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불법임대하고 하도급업체 손실 입힌 의혹…GS건설, 한기실업에 상생합의 파기 통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기실업. 고성준 기자
한기실업은 지난해 GS건설이 하도급 공사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공사단가를 후려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면서 언론 등에 이를 적극 알렸다. 한기실업은 2008년 중랑물재생센터 사업을 추진할 때 GS건설로부터 400억 원 규모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기로 했지만 실제 돌아온 것은 100억 원 규모였다고 했다.
2011년 대전 환경에너지종합타운 조성 민간투자사업과 2012년 부산 남부공공하수처리시설사업 때도 당초 약속한 630억 원대의 30%에 못 미치는 170억 원대의 하도급 공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기실업 박 아무개 대표는 야당 국회의원, 을지로위원회, 시민단체를 찾아가 요청했으나 특별한 답을 얻지 못했고 여당 의원들이 위원장과 고문 등을 맡고 있는 서민민생대책위에 사태해결을 요청했다. GS건설, 한기실업, 서민민생대책위는 수차례 모임과 논의 끝에 지난해 11월 하순 서민민생대책위 사무실에서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GS건설은 부산과 대전, 서울~문산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한기실업에 대한 최초 예상된 직접비 175억 원보다 훨씬 많은 직접비 535억 원의 91%인 490억 원어치 공사를 발주하기로 했다. 이러한 합의 내용은 공정정거래위원회나 법정 공방 없이 대·중소기업 간 소통에 의한 상생 타결로 전인미답의 사례로 평가된다.
그런데 GS건설과 서민민생대책위에 따르면 합의 이후 한기실업은 보유하지도 않은 공사 면허에 대해 면허를 가진 업체나 면허 취득한 이들로부터 현재 확인된 것만 13개 면허를 임대했다. 임대 후 면허를 지자체에 신고 후 이를 근거로 GS건설 공사현장이나 타공사 입찰에도 투입했다. 면허 대여와 임대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서민민생대책위에 따르면 한기실업은 면허를 대여한 곳에 임대할 당시에만 일정액만 지급하거나 4대 보험만 납입한 후 다음 공사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후에는 대가를 지급하지 않거나 공사를 주지 않았다. 또한 한기실업이 하도급 업체들에게도 대금 지급 문제 등으로 손실을 입혔던 사실도 전해진다. 한기실업과 거래에서 10억 원 이상 손해를 본 하도급 업체도 있다는 게 서민민생대책위 지적이다.
GS건설과 서민민생대책위는 한기실업의 하도급업체들의 문제 제기와 증빙을 통해 한기실업을 불러 이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한기실업에서 참석하지 않아 8월 중순 합의 파기를 결정해 통보했다. 또한 서민민생대책위는 8월 중순 박 아무개 한기실업 대표를 사기, 면허불법임대, 위장취업, 조세포탈, 근로기준법 위반, 외환관리법 위반 등 10여 가지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그랑서울에 위치한 GS건설. 사진=최준필 기자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 사무총장은 “한기실업의 실체를 사전에 알았다면 서민민생대책위가 나서지 않았다. 한기실업의 하도급업체들을 위해서라도 GS건설에게 합의를 요청했고 어려운 상황에서 합의를 도출했다”며 “그러나 합의 내용을 비밀을 유지해야 함에도 한기실업은 이를 깨고 합의 사실을 하도급 및 제3자에게 알리면서 하도급업체들을 모집하고 뒤통수를 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사무총장은 “한기실업이 GS건설과 공사계약 후 기존 하도급업체들 대신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기존업체로부터 민원과 여러 차례 연락을 받았다. 이들이 4월 서민민생대책위를 찾아왔고 한기실업에 수차례 경고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한기실업 같은 사례가 국내 대형 건설사 하도급 현장에 또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던지며 가능하다면 반드시 근절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은 그간 한기실업과 하도급관계를 수년째 이어오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GS건설 관계자는 “한기실업은 환경 관련 면허를 가진 것으로 파악되지만 토목, 건축 등 건설공사와 관련된 면허는 거의 없는 상태다. 이를 문제 삼으면 한기실업은 면허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부산, 대전 공사 건은 정식 계약을 체결한 만큼 한기실업이 맡은 부분에 대한 대금은 정상 지급된다. 하지만 아직 착공되지 않은 서울~문산 고속도로 건과 관련해서는 한기실업에 발주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기실업이 이 건도 합의했으니 GS건설이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할까 우려스럽다”라고 덧붙였다.
<비즈한국>은 한기실업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한 달여 가까이 연락을 취했고 모든 내용을 전달했지만 한기실업으로부터 어떠한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