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 주식투자 신화…슈퍼카 자랑으로 유명세…장외주식 손댔다가 위기에
이희진 씨가 CEO(최고경영자)로 있는 미라클인베스트먼트. 사진=미라클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캡처
소위 ‘금수저’처럼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의 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경기도 안양 출신의 고졸인 이 씨는 말하자면 자수성가형이다. 지난 2014년 그의 동생인 이희문 미래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자신의 모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 앞 원룸을 구한다는 글을 올린 것이 발견돼 화제가 된 바 있다. SNS에서 드러낸 평생을 풍족하게 지내온 것 같은 모습과 달리 이 씨 가족의 또 다른 일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이 씨는 자신이 어렵게 자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씨의 중학교 동창을 만나봤다는 몇 명은 이 씨가 그리 가난하지만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어쨌건 지금 보이는 엄청난 부와는 차이가 있다.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재산을 형성한 ‘자수성가’의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 씨의 말 이외에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단지 ‘흙수저’ 출신의 이 씨가 엄청난 노력과 남다른 재능을 통해 애널리스트로서 큰 성공을 거두고 부를 거머쥐었다는 정도로 거칠게 정리할 뿐이다.
자수성가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그가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해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가 한 경제전문채널에서 전문가 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우리나라 나이 27세로 일반적으로 갓 대학을 졸업한 연령에 해당하는 어린 이 씨가 전문가 방송에 출연했다는 점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 정서상 실력이 있더라도 나이가 지나치게 어리면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걸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실력이나 스펙이 좋아도 나이가 너무 어리면 실수했을 때 책임이 모두 방송제작자에게 돌아온다. 왜 검증도 안 하고 출연했냐는 식의 비난을 받는다”고 말했다. 어쨌건 객관적으로 어려운 기회를 잡은 이 씨는 한 번 잡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신뢰감 가는 외모, 뛰어난 말솜씨로 나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고 전문가 방송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
전문가 방송을 시작하고 몇 년이 흐른 2014년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이 씨는 한 증권정보 카페에서 회원인 A 씨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냈다. 통고서는 ‘지난 2013년경 인터넷 사이트에 이 씨 자신에 대한 사실의 적시 및 허위사실의 적시를 통해 이 씨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실추시켰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A 씨가 이 같은 통고서를 받은 이유는 이 씨가 자신의 부모님 명의를 이용해 ‘자작’ 댓글을 달고 커뮤니티를 어지럽혔다는 의혹 등을 A 씨를 주축으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이 씨가 다른 회원 B 씨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입수해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내용증명으로 다시 보내니 더 이상 고소에 관한 이야기는 없어졌다”며 “해당 대화내용은 이 씨가 ‘아이디 중 두 분은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 아이디인데 회원들과 서로 오프라인을 하다보니까(만나다보니까) 친해져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바꾸신 거다. 아들 잘되라는 마음에 계좌를 좀 ‘뻥튀기’한 것은 저희 부모님 잘못이라는 것 저도 알기 때문에 저도 인정을 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채널 A <풍문으로 들었쇼> 방송화면 캡처
이 다툼에서 이 씨의 두 가지 성향을 엿볼 수 있다. ‘가족과 고소’다. 이 씨는 가족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씨의 많은 회사 중 일부 회사 경영에 어머니와 동생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동생은 중요한 계열사인 미래투자파트너스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고소·고발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 씨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이 씨와 관련된 글을 온라인에 올리기만 하면 연락이 와서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피해자모임에 속한 C 씨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고소라는 말 한마디에 순진한 40대, 50대 주부나 평범한 회사원 등은 먼저 글을 지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굴곡은 있었지만 2015년은 이 씨에게 ‘미라클’한 해이다. 그는 온라인에 자신의 슈퍼카를 인증해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인기 BJ와 함께 자신의 부를 자랑한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올리고 이를 발판으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인지도도 얻게 된다. 이 씨의 사업은 더 커지고 계열사는 늘어갔다. 자신의 주식 방송에서도 거칠 것이 없었다. 추천한 회사의 대주주와 친분을 과시하며 ‘아무개 형과 이야기 끝났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좌중을 압도하고 에두르지 않는 그의 언변에 100만 원에 달하는 월 회비에도 회원수는 점점 늘어갔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는 말처럼 이 씨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추천한 몇 종목의 주식에서 큰 손해를 겪게 된다. 이 씨에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큰 손해를 본 주식 중 2015년에 산 주식이 많다. 이 씨가 본격적으로 장외주식에 손댔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외주식이라는 뜨거운 태양을 그가 건드렸기 때문일까, 이 씨에게 2015년과 2016년은 사뭇 다른 해로 보인다. 이에 이 씨는 자신이 책임감을 느끼고 일부 피해를 보상해주겠다고 한다. ‘존버정신(버티는 정신)’으로 버텨야 한다고, 손을 없는 셈치고 매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2016년. 작은 실수도 잦아졌다. 지난 2016년 6월 이 씨가 블로그에 사업차 중국 방문이라며 올린 중국 공항 사진이 한 여행사의 홍보용 사진으로 드러나자 바로 삭제한 바 있다. 부산 강연회에서는 ‘계열사인 레인핀테크에 투자한 원금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일부 투자대금을 환불해주기도 했다.
최근 이 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다. 지난 19일 피해자모임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이 씨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다음날인 20일에 피해자모임 관계자를 불러들여 10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서 검찰은 이 씨에 대해 출국금지와 사무실·자택 압수수색 등의 조치를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유사수신, 서민 사기 등은 검찰이 매우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잘만 해결하면 검찰이 지지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람보르기니. 사진=이희진 인스타그램
궁지에 몰린 듯 보이는 이 씨는 과연 자신이 말한 대로 무죄를 입증하고 이 모든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이번 소송과 조사는 그의 주장처럼 자신을 시기 질투하는 사람이 근거없이 발목을 잡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피해자모임 주장대로 그는 피해자를 양산한 사기꾼일까. 이는 곧 법정에서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모임 측 변호인에 따르면 이 씨는 자신의 변호인으로 대한민국 최고로 꼽히는 대형로펌 선임을 논의 중이다.
돌아보면 황금만능시대로 변해버린 한국에서 그는 일종의 ‘메시아’였다. 그의 SNS를 보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통해 구원받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는 2015년 한 해 동안 팔로어 증가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리만족뿐만이 아니다. 그와 같이 대한민국에 넉 대밖에 없는 슈퍼카 오너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그에게 직접 투자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그에게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자모임을 결성했고, 또 일부는 그를 지지한다며 지지카페를 만들었다.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일까.
<비즈한국>은 이 같은 일련의 의혹과 관련해 이 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