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렁…컥! 이 소리가 심장 죽일 수도
▲ 전문의들은 코골이가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한다. 그저 신경 쓰이는 잠버릇 정도로 여길 일만은 아니다. | ||
작년 말에 결혼을 한 늦깎이 새신랑 Y 씨(35)의 요즘 고민은 코골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 드르렁 드르렁 코를 심하게 골아 신혼인데도 아내와 따로 방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참고 자던 아내가 계속 불면에 시달리다 못해 선택한 방법이 각방이었던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 좁아진 숨구멍으로 억지로 숨을 쉬면서 나오는 소리가 코골이. Y 씨처럼 잠을 잘 때 코를 많이 골면 폐까지 나빠지기 쉽다는 새로운 국내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산병원 연구팀이 40대 이상의 남녀 4200여 명을 4년 동안 추적조사한 결과, 비흡연자의 경우 매일 코를 고는 사람은 코를 골지 않은 사람보다 만성기관지염에 걸릴 위험이 2.4배나 더 높았다고 한다. 코를 고는 동안 입 천정이나 기도 등이 손상되면서 염증을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평소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코까지 곤다면? 만성기관지염에 걸릴 위험도가 3배가량 더 높아진다.
코골이가 만성기관지염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만성기관지염은 가래와 기침 때문에 괴로운 질환으로, 심해지면 기도가 막혀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 보통 감염이 원인이 되는 급성기관지염은 치료가 쉬운 반면 주로 흡연,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생기는 만성기관지염은 치료가 더 어려운 편이다.
그런가 하면 코를 고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최근에 발표됐다. 특히 자는 도중 코를 골다가 숨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치매가 생길 위험이 높다고 한다. 뇌가 다른 부위보다 산소를 많이 소비하는 부위인 만큼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산소 부족의 타격을 심하게 받게 되는 것이다.
그저 신경 쓰이는 잠버릇 정도로 여기기 쉬운 코골이가 여러 가지 질병을 부른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가벼운 코골이가 아니라 코를 골다 ‘컥’하고 숨이 막혀 한동안 숨을 쉬지 않다가 갑자기 ‘후’하고 숨을 몰아쉬는 수면무호흡증을 보이면 심장에 부담을 주어 고혈압이나 협심증, 심근경색, 돌연사 등을 부른다.
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김아영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심근경색의 위험인자의 하나”라며 “심근경색증과 수면무호흡에 관하여 연구한 외국 논문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심근경색의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무려 23배나 높게 보고돼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페레츠 라비 박사가 유럽호흡기질환 저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을 보이는 20~29세의 젊은 코골이 환자는 수면장애가 없는 20대에 비해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10배나 높았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인슐린이 적게 나와 당뇨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코골이가 있으면 발기부전이 나타나기 쉽고, 코골이가 심할수록 발기부전의 정도도 심하다는 미국 코넬대학 의대의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이 되는 과체중, 비만이 발기부전의 원인이기도 하고 수면무호흡증 자체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코골이 역시 요주의 대상이다. 성장기 자녀가 어른 이상으로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을 보일 때는 숙면을 취하지 못해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줄어 성장장애를 보일 수 있고 폐, 심장 등에도 무리를 준다. 또한 주의력 결핍, 집중력 저하 등으로 학업성적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을 그대로 두면 얼굴모양까지 변형될 수 있다.
코골이의 원인은 다양하다. 목젖이 크거나 목젖과 연결되는 연구개 부위가 비대한 경우, 편도선과 주위 조직이 커져 있는 경우, 기도를 둘러싼 골격구조에 이상이 있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축농증이나 비염 등의 코질환으로 입으로 숨을 쉬어도 코골이가 심해진다.
