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현수와 한국 뜰 수밖에 없다”
▲ ‘이정수 파문’에 불을 지핀 안기원 씨가 이번 인터뷰에서 안현수가 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음을 밝혀 앞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안현수 아버지는 인터뷰 도중에 안현수가 오는 4월 23, 24일 국가대표선발전 이후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안현수 아버지 인터뷰와 유태욱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의 반박 인터뷰를 차례대로 정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이정수 문제에 안현수 아버지가 나섰는지에 대해 의아해 한다.
▲선수 부모가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이나 불만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가 굉장히 어렵다. 특히 대표팀 선발 권한을 쥐고 있는 연맹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끌고 가지 못한다. 난 워낙 오래 전부터 빙상연맹과 대치 상태에 있었고 연맹 눈치 안 보고 할 말 하고 사는 사람이다보니 선수 부모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날 찾는다. 이번 일도 이정수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권수현의 아버지가 연락을 해와 시작된 일이고, 단순히 서명만 받아서 이정수 아버지를 도와주려고 했던 게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이정수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공항에서 자필사유서를 쓴 이유에 대해 정확히 밝히질 않았다.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 선수가 강요에 의한 사유서를 쓰지 않았다면 공항에서 굳이 그런 식으로 말을 흘렸겠나. ‘발목 상태는 괜찮다’ ‘체육회 감사를 통해 얘기하겠다’는 말들은 강요에 의해 사유서를 썼다는 긍정의 표현이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가 어떻게 계주에 출전할 수 있단 말인가. 정수가 진짜 부상 때문에 경기에 뛰지 못했다면 공항에서 떳떳하게 그 사실을 밝혔을 것이다.
―이전부터 쇼트트랙의 파벌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한 바 있다. 도대체 그 파벌의 중심이 누구인가.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유태욱 부회장이 이끄는 비한체대파와 전명규 부회장의 한체대파가 서로 나뉘어 심한 싸움을 했다. 가장 큰 피해자가 안현수다. 한체대 소속 선수로 전명규 부회장 밑에서 훈련을 받은 현수는 코치부터 선수들까지 유태욱 부회장 라인의 견제로 대표팀에서 제대로 훈련하지 못하다가 결국 여자대표팀으로 옮겨가서 훈련을 했을 정도다. 그러다 2009년 초 올림픽을 앞두고 박성인 빙상연맹 회장의 주선으로 두 사람이 화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파벌 싸움의 당사자들이 화해를 했으면 쇼트트랙의 발전을 위해 힘을 뭉쳐야 하는데 오히려 두 사람이 힘을 합해 코치 선임부터 대표팀 선발까지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그게 가장 실망스럽다.
▲ 안기원 씨는 “현수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지만 내가 데리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 ||
▲해마다 두 차례에 걸쳐 선발전이 열리던 게 갑자기 한 번으로 줄어들었고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현수는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이를 두고 여러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했고 연맹에 항의했지만 선발전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현수를 대표팀에 뽑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때 한체대에서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은 전명규 교수가 연맹 부회장으로 일한다. 안현수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지 않았겠나.
▲현수가 성남시청에 입단하게 되면서 전명규 부회장과 거리가 멀어졌다. 전 부회장은 현수가 계속해서 자기 밑에 있길 바랐다. 하지만 성남시청이 현수를 강하게 원했고, 전 부회장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 대안없이 성남시청에 가지 말라고 하는 전 부회장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우린 전 부회장이 어떤 대안을 제시해주길 기다렸지만 끝내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성남시청에 입단하게 됐는데 전 부회장은 그때 현수에게 인연을 끝내자는 소리까지 했다. 한체대파라는 이유로 가장 심하게 고생한 선수가 현수인데, 실업팀 입단 문제로 스승과 인연이 끝난 것이다.
―4월 23일 대표팀선발전이 열린다. 이때 안현수도 참가할 예정으로 알고 있는데, 안현수가 대표팀에 선발된다고 해도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을 것 같다.
▲연맹 쪽에서 날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다른 부모는 다 가만 있는데 왜 자꾸 나서느냐며 못마땅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맹 입장에선 현수를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긴 힘들 것이다. 그래서 어제 현수한테 국가대표팀선발전이 끝난 뒤 외국으로 나가자고 얘기했다. 사실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월드컵대회가 열렸을 때 러시아빙상연맹 회장과 그쪽 코치가 나랑 현수를 만나고 갔다. 러시아에선 2014년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선수 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 현수가 러시아대표팀에만 들어온다면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대표팀에는 이전 미국대표팀을 맡았던 장권옥 코치가 가게 된다. 미국대표팀에서도 현수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대표팀의 전재수 코치도 현수가 미국으로 온다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러브콜을 보내왔다. 아버지 입장에선 돈보다도 아들이 마음 편히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길 바랄 뿐이고, 이젠 그 시점이 왔다고 본다.
―그렇다면 안현수가 러시아 또는 미국대표팀에서 뛸 수 있다는 말인가.
―현 대표팀 코치진들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들었다.
▲한 분은 폭행사건으로, 또 한 분은 비리사건으로 연맹에서 퇴출된 코치들이다. 그런데 잠잠해지니까 그들을 다시 대표팀으로 불러 들였다. 코치들이 연맹을 상대로 자신의 주장을 펴기 어려운 게 이런 구조 때문이다. 즉 그들의 목숨은 연맹 두 부회장의 결정에 달려있고 코치들이 연맹 임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빙상계에 재미난 스토리가 있다. 유태욱 부회장이 이끄는 ‘목동파’(목동아이스링크장 이용하는 선수)와 전명규 부회장의 ‘한체대파’(한체대 링크장 이용하는 선수), 그리고 ‘분당파’(성남시청 링크장 이용하는 선수)로 나뉜다고. 유태욱 부회장은 빙상연맹 부회장과 실업연맹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용인시청 감독으로 일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감독이 부회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대표팀 선수 선발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안 씨는 밴쿠버올림픽 때 선발전에서 4위를 한 최정원 대신 김민정이 대회에 출전했던 건 최정원의 부상보다는 김민정이 용인시청 소속 선수였거나 입단 예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가 외국 대표팀 선수로 뛰는 것과 관련해 빙상연맹에 문의한 결과 연맹 측은 “현지에서 1년간 거주한 뒤 양국 빙상연맹의 동의가 있으면 국적을 바꾼 후 그 나라 선수로 뛸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황제로 불리던 안현수가 미국이나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에 출전한다? 정말 너무나 서글픈 쇼트트랙의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정수는 4월 2일 대한체육회로부터 감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수가 이 자리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한 빙상인은 “정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하게 된 이유는 부상이 아닌 지도자의 권유 때문이라고 말한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정수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진술을 했는데, 만약 감사 결과 이정수의 세계선수권대회 불참 이유가 부상 때문이 아닌 걸로 나타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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