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과 SNS를 통해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SNS가 스캔들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실제로 몇몇 여성들은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기도 한다. 결혼하지 않은 미혼 스타라 할지라도 성과 관련된 스캔들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를 노리고 접근한다면 빠져나기기 쉽지 않다”며 “보도 특성상 일반인 여성의 경우 실명이 거론되지 않고, 의도대로 상대방을 압박할 수 없더라도 사건이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스타와 소속사들이 선처해줄 것이란 그릇된 생각과 막연한 기대를 갖고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각 연예기획사들은 소속 스타들이 일반인 여성과 개인적 만남을 갖는 것도 ‘당분간 삼가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미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오랜 기간 소통하며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여성이라 할지라도 사적인 만남 후에는 어떤 곤란을 겪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만 있었던 자리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여성도 피해 입증이 어렵지만, 남성 스타 역시 무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물리적 증거가 없어 법적 다툼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미 만신창이가 되기 십상이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예계의 ‘모럴 해저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유명세를 악용한 범죄가 적잖이 발생하기 때문에 스타들은 더 외진 곳으로 숨어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박유천, 유상무 등을 둘러싼 성 스캔들은 단순히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된 씁쓸한 단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