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2명 전·후반기 의장 추대한다는 합의서에 10명 날인
부산진구의회가 함께 자리한 부산진구청 전경.
부산진구의회는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 금품이 오간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새누리당 소속 A 의원이 여야 의원 서너 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고, 의장 후보직을 놓고 수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불거져 형사고발이 이뤄진 까닭이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끼리 의장직을 두고 담합을 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에 만들어진 합의서에는 여당 의원 2명을 각각 전후반기 의장으로 추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합의서에는 여당 의원 10명이 날인했다.
부산진구의회는 전체 19석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7석, 여당인 새누리당이 12석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7석을 가진 야당 의원들이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해 반쪽짜리 의회가 됐다.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야권이 이를 두고 잇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2일 성명을 내고 “구의회와 구의원이 과연 주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의회 파행 시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보완해 의원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4일 성명을 통해 “부산진구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여야가 경쟁과 타협을 통해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구정을 발전시키라는 민의를 배신하는 행위”라며 “의장단 담합 행위와 돈 선거 의혹에 대한 사법당국의 보다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부산시 기초의회의 파행이 비단 부산진구의회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동래구의회는 최근 의장단 자리를 두고 여야가 자리다툼을 벌였다. 감정싸움으로 한 달간 의회가 열리지 않다가 지난 7월 말에서야 겨우 원 구성을 이뤘다.
북구의회는 의장단 선거에서 드러난 위법성 논란으로 말썽이다. 의장단 투표과정에서 투표용지를 두 번이나 받은 의원이 나온 게 이유다. 또한 전·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각각 나눠먹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로 인해 구설수에 놓였다.
사상구의회도 한 달 이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의장직과 상임위원장직을 서로 밀어주기로 했으나 약속이 깨지면서 일부 의원이 의회에 등원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사상구의회는 8월말까지 1억 2000만 원을 들여 의원들의 개별사무실을 만들기로 했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지역 야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지역 기초의회의 상당수가 민주적 절차와 과정은 없고 오로지 담합이나 나눠먹기 관행만 만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논란을 기점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향후 시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