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서울보증보험·(주)신한, 얽히고설킨 법적 공방전 막전막후
서울보증보험이 보상책임을 두고 KEB하나은행과 법적 공방중이다. 결과에 따라 보증기업이었던 (주)신한과 또다른 법적공방이 예고된다.사진은 서울보증보험 본사. 일요신문DB
지난 7월 초 <일요신문>으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편지의 발신인은 (주)신한의 전 핵심관계자였던 A 씨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수감 혐의 등은 기사와 무관해 미공개함)이다. 편지 내용은 이른바 ‘옥중 토로’ 형식으로 이 중 (주)신한이 KEB하나은행에 지급보증채무가 있으며, 이를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A 씨와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신한은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비자금 창고기업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07년 리비아 주택사업 등을 수주한 종합건설업체(박스기사 참조)다. 현재 대표는 재미교포인 B 씨다.
실제로 신한은 지난 2007년 리비아에서 대규모의 주택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이 과정에서 신한이 리비아 트리폴리의 사하라은행에서 이행보증서를 발급받을 때 당시 외환은행은 사하라은행의 구상권 행사를 보증하는 보증서를 발행했다. 신한은 이 보증에 따른 구상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피보험자를 외환은행으로 지정하는 지급보증보험계약을 서울보증보험과 체결했다.
하지만, 리비아 내전으로 공사 진행이 어려워 신한의 현지 사무소 및 직원들은 국내로 철수시킨 상태다. 신한 관계자는 “리비아 정세가 아직 답보상태인 것은 맞지만, 주택사업은 계속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만큼 리비아 현지 공사 재개마저 아직은 불투명해 KEB하나은행과 서울보증보험의 소송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구 외환은행은 지난해 1월 서울보증을 상대로 200억 원가량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1심에서 법원은 외환은행의 손을 들어줬고, 서울보증보험의 이의제기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보증보험 측은 외환은행과의 200억 원 보험금 청구 소송건은 신한의 리비아주택 건설사업을 둘러싼 보험기간 내 지급보증한 것에 대해 손실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보험 약관을 둘러싼 법리 분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이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가 임박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법원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보증보험의 주장대로 KEB하나은행과 서울보증보험은 보험약관 해석을 두고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실제로 지불이 이뤄지지 않은 보험금으로 약관상 손실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KEB하나은행 측은 보증서에 대해 보험기간 내 보험금 청구가 왔기 때문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손실이라는 주장이다. KEB하나은행 측은 소송 중인 만큼 자세한 언급은 유보했다.
이를 두고 A 씨는 신한 기업거래 관계에서 채권회수가 어려운 만큼 결국 서울보증보험의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 역시 이를 아는 눈치였다. 심지어 A 씨가 서울보증보험에 제보를 통해 의혹 등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A 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서울보증보험의 손실을 1200억 원가량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접 보증 관여를 한 금액은 500억 원 정도이고, 그나마도 외환은행 측과는 200억 원가량만 손실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현재 법적 공방 중인 은행에서 보증서를 발급해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신한이 공사이행을 하지 않아 생긴 문제다. 보증보험 발급은 국내외 은행과 (주)신한, 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관계가 복잡하고 이해당사자가 오픈이 되어 있지 않지만 최종적으로는 당사에서 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보험도 보험법에 의해 운영되고 약관의 내용으로 보상하는데 (KEB하나은행) 청구보험금인 200억가량이 보상 범위를 벗어나 있다. 우리 측은 리비아 공사 지역이 약관 보상 범주에 벗어나 보상을 할 수 없다. 그쪽에서는 보증서가 있으니 보험금 청구소송을 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KEB하나은행과) 다툼이 있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A 씨의 주장대로 KEB하나은행과의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서울보증보험은 (주)신한의 채권변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 채권 미확정분이다.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주)신한에게 받을 것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청구를 제기한 2012년과 2013년 당시 서울보증보험이 신한을 상대로 사전구상권 청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신한이 사전구상권 조항을 행사하지 말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것이 받아들여져 사전청구권 행사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확정채무가 없어 신한을 상대로 손실을 보전할 방법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이와 관련 신한이 서울보증보험의 사전구상권 행사를 막기 위해 거대 로펌을 동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한이 소송신청 전후 사옥매매신탁과 부지매각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회사자본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며, 서울보증보험이 확정채무가 발생해도 채무를 반환받을 수 있는 재산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신한과 보증승인 전인 2007년 당시 재산관계 조사에서는 모든 게 정상적이었다. 