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셋 중 하나 ‘시정질의 그게 뭐죠?’
제7대 부산시의회의 전반기 의정활동 모습.
[일요신문] 지난 7일 제7대 부산시의회 전반기 의정활동이 마감된 가운데 전반기 동안 시정질문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의원이 무려 1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산시의회 전체 의원 수인 47명의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의회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중의 하나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인 점을 감안하면 부산시의원의 상당수가 자신의 본분을 내팽개친 셈이 된다. 의정활동은 뒤로 제쳐두고 자리만 보존했다는 거센 비난까지 나온다. 이런 사항을 중심에다 놓고 부산시의회의 전반기 활동에 대해 짚어봤다.
2014년 이해동 의장을 중심으로 출발한 제7대 부산시의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부산시의회의 전반기 성적표는 전체적으로 양호하다. 성과와 과오가 분명 상존하지만 평가의 바로미터가 되는 의정활동이 비교적 활발했다.
제7대 부산시의회는 전반기 동안 총 71번의 시정질문을 펼쳤다. 이는 6대 전반기 동안에 이뤄진 총 38번의 시정질문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규칙 또한 6대 전반기보다 25.4%가 증가했다. 특히 의원발의 조례 중 3건은 전국 최초의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특위활동 활성화도 성과로 꼽힌다. 부산시의회는 7대 전반기 개원과 동시에 원전특위와 공기업특위 등 2개의 특위를 가동했다. 지난해에는 부산시 문화시설과 기관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위한 문화특위를 구성했다. 이 가운데 공기업특위는 공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관피아’를 비롯한 임직원 인사, 복리후생제도의 문제점 등을 밝혀내기도 했다.
물론 성과만 보이지는 않았다. 우선 청렴도 평가 순위도 하락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2013년 처음 도입된 지방의회 청렴도 측정에서 종합 순위 전국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015년에는 4위로 주저앉았다. 이는 의원 2명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상실하고 보궐선거가 치러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잡음도 있었다. 최근 불거진 김진영 의원의 이른바 ‘갑질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10일 밤에 술을 마신 후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던 중에 요금문제로 기사와 다퉜다. 특히 자신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들을 고발까지 했다.
하반기 원 구성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것도 빼놓을 수가 없다. 이해동 의장과 하반기 의장을 맡기로 한 백종헌 의원 간에 시의회 사무처 인사 문제로 갈등이 폭발했다. 이후 갈등이 봉합되기 했으나 백 의원이 측근인 손상용 의원에게 지나치게 휘둘려 향후 이것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의정활동과 관련해 주목되는 결과가 나와 지역오피니언들의 비판의 소재가 되고 있다. 재적의원 47명의 3분의 1이 넘는 무려 17명의 의원이 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시정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공한수·권칠우·김남희·김수용·김영욱·김흥남·백종헌·손상용·안재권·이상호·이종진·이해동·전봉민·정동만·조정화·최영진·황대선 의원 등(가나다 순)이다.
이 가운데 김수용·정동만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보궐선거로 당선됐다. 당선 후 의정활동 경력이 짧아 시정 질문을 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권칠우·백종헌·손상용·이해동 의원 등은 의장단 활동 때문에, 공한수·김흥남·전봉민 의원은 상임위원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연구 활동에는 힘이 부쳤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8명의 의원들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단 한 차례의 시정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의회 의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우선 의회가 집행부에 무한정으로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회의 운영의 효율을 위해 현재 회의규칙에는 회기당 10명 이내로 인원제한이 있다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정질문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의원의 경우 지역구의 해묵은 민원을 소재로 시정질문 펼쳐 자신의 인지도를 부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2년 동안 단 한 번도 시정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입법 활동과 더불어 집행부에 대한 견제가 의회를 양립하는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지적은 더욱 힘을 얻게 된다.
지역 야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은 지역현안이 많다 못해 홍수를 이룰 정도였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와 시 산하단체 및 부산시교육청을 향해 쓴소리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정활동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동부산발전연구원 김동기 사무국장은 “시정에 대한 감시가 의원의 기본채무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2년 동안 시정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리만 보전하면서 그냥 놀았다는 것”이라며 “이러고도 다음 선거 때 표를 구걸할 수 있을지 참으로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의원들의 해명은 상임위 활동에 치중했기 때문이란 게 주를 이뤘다. 황대선 의원은 “상임위 활동에 전념하다보니 시정질문에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남희 의원은 “시정질문에 대한 자료를 준비했으나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소속 상임위가 복지환경위원회인 관계로 사회복지분야 현안에 더욱 집중했다”고 밝혔다. 최영진 의원은 “하반기가 시작되자마자 시정질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7대 부산시의회의 하반기 의사일정이 8일 시작됐다. 백종헌 의장이 이끄는 제7대 부산시의회의 남은 2년의 모습이 어떨지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또한 전반기에 각기 다른 개인성적표를 받아든 의원들이 하반기에는 어떤 활동을 펼칠 것인지에 시민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모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