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성대모사 ‘쉰 목소리’ 부작용
그렇다면 자기 계발을 위해 영어학원으로 달려가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목소리부터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보다 건강한 목소리, 듣기 좋은 목소리에 대해 알아본다.
#성대모사가 문제된다고?
개그프로에서는 물론 일반인 중에도 재미 삼아 연예인 또는 정치인의 성대모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대모사나 모창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자신의 성대, 목의 구조와는 다른 발성패턴을 갖게 되고, 비정상적인 발성근육을 사용해 무리를 줄 수도 있다.
특히 30세 이전에 지나친 성대모사를 하면 언어와 발성패턴의 인식이 쉽게 뇌로 학습돼 자신의 목소리를 잃고 발성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재미 삼아 성대모사를 많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실제로 ‘보가트-바콜 증후군’이라고 해서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왔던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아내인 로렌 바콜의 목소리를 따라하다 생기는 발성장애도 있다.
보가트와 바콜 모두 낮은 톤의 목소리로 1940~1950년대의 미국 청소년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목 상태와 맞지 않는데도 낮은 목소리를 무리하게 내면 성대 바깥쪽의 근육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턱 근육이 심하게 경직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보가트와 바콜의 목소리를 자주 흉내내던 청소년들에게 높은 목소리를 잘 나오지 않고, 말을 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나빠지는 음성 피로현상이 나타났다. 또 말을 할 때 목에 통증이 있거나 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타입의 발성장애에 ‘보가트-바콜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보가트-바콜 증후군 같은 발성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전문 음성치료, 음성재활 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다. 잘못 사용된 성대근육도 보톡스를 이용해 치료한다.
#남녀 목소리는 왜 다를까
이는 발성기관인 성대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성대의 길이와 두께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남성들은 성대의 길이가 대략 17~24㎜ 정도로 길면서 두께도 2∼2.3㎝로 두껍다. 성대가 길고 두꺼운 만큼 목소리의 주파수가 100∼150㎐로 낮은 저음이며 목소리가 굵다. 현이 굵고 긴 악기가 낮은 음을 내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에 비해 여성들은 성대가 짧고 두껍지도 않다. 보통 여성들은 성대의 길이가 13~17㎜, 두께가 1.5∼2.3㎝ 정도다. 그러다 보니 여성의 음성 주파수는 200∼250㎐로 남성들보다 훨씬 높다.
태어날 때는 큰 차이 없이 중성의 목소리지만 남성의 경우에 10~15세의 변성기에 목소리가 변한다.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늘면서 성대와 후두가 길어지고 두꺼워지는 것이다.
만약 변성기에 성대가 짧고 두꺼운 상태로 변한다면 높은 톤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중국의 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 ‘경극’에서 여성의 배역을 맡는 남성들이 성대가 짧고 굵은 사람들이다. 이런 성대 때문에 여성처럼 높은 주파수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힘찬 노래가 가능하다.
참고로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는 남성의 목소리를 여성의 톤으로 바꾸기 위해 굵고 긴 성대를 짧게 만들어주는 음성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 수술 후에는 성대 모양에 맞는 발성법을 익히는 음성재활 훈련도 필요하다.
▲ 목소리의 높낮이, 거칠거나 맑은 정도 등을 컴퓨터로 분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송이비인후과 | ||
사극을 보면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내시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모든 내시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라, 거세된 시기와 정도에 따라 다르다.
변성기가 지나기 전인 사춘기 이전에 음낭과 성기를 모두 제거하면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만큼 후두와 성대의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소년의 성대에 성인의 인두(목구멍)와 폐를 가져 ‘카스트라토’ 같은 매우 가늘면서 곱고 높은 목소리를 낸다.
이에 비해 사춘기 이전에 음낭은 그대로 두고 성기만 제거하거나 사춘기 이후에 음낭과 성기를 모두 제거한 경우에는 목소리 변화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남성호르몬이 계속 분비돼 다소 불안정한 톤의 목소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성인인데도 내시의 목소리처럼 가늘거나 가성의 높은 목소리를 내거나 나이에 비해 어린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변성 발성장애’라고 해서 변성기가 지나도 목소리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질환이다.
무의식적으로 목소리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느껴 음을 높이는 근육을 과도하고 비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잘못된 발성 습관 때문에 생긴다.
이럴 때는 “과도하게 긴장하고 있는 성대와 후두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 근육을 마비시켜 풀어주면 남성의 자연스러운 저음이 된다. 발성습관을 바로잡는 음성재활 치료를 병행하면 정상적인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의 설명이다.
#코맹맹이는 왜 섹시한가?
여성들의 코맹맹이 소리는 남성들에게 섹시한 느낌을 준다. 높고 여린 목소리이면서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 더욱 그렇다. 왜 그럴까.
