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도크 가동중단을 넘어 철수설까지 제기되면서 전북도와 도내 정치권이 대책 논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본지, 5월27일 <뉴스와 시각> ‘군산의 눈물’ 예고···현대重군산조선소 쳐다만 보는 전북도)
전북도와 도내 정치권·관련 기관은 12일 도청 상황실에 모여 군산조선소 구조조정 관련 긴급 대책 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군산시를 넘어 전북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만큼 조선소 가동중단을 미리 막자는 취지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직접 선박을 발주하는 계획 조선의 필요성이 거론됐으며, 정부의 지급보증, 정치권 지원 등의 의견이 함께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하진 도지사는 “1차적으로 중앙 정치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도내 정치권의 협력을 당부한 뒤 “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정부에 군산조선소 실정에 맞는 건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산조선소 철수문제가 공론화돼 지역경제 위기감이 고조되자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다.
정부와 현대중공업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계획이 급물살을 탄 5월 이후 전북도 차원의 논의는 전무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난 5월 순차적 도크 가동중단 언급에 이어 7월1일 군산도크 폐쇄 가능성을 발표했다. 지난 7일에는 배정된 군산건조물량 LPG선 2척을 울산조선소에 재배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선박건조 수주부진으로 비상이 걸린 현대 중공업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면서 군산조선소가 ‘조선소(造船所)의 심장’이라는 도크의 가동중단을 넘어 철수단계를 밟고 있지 않으냐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런 예고에도 불구하고 ‘골든타임’격인 두 달이 넘도록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전북도와 정치권이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의 핵심에 생산설비 감축과 인력 구조조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와 부산, 울산, 경남 등 4개 시·도는 지난 5월 25일 시․도지사 명의로 채택된 ‘조선·해양산업 위기극복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작성해 중앙부처에 제출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들은 위기상황에 직면한 조선과 해양업계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정부 공통(7건) 및 개별건의사항(시․도별 5건)을 협의 채택하고, 중앙정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반영을 요청했다.
여기서 의문이 든 것은 바로 ‘전북은(?)’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도 대규모 인력 및 생산시설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과연 전북도는 무엇을 하고 있는 가였다.
구조조정에 따른 피해 최소화 대책이나 강력한 반대 논리를 개발해 여론을 선점하고, 조선산업의 청사진을 밝히며, 도민들의 힘을 결집하는 데 앞장서야 할 때가 아닌 가해서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계획에 대해 전북도가 적절한 시기에 최선을 다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 이날 대책회의 전까지 무려 두 달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북도가 이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를 사실로 확인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북도는 지난 4개 시·도지사 명의로 채택된 ‘조선·해양산업 위기극복 대정부 공동건의문’에서 빠졌다.
작금의 현실에서 지역 내에 대형 조선소를 갖고 있는 지자체라면 응당 타 시도와 긴밀한 공조관계를 취하며 그때그때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전북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북도 당국은 5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날 공동건의문이 채택된 사실도 모른 채 “그런 게 있었느냐”식으로 반문했다. <일요신문>이 전북도에 연락을 취한 것은 취재 목적도 있었지만 너무도 조용한(?) 도 당국에 엄습해오는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취지도 컸다.
이들 4개 시·도는 공동건의문 채택에 이어 조선업이 정상화 될 때까지 ‘과장급’으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유기적으로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등 조선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전북도는 국장급에 이어 ‘과장급 공조 라인’에서도 배제된 형국이다.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북도는 “군산시가 나름대로 나서고 있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울산 본사의 하청조선소에 다름없어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며 “군산조선소 측이 “만나길 꺼려해서 못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화살을 조선소 측의 소극성에 돌린 셈이다.
그러면서 전북도는 “그나마 어렵게 면담 일정을 잡아 다음달 초 울산 본사를 방문해 현황을 들어 볼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군산출신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을 만나 하소연을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전북도가 ‘유력하게’ 내놓은 대책인 셈이다.
이날 간담회에서의 논의도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내놓은 대책이 고작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현대와 중앙정부에 군산조선소 존치 필요성을 건의하자’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위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를 위한 전제로 정부 해당 부처를 통한 현대중공업 경영진과의 접촉 이후 물량배정에 관한 논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민간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영리 회사인 만큼 조선업 전반적인 불황에 따른 침체 상황에서 과연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이 통용될 수 있겠냐는 의구심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북도와 정치권의 제안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지역 관가 주변에선 민선 6기 전북도정이 현대 군산조선소 유치가 민선 5기 김완주 전 도지사 당시에 이뤄져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삼락농정과 탄소산업, 토탈관광 등 자신의 3대 핵심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초기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소극적 자세로 나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군산조선소 문제가 전임 지사의 치적 사업이어서 전북도정에서 ‘서자(庶子)’ 취급받고 있다든지, 아니면 전북도의 위기 대응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얘기다.
지금부터라도 ‘영혼없는’ 건의서 작성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에 성심성의껏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자초한 불신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2.01.26 14: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