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받아도 성관계 했다면 ‘여론 심판대’로
이번엔 엄태웅이다. 그는 솔로가 아닌 유부남이다. 그것도 아이와 동반 출연하는 TV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상하고 눈물 많은 아빠로 비춰졌던 인물이다. 아이와 부인을 사랑하는 ‘딸 바보’, ‘부인 바보’의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엄태웅이 돌연 마사지업소의 여성을 성폭행해 피소됐다는 내용은 매우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 <톱스타> 스틸 컷
다만 사건을 맡고 있는 경찰 측에서도 수사를 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고소인의 주장만 존재할 뿐이다. 본격적인 경찰 수사에 앞서 <일요신문>은 주요 쟁점이 될 의혹들을 미리 짚어봤다.
#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성관계 여부’
기존 사건에선 성폭행 등 피소 내용의 사실 여부가 핵심이었다면 이번엔 성관계 여부 자체가 핵심 쟁점이다. 솔로의 경우 피소 혐의만 피해가면 되지만 엄태웅은 무혐의를 받을지라도 ‘외도’라는 덫에 걸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간통죄 폐지로 외도 자체는 형사적으로 처벌할 대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민사적으론 문제가 된다. 더욱이 엄태웅은 유명 스타이기에 외도에 대한 국민 정서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엄태웅은 자신의 아이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공개한 연예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경찰 수사 방향에서 성관계 여부는 핵심 쟁점이 아니다. 성폭행이나 성매매가 아닌 성관계는 간통죄 폐지로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론의 향배를 가늠하는 과정에선 엄태웅과 고소 여성의 성관계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일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고소 여성 A 씨(35)의 주장은 이렇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 마사지업소 업주인 A 씨는 지난 1월 자신의 업소를 혼자 찾은 엄태웅을 만났다. 당시 “이 업소는 그런 일(성매매)을 하는 곳이 아니다”고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엄태웅이 막무가내로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자신의 고소장에서도 일관되게 “우리 마사지 업소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퇴폐업소가 아니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웅과 A 씨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경찰 수사는 대가성이 있었는지와 강압적이었는지로 나눠 진행된다. 대가성 성관계라면 엄태웅에게 ‘성매매’ 혐의가 적용될 것이며 동의 없이 이뤄진 강압적 성관계라면 ‘성폭행’ 혐의가 적용된다. 반면 이들 사이에 성관계는 없었으며 실제 마사지 서비스만 제공됐다는 점이 인정되거나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였을 경우 A 씨에게는 무고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피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엄태웅 측이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지만 엄태웅 측은 지난 8월 24일 1차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A 씨가 주장하는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며 8월 26일 2차 공식 입장에서도 “고소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밝혔다. 성관계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지 않은 이런 다소 애매한 표현으로 인해 성관계 자체는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더욱 불을 지폈다.
# ‘합의’냐 ‘성폭행’이냐
만일 성관계를 가졌다면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는지 성폭행이었는지를 가려야 한다. 엄태웅의 혐의 관련 피소 내용으로 경찰 수사에선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사건이 지난 1월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사건 발생 시점부터 고소까지 6개월의 시간 공백이 존재해 A 씨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물적 증거도 이미 거의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앞선 박유천 사건의 경우 1차 고소인은 자신의 속옷을 보관해뒀다가 증거물로 제출했으며, 사건 발생 시기가 6개월 이상으로 오래됐던 또 다른 피해 여성의 경우는 성폭행 직후 112 등 관계기관에 신고를 했다는 정황 증거는 남아 있었다. 또한 이진욱의 경우 피해 여성이 경찰병원 해바라기센터를 찾아 성폭행 검사를 받았다. 이렇게 나름의 증거가 있었음에도 박유천과 이진욱은 모두 성폭행에 대해 무혐의를 받았다. 반면 A 씨는 이번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사건과 관련한 증거에 대한 언급이나 제출 가능성을 비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범죄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이며, 일관성이 있다면 증거로 인정된다. 따라서 A 씨가 경찰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을 하느냐와 경찰이 피해자 진술의 진위 여부를 정확히 밝혀내느냐가 이번 수사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성매매 가능성은?
역시 둘 사이에 성관계가 존재한다면 또 다른 의혹도 존재한다. 바로 성매매다. 박유천 역시 네 건의 성폭행 피소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모두 무혐의가 나왔지만 한 건에 대해선 성매매 혐의가 인정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박유천 사건은 유흥업소에서 벌어진 일이라 처음부터 성매매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경찰 조사에서 한 건은 혐의가 인정됐다. 그리고 이번엔 마사지 업소다.
