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수’도 못한 한국 ‘끝내기’ 하는 중국
▲ 2008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월드 마인드스포츠 대회에서 2위에 오른 한국 선수단. | ||
물론 한·중·일이 각축할 것이다. 아니, 요즘 일본은 풀이 좀 죽어 있으니 여기서도 한·중의 대결이 될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금메달 3개를 독식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한국 2 중국 1’이냐, ‘중국 2 한국 1’이냐의 싸움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어쨌든 바둑계로서는, 특히 바둑의 체육화를 주장하고 이끄는 사람들에게는 가슴 설렐 만한 일이다. 체육으로 옷을 갈아입은 후 전국체전에 들어가고 이제 마침내 아시안게임 무대에 서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올림픽 무대도 눈에 보인다. 꿈같은 일이다.
금메달 3개를 싹쓸이하지는 못하더라도 좌우간 금메달을 따온다면 이건 시쳇말로 대박이라는 것이다. 바둑의 위상이 다시 한 번 크게 올라갈 것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정부도 바둑을 다시 볼 것이며 그에 따라 바둑에 대한 정부 지원의 문이 활짝 열리리라는 것이다. 같은 체육이라도 금메달 종목과 비금메달 종목은 대우의 차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꿈에 부풀어 하는 사람들 속에서 몇 가지 걱정과 우려의 소리도 들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다.
우선 대표선수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여자 쪽은 감독, 코치가 정해졌고 선발전이라도 치르고 있지만 남자 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조용하다는 것이다. 8월이면 반년도 남지 않았다. 다른 종목 같으면 1년 전쯤에는 선수가 결정되고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합숙훈련을 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바둑이야 태릉선수촌에 들어갈 것까지는 없겠지만, 선수 단장 감독 코치 주무 등 선수단 구성은 해 놓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고개를 흔든다.
바둑은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풍부하므로 한두 달 전에라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정도는 아니다. 중국처럼 집단연구를 하고, 인해전술로 나오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전열은 가다듬어야 한다. 여자 선수들은 더 훈련시켜야 한다. 중국 여자 선수들은 구리 9단, 콩지에 9단 등 세계 정상급 남자 선수들에게 훈련을 받고 있다는데 말이다.
단체전 출전 선수 엔트리를 남자는 후보 1명을 포함해 6명, 여자는 후보 1명을 포함해 4명으로 제한한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물론 주최측 중국이 그렇게 한 것이지만, 개인전이 아니라 단체전인 만큼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축구는 11명이 하는데 11명만 가고, 야구는 9명이 한다고 9명만 가느냐는 것이다.
가령 엔트리가 10명쯤 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어린 선수들이 세계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게다가 금메달은 군대 문제도 걸려 있다. 군대를 가는 것이 좋냐, 안 가는 것이 좋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시안게임 참가는 대한바둑협회 소관이고 프로기사는 한국기원 소속이어서,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사이에 뭔가 협조,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어려워서 그런 것일까. 그것도 이상하다. 지난해 중반에는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곧 통합될 것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지금 들리는 소리는 당분간 어렵다는 것이다. 아니, 물 건너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통합 자체가 어색한 얘기였다. 서로 하는 일이 명백히 다른데, 왜 통합을 하려고 하는지 설득력이 약했다. 기왕에 필요가 있어 대한바둑협회라는 게 생긴 것이니 그냥 따로 있으면서 일을 분담하고 협조하는 것이 원안이다.
양쪽의 직원들이야 물론 처음부터 공감하지 않았다. 일자리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는데 좋아할 리는 없다. 한국기원 이사장과 대한바둑협회 회장이 고교 선후배 사이여서 통합 얘기가 나오고, 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랬다면 그건 더 이상한 일이다. 지난해까지는 사이가 좋았는데, 올해 사이가 나빠졌다는 얘기인지…. 원,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그건 그렇고 2014년 아시안게임은 인천에서 열린다. 거기도 당연히 바둑이 들어간다. 그러나 2018년 인도 아시안게임부터는 불확실하다. 바둑이 아시안게임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국제적 로비가 필요하다. 단장, 감독의 역할도 그래서 중요하다. 바둑이 체육이라면, 체육으로도 합당한 대우를 받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좀 서두르자.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