당시 신한은 건실했다. 사업 잘하다가 시장 환경이 안 좋아서 도산이나 부도날 가능성도 있지 않냐. 또한 보증서를 한번 발급하면 보험기간 내(관련 보험 만료 2013년 1월)에는 함부로 변경할 수 없다. 그 사이에 신한의 자산 변동사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A 씨가 주장한 일부 의혹에 대해 신한 관계자는 “리비아 공사는 국가적인 대단위 사업이다. 모든 계약관계나 자금흐름은 정상적이었다. 다만, 리비아 내전 등 어쩔 수 없는 현지 사정으로 인해 사업이 일시 정지한 것이지 사업자체가 중단되거나 폐지된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책임이나 보상은 정해진 법에 따라 문제없이 해결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A 씨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특히, 신한 측은 A 씨 등이 자사 오너에 대한 의혹을 수없이 제기해 검찰 등의 수사를 수차례 받았지만 모두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단정할 순 없지만 해외공사를 수행하지 못한 책임은 신한에 있으니, 보증한 우리 회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 “당시 신용 이상이 없었고 기발행된 보증서에 대한 책임론 문제다. 200억 원은 확정채무가 아니지만 손실은 있을 수 있다. 우리 회사가 1년에 5000억~1조 원가량을 보통 보상을 한다. 보증회사에서 보상은 일상적 업무이자 보증보험이 존재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실을 해당기업에서 다 회수하느냐 일부만 회수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개인도 빌려주고 못 받는 돈이 많지 않느냐. 제 생각으론 200억 확정채무가 안될 것이다. 금융기관에서 소송한 것이고 확정 판정이 나 면책이 되면 손실이 없고, 패소해 손실이 발생해도 신한에 구상권을 행사할 것이다. 손실이 발생하면 저희가 책임을 질 것이다. 우리나라 채권회수의 전문기관이다. 면탈을 도와주거나 근무태만은 없다. 금융감시와 감사를 받고 있으며, 시스템적으로 잘 대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공적자금은 정관계 로비를 통한 부채탕감과 부실채권 거래 및 부도직전 회사 돈 빼돌리기에 이용되거나 메우는 데 쓰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재산추적을 소홀히 해 수천억 원을 무리하게 보증하는 사례도 잦았다. 물론 앞서 거론된 (주)신한과 서울보증보험 등도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한의 경우 스스로 변제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서울보증보험 역시 법적 공방전 손실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해외사정을 이유로 늑장대응 한 부분은 공적자금에 대한 인식수준을 반증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1999년 이후 11조 9000억 원가량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지난해 3월 기준 4조 1000억 원가량만을 상환하는 데 그쳤다. 결국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 규모만큼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셈이다.
공적자금은 규모가 아닌 집행과 회수가 가장 중요하다. 버려지는 혈세에 크고 적음이 없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제도보완과 분명한 책임소재, 엄중한 징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공적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주)신한은 어떤 회사인가 (주)신한은 1968년 신한기공건설(주)로 설립하여 1972년 싱가포르 정유공장 배관공사에 참여하면서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1978년 7월에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기도 했다. 1989년 12월 부강공장을 취득하였으며, 1991년 12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다. 1999년 9월 최종 부도로 당좌거래가 중지되고 2000년 2월에 회사정리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후 2001년 6월 (주)에스엔드케이월드코리아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경영권을 인수함에 따라 회사정리절차가 종결됐다. 2002년 1월 메리어트호텔 프랜차이즈 사용 승인을 얻었고, 철도청으로부터 건축분야 우수지정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3년 천안 민자역사 사업자로 선정되었고, 2005년에는 한국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무재해 220만 시간 달성 인증을 받았다. 2007년 리비아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해 5000세대 주택사업 2곳을 수주받기도 했지만 리비아 내전 등으로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계열사로는 (주)에스엔드케이월드코리아, (주)미지엔랜드, (주)천안역사, (주)미지엔리조트 등이 있다. (주)신한은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비자금 창고로 통할 정도로 막대한 자금 흐름이 있었던 회사로 알려지면서 2001년 새로운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일부 정치권과의 유착관계 등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리비아 공사 수주 역시 정부와 정치권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 속에 정작 (주)신한은 이 같은 의혹이 오히려 국가차원의 대공사를 진행하던 기업에 대한 모함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 리비아 수주공사 등을 선제 처리해 주길 바라고 있는 상태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