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업자가 시에 책임 물어라” 소송 독촉
최근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일대 모습.
전국적인 관심 속에 추진되었던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사업은 민간투자(BTO)사업으로 1623억 원을 투입해 628척의 요트 계류시설·요트전시장·호텔·컨벤션·수리시설 등을 건설하려 했던 사업이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을 주축으로 이뤄진 아이파크 마리나를 사업시행사로 정한 가운데 지난 8년간 끌어오다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해당사업은 요트경기장에 들어서는 호텔이 부속시설이냐 부대시설이냐를 두고 법 해석 차이로 부산시와 시행사 간에 이견을 보이면서 균열되었다. 시는 호텔이 민간투자사업의 부속시설이 아닌 부대시설이며, 따라서 사업자가 민간투자시설과 연계해 지을 수 있을 뿐 민간투자사업의 대상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시행사의 입장은 정반대로 사업 제안 당시 호텔이 수익성 확보를 위한 부속시설로 이미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 1차 실시협약 당시에도 부속시설로 협약을 체결한 만큼 민자사업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시는 호텔을 부속시설로 포함해 협약을 체결할 경우 시행사가 호텔과 요트경기장 시설을 30년 무상사용한 뒤 기부채납하게 돼 과도한 특혜가 된다고 봤다. 하지만 시행사는 호텔을 부대시설로 지을 경우 부지 임대료 부담과 사업 해지 때 지급금 대상이 되지 않아 은행권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마찰은 비단 부산시와 시행사간만이 아니었다. 지난해엔 시행사와 인근 초등학교 간에 행정소송도 벌어졌다. 호텔 위치를 놓고 마찰을 빚다가 결국 시행사가 패소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와 시행사가 실시협약을 변경하기로 하고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부산시는 지난 7월 18일 시행사 측에서 제출한 실시협약 변경안을 반려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부산시는 협상이 결렬된 사실과 함께 해당사업을 정부고시사업 형태로 재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는 그동안 각종 논란이 불거지며 표류하던 사업의 주도권을 부산시가 쥐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또한 사업무산에 따른 책임론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도 해석됐다.
시는 해당사업이 정부고시사업 형태로 추진돼도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연내에 입법되면 사업성이 보장됨에 따라 민간 투자가 활발히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정기국회 통과가 유력시 되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적용받게 되면 그동안 논란이 된 호텔 건립 문제가 풀린다는 것이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예상 조감도.
하지만 해당사업이 시의 바람대로 순탄하게 풀릴지 여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사업이 무산수순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시의 이런 장밋빛 청사진이 결국은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부산시를 겨냥한 책임론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우선, 해당 사업에 소요된 행정낭비와 100억 원에 달하는 매몰비용, 주민 불편, 법적 소송 등 책임소재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비판은 시민단체와 지역정가를 가리질 않는다.
시민비상대책위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지역주민들이 8년에 걸쳐 반대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시는 이러한 의견을 듣는 노력이 부족했다.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도 크다. 즉각 사과해야 한다”면서 “해당 지역주민들과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해당사업을 공공개발로 재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묵 부산시의원(새누리당, 동래구 1, 교육위원회)은 최근 열린 제255회 임시회 시정 질문에서 지난 8년간 중요 현안사업으로 추진하던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민간투자사업의 실패에 대해 시를 강하게 질타했다.
박 의원은 “시는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지난 8년 간 1억 9294만원의 시민혈세와 74회 이상의 실무협상 등 각종 회의, 그리고 22회에 달하는 실시협약 변경안을 고치는 등 엄청난 행·재정적 노력을 투입했다. 민간사업자 역시 109억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으나 결국은 사업이 좌초됐다”면서 “반드시 사업실패 원인과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 부산시장의 진심어린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박 의원은 부산시의 귀책사유가 사법기관의 판결문으로 나온다면 반드시 권한을 행사해 해당 부서장에게 통보하고 구상권을 실시할 것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이를 위한 전단계로 현대산업개발 등 해당사업의 민간사업자가 부산시를 상대로 사업실패에 따른 귀책사유에 관해 손배소송을 반드시 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한편,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부산시의 향후 행보에 시민들의 날카로운 시선만 모은 채 해당사업 무산에 따른 책임론만 확산되고 있다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