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아빠의 반격에 이번엔 딸이 코너로 몰려
그런데 끝난 줄만 알았던 싸움이 다시 불붙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경영권에서 밀려난 아버지가 새 회사를 설립하고 딸이 운영하는 가구점 코앞에 초대형 매장을 오픈했다”고 한다. 피 튀기는 ‘부녀 전쟁’ 제2막이 열린 것이다.
피 튀기는 ‘부녀전쟁’의 제2막이 올랐다. 오쓰카가구의 경영권을 잃은 아버지 가쓰히사 회장(왼쪽)이 새로운 가구회사를 차려 딸 구미코 사장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정작 딸의 오쓰카가구는 적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ANN 뉴스 캡처.
급기야 양측은 번갈아가며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를 비난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다. 인신공격성 발언도 난무했다. 먼저 가쓰히사 회장은 “내가 나쁜 자식을 키웠다. 내 인생 최대 실수는 딸을 사장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구미코 사장은 “시대가 바뀌었다. 아버지의 경영방식으로는 회사의 미래가 없다”며 맞받아쳤다. 여기에 어머니 지요코 씨까지 나서 “구미코가 아버지를 아버지로서 취급하지 않는다”고 눈물로 호소했으니, 한편의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결국 경영권 분쟁은 딸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주주총회에서 아버지인 가쓰히사의 회장 퇴임 요구안이 61%의 지지를 받아 가결된 것이다. 기세를 몰아 구미코 사장은 자신의 경영방침대로 중저가형 가구사업을 확대하고,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는 등 ‘새로운 오쓰카’로 태어나기 위한 개편을 단행했다.
반면 대결에서 밀려난 아버지는 장남 가쓰유키 전무와 함께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절반 가까이를 팔아 ‘다쿠미 오쓰카’라는 새로운 가구회사를 차렸다. 다쿠미는 일본어로 ‘장인’을 뜻한다. 여전히 그는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가구를 판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1년 후. 한바탕 소동극을 빚었던 오쓰카 가구가 또 다시 난국을 맞고 있다. 아버지를 밀어내고 경영권을 쥔 구미코 사장 체제가 적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오쓰카 가구는 올해 말 결산에서 16억 엔(약 185억 원)의 적자를 계상하고 있다. 6년 만의 적자인 데다 사상 최대 적자다.
원인은 매출액의 폭락이다. 사장에 취임한 구미코 씨는 아버지가 만든 비즈니스 모델부터 갈아엎었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전담 직원이 손님 곁에 따라다니며 제품을 안내하는 회원제 영업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이에 반해 구미코 사장은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는 점포를 모토로 삼아 상징적이었던 회원제를 폐지하고 ‘보통 가구점’을 추구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고객이 찾아오질 않았다. 전문가들은 “오쓰카 가구가 고급노선을 부정하고, 중급노선을 지향하고 있으나 고객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영컨설턴트 야마다 오사무는 “이케아나 니토리 같은 저가도 아니고, 예전처럼 고가도 아닌 어정쩡한 전략이다. 지금의 오쓰카 가구로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쓰히사 회장이 오쓰카가구 창업지인 가스카베시에 오픈한 일본 최대 규모 가구 매장. 딸 구미코 사장에게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사진출처=다쿠미 오쓰카 홈페이지
이렇듯 곤경에 처한 구미코 사장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 아버지 가쓰히사 씨의 활약이다. 새로운 가구회사 ‘다쿠미 오쓰카’를 설립한 가쓰히사 회장은 지난 6월 29일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에 대형 가구매장을 오픈했다. 총면적만 2만 7000㎡로 가구·인테리어 공간으로서는 일본 최대 규모다.
그런데 위치가 의미심장하다.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딸 구미코 씨가 사장으로 있는 오쓰카 가구 매장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스카베시는 오쓰카 가구가 창업된 특별한 장소다. 이에 <산케이신문>은 “아버지와 딸이 창업의 땅에서 다시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비록 경영권에서는 밀려났지만, 절치부심한 아버지가 딸을 상대로 창업지에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기사에 의하면, 다쿠미 오쓰카는 국내외 고급가구를 중심으로 본격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출입구에 안내카운터를 만들어 판매원이 방문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전문화된 접객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모을 것이라고 한다. 가쓰히사 회장은 “오쓰카 가구 때보다 훨씬 진보된 판매 방법을 펼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고급브랜드가 기본 방침이며, 회원제에 의한 영업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대중적인 가격에, 친근한 점포를 지향하는 딸 구미코 씨와는 대조적이다.
이로써 상권이 겹치는 창업의 땅에서 아버지와 딸의 경영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쓰카 가구에서 수십 명의 사원들이 다쿠미 오쓰카로 전직했다”고 한다. 특히 부장 등 간부급 이동이 적지 않았다. 딸 구미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고객도, 사원도 아버지에게 뺏기기 시작한 딸의 심경은 복잡할 수밖에 없을 터. 더구나 지난해 경영권 쟁탈전에서 딸은 주주들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 ‘배당금을 대폭 올리는’ 결단을 내렸었다. 그 결과, 대주주였던 아버지 가쓰히사 씨가 경영권 다툼에선 패했을지 몰라도 전기(前期) 배당금만 1억 5000만 엔(약 17억 원)을 챙겼다. 즉 새로운 회사의 자본금을 딸 구미코 씨가 대준 것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주간포스트>는 “지난해와 전세가 완전히 역전된 양상이다. 일본에서 가장 스케일이 큰 부녀싸움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인 <주간플래시>는 “과연 성장기의 과도기인지, 아니면 이대로 계속 하락할 것인지 구미코 사장이 기로에 처해 있다”고 보도하면서 “일본의 가구시장은 고급노선과 저가노선으로 양분화되어 있다. 구미코 사장이 노리는 가격대의 수요는 아직 미지수다. 아버지와의 싸움 외에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끝나지 않은 부녀 간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