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요신문] 신윤성 기자 = 다소 이른 듯해 보였던 의령군의 인사가 지난달 말경 단행됐다. 인사결정이 있기 한두 달 전부터 특정 공무원의 승진설이나 배정설이 나돌기 시작했었다. 때로는 하루아침에 천지개벽을 했다는 내용과 함께 처음과는 달라진 경우도 소문도 빈번했다. 그래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했던 내면의 짐작이 가능하다.
집행부와 알력이 있었던 의령군의회 소속 직원은 단 한 명도 승진이나 자리이동이 없었다. 또 의령읍장을 다소 한직으로 평가되는 시설관리사업소장으로 배정했다. 일명 찍힌 공무원에게 내려지는 극점에서 또 다른 극점으로 배정하는 인사이동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비리와 연루되어 징계를 받았던 공무원이 징계 시기가 만료됨과 동시에 승진이 결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결정 때문에 대다수가 승진내정자였음을 인정하는 모 팀장이 승진에서 제외되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번 의령군의 인사를 두고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와 함께 무난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취재 도중, 최근 혈서파동으로 전국적으로 의령이라는 곳이 관심 지역으로 떠올라 고개를 들 수도 없다는 일부 군민들은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군민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인사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은 당연히 짚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군수나 공무원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군민이기 때문이다.
앞선 내용의 비슷한 전개가 의령군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님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적극적인 지지자의 의견은 대본이 되고 선거에 개입한 공무원은 인사의 주인공이 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너무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비현실적인 스토리의 전개는 시청자인 군민의 자제력을 시험케 하는 막장인사였다는 주장이다. 비평의 이유는 더 있다.
결국, 이번 인사의 결과로 조기 퇴직을 결정하는 사무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라면 잘 된 인사라는 자평을 내리며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평생을 공직생활에 받쳐온 사람이 명예롭지 못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은 맹수가 살아가는 살벌한 야생과 비교해도 나아 보이는 점이 없어 보여 씁쓸하다.
어쩌다 무리를 벗어난 암사자가 또 다른 맹수무리의 공격을 받아 무참히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순간 떠올랐다. 반대편에 서지도 않았고, 또한 적극적으로 현직 군수를 돕지도 않았지만, 진적에 적과 아군으로 나눠져 버린 의령군의 분열은 최대의 이슈거리인 인사의 후기를 논하는 시기에 맞춰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인사에 있어서만큼은 동료나 선, 후배가 아닌 치열한 경쟁자나 적이 되어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비정한 공무원의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럴수록 공정함과 넘치는 아량으로 자칫 무너질 수도 있는 내부 기강을 바로잡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형평성의 잣대를 내미는 곳이 바로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여야 한다.
하지만 전 행정과장은 모든 인사의 권한은 군수에게 있다는 구실로 모든 책임을 회피했다. 잘됐던 아니던 모든 것이 군수의 결정이었다는 그의 답변에는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의 답변으로는 분명 적절치 못해 보였다. 여기에다 군수의 의중이었다지만 역대 4급이 배정되었던 기획실장의 보직 요건 충족자를 배제하고 아직까지는 5급인 자신을 배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를 두고 일부 군민은 10월경 자격요건을 갖추게 되는 전 행정과장에게 군수가 의도적으로 기획실장을 맡기거나 스스로 자리를 거머쥐려는 조치임을 추측을 하고 있다. 오히려 공무원 내부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공무원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군민의 질문이 쇄도했다. 그래서 담당부서에 현재 4급 승진의 자격요건을 갖춘 공무원의 수(인적사항 제외)를 물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기자의 질문에 정보공개법상 위법의 요지가 있으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인근 시군과 경상남도에 같은 내용의 질문을 던져봤다. 의령군의 답변과는 달리 모두 공개결정을 전해왔다. 이러한 결과를 제시하며 재차 담당자에게 질문을 하자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질문의 핵심을 벗어나기에만 급급해 했다.
다소 희망적인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직원의 승진이 있었다. 그 한 직원을 두고는 너무 잘된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누구도 딴죽을 걸려고 하지 않는다. 일만 죽으라 하는 대다수의 공무원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는 호평이 있을 정도다. 또한 편을 따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제한하는 취지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특정 권한의 남용을 막아 선거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법을 무시하고 선거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이유는 능력위주의 인사보다는 측근을 따지는 민선제도의 폐습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의령군의 인사에서도 이러한 폐단을 없앨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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