오피스텔을 빌려 마사지 업소로 영업하고 있는 곳 가운데에는 유사 성행위를 함께 제공하는 곳도 분명 존재한다. 주로 남성 고객 위주로 영업하며 성관계 자체는 금지되지만 유사 성행위가 제공되는 곳들이다. 따라서 경찰이 성매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성관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유사 성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드러난다면 성매매로 처벌받을 수 있다.
A 씨가 고소장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업소”라고 주장하기는 했지만 분당 지역 유흥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 씨의 업소에서 유사 성행위에 가까운 서비스가 제공됐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순 없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8월 23일 사건이 이첩된 후 현재까지 고소인 조사도, 사건 발생 장소에 대한 조사도 무엇 하나 이뤄진 게 없다”라며 “성폭행 확인 여부에 앞서 A 씨가 근무했던 업소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엄태웅 측은 지난 8월 25일 경찰로부터 공식 피소 사실을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웅의 소속사 키이스트는 8월 26일 2차 보도자료를 내고 “엄태웅과 확인 결과 고소 여성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A 씨에 대해 무고 및 공갈협박 등으로 인한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성폭행 피해 주장 여성은 ‘상습 사기범’ 엄태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피해여성 A 씨가 지난 7월 12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번 성폭행 고소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 씨는 수감된 지 사흘 만인 지난 7월 15일에 돌연 엄태웅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A 씨는 수년간 전국 유흥업소를 전전하면서 선불금을 받아 챙긴 뒤 일을 하지 않고 도주하는 일명 ‘마이킹(선불금을 뜻하는 일본어인 ’마에킹(前金)‘의 발음이 변형된 것)’ 사기로 피소됐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경기, 충북, 충남, 강원, 인천 등의 다방과 노래방, 유흥주점을 돌며 선불금 명목으로 A 씨가 받아 챙긴 돈은 3300여 만 원에 달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A 씨가 진 개인 빚만 8000여 만 원에 이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A 씨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이었다는 사실과 상습 사기 범행 전력이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엄태웅 고소 건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에 발생한 사건을 당시에는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가 왜 6개월 뒤, 그것도 수감되고 사흘 만에 고소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엄태웅 측은 A 씨에 대해 무고 외에도 공갈협박의 혐의를 물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밝히면서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분당경찰서는 “A 씨의 사기 사건과 이번 고소 사건은 별개이기 때문에 현재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소인에 대한 선입견 없이 수사를 진행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고소가 늦어지게 된 배경과 그 기간 동안 금품 요구 정황에 대한 수사는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원] |
엄태웅이 간 곳은 ‘건전 마사지 업소’? A 씨가 고소장을 통해 “우리 마사지 업소는 퇴폐업소가 아닌 정상적인 마사지 업소”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업소의 성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방 안에서 성폭행이 벌어지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할 정도로 폐쇄적인 업소였다면 과연 정상적인 마사지 업소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마사지업소 종업원으로 알려졌던 A 씨는 그 마사지 업소를 직접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가 고용한 다른 마사지사도 있는 업소가 아닌 혼자 일하는 1인 업소였다는 얘기도 있다. A 씨는 분당의 한 오피스텔을 임대해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마사지 업소를 운영해 왔으며, 영업은 주로 전단지를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분당 지역에는 이처럼 오피스텔을 임대한 마사지 업소가 다수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100% 건전함을 앞세우는 마사지 업소가 있는가 하면, 정상적인 업소인지 퇴폐업소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업소도 존재한다. 이 ‘애매한 업소’도 성관계가 이뤄지진 않아 퇴마(퇴폐 마사지 업소)가 아닌 ‘건마(건전 마사지 업소)’로 불린다. 물론 유사 성행위가 이뤄져도 퇴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마사지에 전립선 마사지를 특별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우 퇴마와 건마로 명확히 구분하기가 힘들다. 실제로 전립선 마사지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이를 빌미로 손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를 제공되기도 한다. 이런 업소들은 유사 성행위로 적발될지라도 업소 측에서 ‘전립선 마사지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처벌을 피하는 편법을 사용한다. 분당지역 유흥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씨의 마사지 업소처럼 오피스텔 소재의 업소에선 전립선 마사지가 제공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에는 전립선 마사지를 빌미로 손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 심지어 입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가 이뤄지는 업소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