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컥 마시기 전… 깐깐하게 따져라
얼마전 소주업계에서는 알칼리수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2006년 ‘처음처럼’ 출시 당시 전기 분해 알칼리수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두산주류를 한 친환경판매업체의 대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사건의 발단이 됐다.
“인위적으로 전기 분해를 한 만큼 먹는 물에도 적합하지 않고, 몸에 해로울 수 있는데도 관계 당국이 이를 간과한 채 출시 허가를 냈다”는 것이 주류회사를 신고한 김문재 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두산주류는 김 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
당시에는 규정상 식품 제조 등에 쓰이는 물은 ‘먹는 물 관리법’상 먹는 물에 해당해야 하고, 수질기준에도 맞아야 했다. 먹는 물 관리법에 따르면 먹는 물은 자연 상태의 물과 먹는 샘물, 해양심층수 등으로 인위적으로 조작한 물은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으로 ‘먹는 물’ 조건을 갖추지 않고 수질기준만 맞춰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두산주류 측은 ‘처음처럼’ 제조에 사용되는 물은 강원도 대관령 지역의 지하수로 ‘먹는 물 관리법’상 먹는 샘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주류업계와 식음료 제조업계에서도 이런 원수를 이온교환수지, 역삼투압, 활성탄 처리 등의 방법으로 가공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논쟁은 환경부나 식약청 같은 관계당국의 모호한 기준 때문에 더 문제가 커졌다. 환경부는 처음에는 ‘전기분해한 알칼리수도 먹는 물에 해당한다’고 유권 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가 제기되자 2006년 8월에 ‘전기분해한 물은 먹는 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해석을 내놓았고, 9월에는 식품 제조 용수는 ‘먹는 물 관리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을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식약청으로 떠넘겼다. 식약청의 관련 규정은 원래 ‘식품 제조 용수는 먹는 물 관리법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논쟁 속에서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로 개정된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는 수질이 나쁜 자연 상태의 물이라도 정화만 하면 식품에 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물 관련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고, 식품 제조 용수로 쓰는 물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물의 다양한 물리ㆍ화학적 처리방법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알칼리수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우선 어떤 물을 알칼리수라고 부르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알칼리는 용액 속에 존재하는 수소이온의 농도가 pH 7.0보다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중성 상태인 pH 7.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산성으로 구분한다.
참고로 우리 몸의 혈액은 강한 산성을 띠는 위액을 제외하면 대부분 pH 7.4 내외의 약알칼리 상태다. 위액은 pH 1.5 정도의 강산성이다.
문제는 고기나 술, 청량음료 등의 산성 식품을 남들보다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스트레스, 활동량 등이 많은 사람은 산성 쪽으로 기울기 쉽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날씨가 더워지면서 시원하게 마시는 청량음료도 대표적인 강산성 식품 중의 하나다.
몸에 산성화가 진행되면 쉽게 피로하고, 심리적으로는 불안정하거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공격적인 성격, 불면증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소화불량이나 위궤양, 두통, 현기증 등도 잘 생기고 피부도 나빠진다.
또한 혈액이 산성화되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고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혈액이 탁해지거나 잘 굳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알칼리 상태의 물, 즉 알칼리수를 마시면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대 이규재(기생충학교실) 김현원(생화학교실)팀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통해 살펴본 결과, 알칼리수의 항암효과와 암전이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이와 함께 면역력 수준을 알려주는 사이토카인 수치가 모두 증가했다고 한다.
식약청이 이온수기를 통해 만든 알칼리 이온수의 효능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은 만성설사, 소화불량, 위장 내 이상발효, 위산과다 개선 등의 소화기 질환과 관련한 네 가지 항목이다. 알칼리 이온수의 해외 임상시험 결과와 관리 실태 등을 검토한 결과, 4월부터 알칼리 이온수기 제품 광고에 이 네 가지 항목을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온수기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도 이온수기의 효능을 제대로 알기 어려워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1967년에 후생성이 위산과다, 위염, 장내 이상발효, 소화불량, 제산, 변비, 만성설사 등에 대한 알칼리 이온수의 효과를 인정한 바 있다.
알칼리수를 먹을 때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알칼리 이온수기로 전기 분해한 것을 비롯해 금속 또는 미네랄이 들어 있는 원석 등을 넣어 만드는 알칼리 환원수,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해양심층수 등도 모두 알칼리수다.
따라서 알칼리수를 먹을 때는 이런 여러 가지의 알칼리수의 장단점을 잘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어떤 효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연구 데이터가 없다면 맹신하지 않도록 한다.
알칼리 이온수기는 물에 백금도금을 한 티타늄을 넣어 직류의 전기를 통해서 알칼리수를 만드는 방식. 이렇게 하면 +극 쪽에는 물에 녹아 있는 음이온이 모여 산성 이온수가 되고, -극 쪽에는 양이온이 모여 알칼리 이온수가 된다.
물속에 넣어두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물을 알칼리수로 변화시키는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보통 금속이나 원석 등으로 만든다. 간단하게는 수돗물에 숯이나 맥반석 등을 넣어두는 방법도 이 중의 하나다. 김현원 교수팀은 합금과 미네랄을 조합해서 알칼리수를 만들어 주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단 어떤 알칼리수이든 수소이온 농도(pH)가 10.0을 넘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
연세대 원주의대 환경친화센터 HDR 유성훈 연구원(사이언팜 대표) 은 “pH 10 이상의 강한 알칼리수를 오래 먹으면 세포막, 단백질을 녹이거나 변성시킬 수 있다. 일단 위 속으로 알칼리수가 들어가면 강산성인 위산으로 인해 어느 정도 중화가 되지만, 물을 마셨는데도 입이 마르고 목이 칼칼하다고 느껴지면 알칼리도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흔히 양잿물로 부르는 수산화나트륨과 달리 알칼리성이 상당히 높은 물을 마셔도 인체에 큰 해가 없는 것은 환원력 때문”이라며 “환원력이 잘 보존된 약알칼리수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식약청은 지난해 2월, 알칼리수의 효능을 과대광고한 업체를 적발하면서 “과용할 경우 위장장애, 안구자극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일반 소비자가 이온수기의 전기 분해 알칼리수를 마실 경우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특정 질병으로 인해 알칼리수나 알칼리성 식품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구토를 많이 하거나 과호흡 증후군이 있으면 대사성 알칼리혈증으로 변하는데, 여기에 알칼리성 물과 음식을 많이 먹으면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지속적으로 알칼리성 또는 산성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물이나 음식을 먹는 경우에는 약알칼리로 상태로 만들기 위해 몸이 그만큼 무리하게 된다”며 “물은 마시는 물의 기준인 수소이온 농도 5.8~8.5인 것을 마시면 되고, 음식은 알칼리성과 산성을 고루 먹어야 한다. 그렇다고 일일이 알칼리성, 산성을 따져 먹기는 어려운 만큼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먹으면 중화된다”고 조언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 연세대 원주의대 환경친화센터 HDR 유성훈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