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졸중에 걸리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져 최근엔 30대 가운데서도 ‘돌발사고’를 당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뇌졸중의 증상을 알아내는 뇌혈류 측정 검사 장면. | ||
뇌졸중은 이처럼 기온차와 관계가 깊다. 통계상 뇌졸중으로 인한 돌연사는 환절기인 3∼4월과 10∼12월에 집중돼 있다.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와 인하대의대 홍윤철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평균 기온이 5℃ 떨어지면 뇌졸중 환자가 평상시보다 1.4배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뇌졸중 입원 환자 5백45명의 발병시기를 분석한 결과다.
뇌졸중은 한방에서 말하는 ‘중풍’으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뇌혈관 질환이다. 암에 이어 우리 나라 사망원인 질환 가운데 2위를 차지한다. 그것도 암이 여러 종류의 종양질환을 통칭하는 것이고 보면 실질적으로 단일질환으로서는 최대의 사망원인 질환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해마다 10만명 정도 환자가 발생해 이중 20∼30%가 사망한다. 발병하면 예외없이 뇌 손상이 일어나는 만큼 생명에는 지장이 없더라도 팔 다리가 마비되거나 말을 못하게 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얻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이 1.5∼2배 가량 더 많이 걸리며 뇌졸중 환자의 평균 연령은 약 62세다. 하지만 45세 이하의 젊은 층도 약 10%를 차지하며 그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므로 절대 방심하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요즘은 20∼30대에서도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 피가 통하지 않아 생기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크게 구분된다. 뇌출혈이 뇌경색보다 초기 증상이 심하고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지만 대체로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뇌경색이냐, 뇌출혈이냐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지므로 뇌졸중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CT나 MRI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원래 한국인에게는 뇌출혈이 더 많았지만 콜레스테롤 등 고지혈 동맥경화 요인이 늘어나면서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60%를 넘어설 정도로 반전되었다. 미국의 경우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85%에 달한다고 한다.
한달 전부터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오던 직장인 박아무개씨(52세). 피곤이 쌓여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아내의 권유로 병원을 찾아 촬영을 해보니 뇌혈관 하나가 거의 막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칫 뇌혈관이 터질 수도 있을 정도로 뇌졸중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뇌졸중으로 뇌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뇌에 혈액공급이 잘 되지 않아 뇌세포가 죽어가면서 초기 증상으로 어지럼증과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별다른 이유없이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오래 계속될 때,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경우에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날 때는 뇌혈관 검사가 필요하다. 실제로 한 대학병원이 단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 1백90명을 조사한 결과, 23%가 경미한 초기 뇌졸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아직 중하지 않더라도 뇌졸중이 진행되고 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가볍게 혹은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팔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없어진다. 손에 힘이 빠져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는 등 익숙하던 일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거나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한 쪽으로 자꾸 몸이 쏠린다.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몇번씩 되묻기도 한다.
▲눈 앞이 흐릿해지고 물체가 2개로 보인다.
▲평소에 없던 심한 어지럼증이나 두통, 구토가 생겨난다.
만약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는 어떻게 응급처치를 하는 게 좋을까. 최대한 빨리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적어도 3시간 이내에 신속한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야지 자가요법 등에 의존해 시간을 끌면 치료시기를 놓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김종성 교수는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는 3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 치료를 하면 60% 이상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응급조치가 잘되면 대부분은 약물과 재활치료 등으로 치료가 가능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30% 이하로 떨어진다. 약물치료와 함께 신속한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보행장애나 반신마비, 언어장애, 기억력 장애 등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뇌졸중은 일단 치료되더라도 항상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경을 써야 한다. “한번 뇌졸중에 걸리면 1년내에 10%, 5년내에 30%가 재발한다. 얼마나 열심히 예방 관리 노력을 하느냐에 재발 여부가 달려 있다”고 김종성 교수는 설명한다.
뇌졸중에 특히 잘 걸리는 사람, 주의해야 하는 사람은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 심장병 등이 있거나 비만인 사람, 흡연과 과음을 자주 하는 이들이다.
▲고혈압`=`뇌졸중 환자 10명 중 8명은 혈압이 높은 편이라고 말할 정도다. 고혈압 환자는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의 4∼5배에 이른다.
▲ 동맥경화`=`동맥은 70% 이상이 막혀야만 자각증상이 있을 정도로 감각이 둔하다. 몇년간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동맥경화가 진행되다 어느 순간 뇌졸중이 생길 수도 있다. 동맥의 벽이 굳어져 탄력성이 감소하면서 내막에 기름이 끼는 동맥경화가 진전되면 작은 혈압 변화에도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동맥경화는 나이가 들면서 잘 생기기 때문에 특히 50세 이후부터는 나이에 비례해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
▲당뇨병`=`당뇨병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5∼3배 정도 위험하다. 당뇨 환자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호모시스테인이라는 체내 독성 단백질이 동맥경화를 유발해 뇌졸중을 악화시키기 때문인데, 호모시스테인은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여 줄일 수 있다. 엽산은 바나나 오렌지 시금치 등에 많다.
▲심장병`=`과거에 관상동맥 질환이나 울혈성 심부전증이 있었다면 뇌졸중 위험도는 2배 정도 높아진다.
▲비만`=`비만인 사람에게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많으므로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복부비만도 뇌졸중과 관련이 크다.
▲가족력`=`직계 가족 중 뇌졸중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흡연`=`담배 속의 니코틴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동맥경화의 원인이 될수 있다. 1.5∼3배 정도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한다. 담배를 끊으면 5년 이내에 뇌졸중 발생 위험도는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
▲과음`=`술을 조금 마시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지만 술을 절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 자주 과음을 하는 경우에는 위험이 커진다.
▲스트레스, 피임약`=`이외에도 장기간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뇌졸중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5배 정도 높아지고, 과다한 스트레스는 혈관을 좁게 만드는 불필요한 지방의 대사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갈시키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와 관련, 참을성이 없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일수록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위와 같은 여러 요인들 가운데 중복된 소인을 갖고 있는 사람은 특히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뇌졸중 발병이 늘어나는 환절기에는 대단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 있으면서 흡연을 하는 사람은 보통의 흡연자보다 발병 가능성이 몇배 높아지고, 두 가지 요인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사람보다는 무려 20배나 위험성이 높다.따라서 이런 위험 요인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 2내과 배형섭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