▲ 코골이 환자의 수술전후 사진. | ||
어쩌다 가볍게 코를 고는 정도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옆에서 자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다음날 피로한 느낌을 주기는 해도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처럼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잠을 자면서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5번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에 해당되고, 30회 이상이라면 심한 상태다. 이때는 수면의 질을 알아보는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다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코골이가 흔하다. 성인 남성은 50%, 성인 여성은 30% 정도 코골이를 보인다. 여성은 갑상선의 기능이 떨어지는 질병이 있거나 폐경 후에 코골이가 많다. 폐경이 되면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면서 코골이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보통 유난히 목이 짧고 굵은 사람, 턱이 작은 사람에게 코골이가 많고 나이가 들수록 코골이가 생기기 쉽다. 나이가 들면 기도 주위의 목젖, 연구개 등의 탄력이 떨어져서 숨을 들이쉴 때 쉽게 안으로 빨려 들어가 기도를 막는다. 노인들의 코골이는 젊은 사람에 비해 소리는 크지 않은 편이다. 쉽게 잠이 들지만 2~3시간 자다가 깬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혈압이 높은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코골이가 많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50%는 고혈압이 동반되고, 고혈압 환자의 약 30%에서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된다고 한다.
특히 체중과 깊은 관계가 있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면무호흡증을 보일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아진다.
코를 골면서 과체중, 비만인 사람이라면 먼저 체중을 줄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코골이 치료방법이다. 체중만 줄여도 코골이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체중을 줄이려면 반드시 식습관에 신경을 쓰면서 적당한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면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와 함께 기관지를 둘러싸고 있는 목 주변의 지방이 줄어들면서 호흡이 더 원활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따라서 뇌나 신경, 근육세포 등으로 산소가 잘 공급돼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코골이를 방지하려면 잠잘 때 똑바로 누워 자지 말고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낫다. 등 쪽에 쿠션이나 테니스공 등을 두면 불편해서 잠결에 바로 눕지 않게 된다.
베개가 너무 높은지도 확인해 본다. 베개가 높으면 기도가 꺾여 좁아지게 되고,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이 생기기 쉽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체형을 기준으로 한 베개의 높이는 6~8㎝ 정도가 적당하다. 물론 평균보다 크거나 작은 사람들은 이 높이를 더 높게, 혹은 낮게 조절해야 한다. 누웠을 때 기도가 꺾이지 않는 높이, 척추뼈와 목뼈가 일직선이 되는 상태가 편안하다.
이런 여러 가지 노력을 해도 코골이가 좋아지지 않을 때는 정확한 검사를 받은 후에 약물치료를 하거나 보조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호흡을 도와주는 보조장치의 경우 지속성 양압호흡기(CPAP)와 구강 내 장치가 있다. 이 중 지속성 양압호흡기는 비싸고 부피도 컸지만 최근에는 휴대용이 나왔고, 가격도 낮아졌다. 수술을 받기 어렵거나 수술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때는 불편하더라도 잘 때 지속성 양압호흡기 같은 보조장치를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 구강내 장치는 입 속에 넣어서 자는 동안 기도가 좁아지지 않게 유지시켜 주는 간단한 장치다. 하지만 코가 심하게 막히거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으면 사용이 어렵다.
생활습관을 바꾸고 약물, 보조장치 등으로 효과가 적을 때는 신중하게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레이저나 고주파 등을 이용한 수술, 임플란트 수술 등 전보다 방법이 더욱 다양해졌다.
“수면무호흡 지수나 기도가 폐쇄되는 부위 등의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자신의 상태에 가장 효과적인 수술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강동 연세이비인후과 최재진 원장의 조언이다.
코골이 퇴치 10계명
① 살이 찐 편이라면 먼저 적정 체중으로 줄인다.
②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③ 밤에 코골이를 악화시키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④ 잠자기 3~4시간 전에는 진정제나 수면제, 감기약 등의 약을 먹지 않는다.
⑤ 옆으로 누워서 잔다.
⑥ 지나치게 높은 베개는 삼간다.
⑦ 실내공기가 건조할 때는 가습기, 젖은 빨래, 숯 등으로 습도를 조절해 준다.
⑧ 과식을 하지 않고 소식을 한다.
⑨ 담배도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⑩ 축농증, 비염 등의 코질환을 치료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김아영 교수, 강동 연세이비인후과 최재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