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사업 한다고 해 돈 꿔줘” 진술…정킷방 등 상습도박도 드러나
안지만 선수. 삼성 라이온즈 제공.
안 씨는 “검찰 조사에서 지인이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해 빌려줬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안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했고 관련 인물들과의 통화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또 검찰은 다른 프로야구 선수도 관여됐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안 씨가 도박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안 씨는 2014년 12월 2회에 걸쳐 조직폭력배들이 개장한 마카오 VIP 도박방인 ‘정킷방’에서 수억 원대 도박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제보자 진술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안 씨가 같은 삼성 라이온즈 투수 윤성환과 함께 도박을 한 정황을 찾았다. 경찰은 이들이 지인 계좌를 활용해 도박을 해온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지만은 2014년 12월 마카오에서 조직폭력배가 개장한 정킷방에서 바카라 도박을 하고, 국내에서 추가로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씨와 윤 씨는 지난달 초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고 모두 혐의를 부인해 왔다. 두 선수 모두 해당 시기에 마카오에 간 것은 맞지만 도박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던 것. 결국 안 씨는 지난 21일 해외 원정도박과 국내 인터넷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로 검찰에 송치됐다.
윤 씨는 참고인 중지 의견으로 송치됐다. 참고인 중지란 피의자의 혐의 입증을 위해 참고인 진술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참고인이 소재불명일 경우 사법처리를 보류하는 조치를 말한다. 경찰은 핵심피의자인 정킷방 운영 총책 박 아무개 씨(32)가 지명수배 중이기 때문에 이들이 귀국해 수사가 시작될 경우 윤 씨에 대한 수사도 재개할 예정이다.
안 씨에게 남은 것은 불명예뿐이다. 안 씨가 소속된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7월 21일 오후 KBO에 안 씨에 대한 계약 해지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이는 같은 날 경찰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2시간 25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삼성은 지난 1월 경찰 조사가 진행될 당시만 해도 무죄추정원칙 아래 안 씨와 윤 씨를 전지훈련 명단에 합류시키기도 했다. 삼성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안지만에 대해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함에 따라 구단은 해당 선수와의 계약 해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계약 해지는 방출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조치다. 규약 제47조에 따르면 구단은 선수계약, KBO 규약 및 이에 부속하는 규정을 위반한 경우, 또 충분한 기술능력을 고의로 발휘하지 않는 경우 구단에 의한 계약해지를 KBO에 요청할 수 있다. 또 계약 해지 관련 규약에는 ‘계약을 위반한 시점 이후 활동을 하지 못해 선수가 받지 않아야 하는 비율의 연봉과 계약해지 이후 기간에 비례하는 계약보너스에 해당하는 금액을 즉시 구단에 반환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구단이 안 씨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 씨는 2014시즌 이후 4년간 총액 65억 원에 FA 계약을 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퇴출뿐이다. KBO는 규약 상 품위손상행위로 인해 참가활동 정지 중징계를 내릴 예정이라 다른 팀으로의 이적도 불가능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도박으로 얼룩진 프로스포츠계 ”쪽박 차는 거 보고도 또!“ 예전부터 스포츠 선수들이 도박 혐의에 연루돼 물의를 빚어 왔다. 지난 2008년 당시 26명의 프로야구 선수들이 불법 인터넷 도박 사건에 연루됐고 그중 10여 명이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드러났다. 2012년에는 LG 트윈스 에이스였던 박현준 선수가 경기조작 혐의로 KBO리그에서 영구 제명됐다. 당시 법원은 박현준 선수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최근에는 문우람 선수와 이태양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7월 21일 이태양 선수를 불구속 기소했고 군 복무중인 문우람 선수는 군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축구선수들 역시 승부조작 혐의에 휘말린 적이 있다. 지난 2011년 당시 50여 명의 전현직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들 다수는 검찰에 기소됐고 K리그는 선수자격 영구 박탈을 했다. 농구계 역시 승부조작 혐의를 비켜나지 못했다. 강동희 전 감독은 지난 2013년 3월 브로커의 부탁으로 승부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수고비를 챙긴 혐의로 징역 10월에 추징금 4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전창진 전 KGC 감독은 고의로 후보선수들을 투입해 경기의 패배를 유도함으로써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퇴출됐다. [최] |
‘오죽했으면…’ 선수들 부정 방지 교재 발간 사단법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지난 7월 20일 스포츠 분야 종사자들의 스포츠 공정성 인식 강화와 불법·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제작한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스포츠 희망으로 가는 길’ 1,2편을 담은 교육용 DVD를 배포했다. 배포 대상은 프로스포츠 5개 종목(프로야구, 프로축구, 남녀 프로농구, 남녀 프로배구, 남녀 프로골프) 선수들과 임직원, 대한체육회 및 72개 정·준회원 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실업팀, 각 대학 연맹 및 대학팀 등이다. 1부는 ‘정정당당 스포츠의 이름으로’에서는 승부조작, 불법도박, 심판매수, 금지약물 복용 등 최근 늘어나고 있는 스포츠계의 일탈행위들을 유형별로 분석했다. 특히 대학시절 불법도박을 경험했던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 김선형의 인터뷰를 통해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일탈행위에 빠지게 되는 원인과 스포츠계의 환경을 짚었다. 2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길을 묻다’에서는 해외 스포츠 선진국 사례와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사례를 살폈다. 프로스포츠 전체 구단과 구성원, 각 체육단체 등 국내 스포츠 분야 구성원을 대상으로 공통의 내용을 담은 교육용 다큐멘터리 영상을 배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