비음 섞인 목소리와 높은 주파수의 고음이 섞인 목소리가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동을 억제하고, 대뇌 변연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성관계 중에 나는 목소리에 흥분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 언어에 따라 코맹맹이 소리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말은 콧소리가 섞이지 않는 언어로, 한 글자 한 글자씩 박자를 두고 또박또박 말하는 음절박자 언어다. 그래서 코맹맹이 소리가 민감하게 잘 들리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반면 영어, 불어는 강세로 박자를 맞추는 강세박자 언어인 만큼 특정 발음만 강하게 말하고 나머지는 리듬을 탄다. 특히 불어는 비음이 많아 코맹맹이 목소리에 별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원래의 목소리가 아니라 갑자기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면 코나 입, 목의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김형태 원장에 따르면 비염이나 코의 가운데 뼈가 휘는 비중격만곡증, 흔히 축농증으로 부르는 부비동염, 연구개가 발음 시에 완전히 닫히지 않는 구개인두 폐쇄부전증 같은 질환이 있으면 코맹맹이 소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성대결절이 있으면 굳은살이 성대가 정확히 맞닿아 진동하는 것을 막아 거칠고 쉰 목소리가 나는 만큼 치료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이 쉽게 잠기고 말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보통 교사나 방문교사, 학원강사, 영업사원, 가수 등의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업에서 성대결절이 많이 생기는데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성대의 진동수가 남성보다 2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명창들에게 있는 성대결절은 치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득음을 하기 위해 목소리를 많이 사용해서 생기는 일종의 굳은살로 일반인의 성대결절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명창들의 성대결절은 볼&소켓(Ball & Socket) 구조로 돼 있다. 한쪽에는 동그란 성대결절이 있고 반대쪽에는 성대결절 모양의 홈이 파여 마치 퍼즐조각처럼 정확하게 맞닿는다. 이런 구조 때문에 걸쭉하면서도 강하고 청명한 고음을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쏟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볼&소켓 성대결절을 유지하려면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연습을 게을리 하면 성대에 생긴 굳은살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노래방에서 무리한 다음날 쉰 목소리가 나는 것은 성대의 점막이 충혈되고 부어올라 정상적인 진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목감기로 부르는 인두염이나 후두염이 있어도 쉰 목소리, 갈라지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드물게는 후두암의 초기 증상으로 쉰 목소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좋은 목소리 만들기
우리의 목소리는 다양한 주파수의 음이 섞인 복합적인 소리다. 성대의 진동을 통해 만들어진 기본음이 목과 인두강을 통과하면서 증폭, 기본 주파수의 배수가 되는 주파수로 커진 음이 섞여 화음을 이루게 된다.
예를 들면 성대의 진동으로 만들어진 120Hz의 기본 주파수는 목, 인두강을 거치면서 그 배수인 240Hz, 360Hz, 480Hz 같은 주파수의 음과 섞이면서 화음을 이루는 것이다. 이 배수의 주파수를 하모닉스(Harmonics)라고 하는데, 반대로 하모닉스가 없이 단조로운 기본 주파수의 음만 들리거나 거칠거나 답답한 목소리가 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불안감을 주고 오래 대화를 하면 듣는 사람의 피로감이 심하다. 업무 성격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거나 협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야 하는 경우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모닉스가 풍부한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대의 긴장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중요한 미팅 전에 10분만 연습을 해도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입안에 공기를 잔뜩 머금고 입천장을 올리고 혀를 내린 상태에서 입술과 볼에 진동이 느껴지도록 공기를 내보내면서 가볍게 ‘우’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때 목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입술과 볼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성대가 가볍게 진동하면서 마사지가 되는 효과가 있다.
또 남성의 목소리는 평균 100~150Hz 정도의 음역대인데, 가장 신뢰감을 주는 남성의 목소리는 90~100Hz 정도로 보통보다 낮은 목소리다. 발음은 사투리가 섞이지 않은 정확한 발음이 좋다.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술이나 담배를 삼가는 게 좋다. 성대 면이 거칠어지거나 부을 수 있다. 기름진 음식도 마찬가지. 역류성 식도염의 위험을 높이는 기름진 음식도 마찬가지.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면 쉰 목소리로 고생하게 된다.
목소리 건강 수칙
◇물을 하루에 8잔 이상 충분히 마신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한 잔 마신 다음에 말을 한다.
◇가능하면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곳에 가지 않는다.
◇점막을 마르게 하는 커피나 청량음료, 이뇨제 등을 삼간다.
◇술이나 담배를 줄인다.
◇노래방에서 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기침을 크게 하거나 헛기침을 하지 않는다.
◇연설이나 발표를 할 때는 작은 목소리에서 시작해 서서히 올린다.
◇평소에는 너무 높거나 낮은 음보다 ‘미, 파, 솔’ 정도의 음으로 말한다.
◇복식호흡으로 발성훈련을 해준다.
◇조금만 말을 해도 목이 쉬고 아프면 검사를 받아본다.
◇목소리가 완전히 안 나오거나 2주 이상 목소리가 이상하면 병원을 찾는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