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갔던 면세점이 발목…‘다양한 카드’ 꺼낸다
실적부진과 주가하락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주가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1일에는 5만 7200원까지 떨어졌다.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것. 지난해 8월 주가가 14만 3000원까지 갔던 것을 생각하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추락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호텔신라가 호텔과 레저부문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는 올해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 설치하기로 하고, 연말까지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면세점 사업은 사업자의 증가로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등 판관비가 늘 것으로 보여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0년 12월 사장직을 맡은 이후 이부진 사장은 면세점 사업 확장 등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호텔신라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 2517억 원이다. 이 사장이 본격적으로 호텔신라 경영에 뛰어들기 전인 2008년 매출이 6583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년 만에 5배 가까이 불린 셈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3남매 중 이 사장의 경영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계 관계자들이 “이부진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며 외모도 이 회장과 판박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사장과 호텔신라 성공에 날개를 달아줬던 면세점 사업이 오히려 최근 실적에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기존에 서울 시내 면세점이 6곳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3곳이 늘었다. 면세사업자도 신라, 롯데, 워커힐, 동화, 4개 기업에서 신세계, 두산이 뛰어들며 5개로 늘었다. 이렇듯 신규 면세점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 지출이 늘어 매출액이 분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 시내 면세점이 9개로 늘었는데 올 연말에 4곳이 또 추가될 예정이다. 전체 면세 시장이 커지지 않는 이상 면세점 사업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전망과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진행되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전에 참여하는가에 대해서 호텔신라 관계자는 “검토 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특히 호텔신라는 내년부터 이 사장의 ‘야심작’ 서울 도심 최초 전통한옥호텔 건립 공사에 들어간다. 서울 중구 장충동2가 신라호텔 부지 내에 들어서는 전통한옥호텔은 총면적 1만 9494제곱미터에 지하 3층~지상 3층 91실 규모다. 호텔 옆에는 레스토랑과 판매시설, 지하주차장 등의 부대시설도 지어진다. 또한 호텔신라는 사업구역 외에도 장충체육관 인근 노후 건물 밀집지역을 매입해 공원 등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데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될 수 있다.
서울 장충동 한국전통호텔 조감도. 출처=서울시
이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건설비용 등 사업비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완공이 목표다. 사업비가 6년에 걸쳐 투입되기 때문에 당장 내년 실적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부진을 타개할 이 사장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호텔신라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장을 내세웠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국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진출해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태국 푸켓에 시내 면세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태국 푸켓의 현지 면세사업자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했다. 이어 내년에는 일본에 추가로 시내 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라호텔은 싱가포르와 마카오에 공항 면세점을 두고 있다. 시내 면세점은 이번에 푸켓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호텔·면세점 사업 외에 ‘신라스테이’를 통해 비즈니스호텔 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호텔신라 정기주주총회에 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주주들에게 “지금까지 쌓아온 양적 성장과 질적 혁신을 바탕으로 2016년을 ‘견실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해’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가 오너 3남매 중 이부진 사장이 경영적인 면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영능력은 위기가 봉착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느냐에서 빛을 발한다. 이번이 이 사장의 중요한 평가대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