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구단은 ‘깜깜’ 선수관리 또 구멍 뚫려
공연음란죄로 사법 처리 위기에 처한 김상현에 대해 kt 구단은 임의탈퇴 처분을 내렸다. kt 위즈 홈페이지 캡처.
김상현은 2군에 소속돼 전북 익산에 있던 지난달 16일 자신의 자동차 내부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건은 경찰 조사가 마무리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이 내용은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가량이 지난 12일 오후 사건이 보도되며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공연음란죄로 사법 처리를 받을 위기에 처한 김상현에 대해 kt 구단은 이미 임의탈퇴 처분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이들은 크게 3가지 의문을 품고 있다.
#의혹 1. 왜 공연음란죄인가
이번 김상현 사건에서 공연음란죄의 기준에 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안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김상현이 자신의 음란행위를 시인한 상태에서 ‘공연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과거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관람할 수 있는 상태 하에 현출시키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 김상현은 주택가에서 자동차 창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안이었다고 하지만 얼마든지 행인이 발견 가능한 상태였다.
공연음란죄는 이처럼 음란행위의 공간이 개인적인 곳이라도 공연성이 갖춰진다면 적용이 가능하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록 자택에서 벌어진 일일지라도 외부에서 ‘관람’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공연음란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김상현이 행동이 더욱 이해되지 않는 점은 얼마든지 의지만 있었다면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 현장으로 알려진 kt 2군 숙소와 운동장이 있는 곳은 익산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조금만 차를 몰고 나가도 왕래하는 이가 적은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가 최소한 창문을 열어놓지만 않았어도 행인에게 발각될 확률만큼은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최근 들어 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자동차 내부에서 창문을 열어 놓거나 야간에 실내등을 켜는 등의 방식으로 노출이나 음란행위를 일삼는 ‘신종 바바리맨’이 등장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로 간주되는 만큼 적발 시 처벌을 피하기는 힘들다. 김상현 사건도 이들의 행태와 유사한 점이 있어 처벌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상현이 경찰 조사에서 “순간적으로 성적 충동을 느껴서 그랬다“고 밝힌 만큼 ‘신종 바바리맨’처럼 의도적인 행위는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 의혹을 받을 만한 상황이긴 하다. 한편 공연음란죄는 형법 제245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 다만 초범인 경우 대개 기소 유예 처분을 받는다.
#의혹 2. 왜 kt는 인지하지 못했나
전성기를 구가했던 KIA 시절의 김상현.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김상현의 소속팀 kt는 사건 발생일 이후 보도가 되기까지 1개월이 가까운 기간 동안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수관리에 철저한 프로 스포츠 팀인 만큼 소속 선수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사건을 담당한 익산경찰서는 프로야구 선수를 조사한다고 해서 이를 팀에 알릴 의무가 없을뿐더러 조용히 처리하길 원했기 때문에 팀에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상현 본인이 조기에 보고할 수는 없었을까. kt는 언론에 사건이 보도된 12일 경기 시작 직전에서야 자진 보고를 받았다. 이전까지 김상현은 1개월여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경기에 나섰고 12일 당일에도 선발로 출장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12일 선수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고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선발명단 발표 시간이 지나갔다. 이후 경기 도중 코칭스태프에 사건을 알렸고 곧장 선수교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김상현의 보고가 뒤늦게 이뤄진 것에 대해 “선수 개인의 판단 하에 이뤄진 행동이라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현재는 선수가 귀가 조치 됐기 때문에 이를 묻기 위해 연락을 취하기도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kt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개인의 일탈이지만 구단의 선수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2013년 창단해 지난해 1군 리그에 참가한 kt는 1년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써 네 건이나 선수 신상과 관련된 사고가 터지며 ‘책임론’에 휩싸이고 있다. 이에 팀은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로 칼을 빼들었다.
#의혹 3. 김상현, 명예회복 가능한가
김상현은 kt가 임의탈퇴 처분을 내림에 따라 최소 1년이 지나야 복귀가 가능하다. 그마저도 구단의 동의와 KBO 총재의 허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난 겨울 최대 4년 17억 규모의 FA 계약도 그에게 의미가 없어졌다. 계약 해지와 달리 임의탈퇴는 팀에서 잔여연봉을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단, 8억 원으로 알려진 계약금은 당시 지급이 완료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징계로 베테랑 김상현의 선수생활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년간 훈련에 참여할 수도 없을뿐더러 임의탈퇴가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몸 상태를 알수 없는 최하위 팀의 36세 야수를 데려갈 팀이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상현의 징계가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는 지난해 SNS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장성호·장시환 사건 이후 선수 문제에 대해 ‘원아웃’ 제도를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음주운전이 적발된 오정복은 10경기 출장정지와 사회봉사 징계를 받았다. 김상현의 임의탈퇴와 비교하면 턱없이 가벼운 징계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야구선수가 현역에서 물러난 뒤 프로팀이나 유소년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상현은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필 김상현이 연루된 사건이 성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라 지도자의 길을 걷는 데 큰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