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박근혜 대세론 추석 전후로 힘 빠져…반·문·안 삼국지? 세대교체 주자 치고나올 수도
1997년 추석쯤 ‘이회창 대세론’, 2006년 추석 전후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졌다. 골든크로스의 ‘10년 주기설’도 이 지점과 맞물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추석 민심은 대선을 전망하는 용광로”라고 규정했다. 2017년 대선을 1년 4개월 앞둔 올해 추석은 골든크로스의 ‘10년 주기설’을 이어갈 것인가. 두 대선의 특징을 분석하면, 큰 그림이 그려진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모습.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던 1997년(15대) 대선은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해 12월 19일 치러진 대선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3파전 양상이었다. 변수는 많았다. 당시 김영삼(YS) 정권은 외환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다. 정계은퇴를 번복한 DJ는 ‘준비된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앞세워 배수의 진을 쳤다. 김종필(JP)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와 손잡고 ‘호남과 충청’의 결합인 DJP 연합을 꾀했다.
9룡의 대결로 불린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결선투표 끝에 승리한 이회창 후보는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신한국당 경선에서 세대교체론을 이끈 이인제 후보는 탈당, 여권 분열을 일으켰다. 정치와 경제 변수가 혼재한 셈이다.
그해 추석(9월 16일)을 전후로 ‘이회창 대세론’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7월까지 각 여론조사기관에서 40%대 지지율을 기록하던 이 후보는 8월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때마침 이인제 후보가 제3 후보로 등장하면서 보수진영 지지율이 분산됐다. 당시 각 여론조사 결과의 구도는 ‘DJ 30 vs 이인제 25 vs 이회창 15’. 이 구도는 신한국당과 조순이 이끈 민주당이 합당한 11월까지 계속됐다.
조순과 손잡은 이회창 후보는 막판 추격전을 펼쳤지만, 최종 결과는 DJ 40.3%(1032만 6275표) > 이회창 38.7%(993만 5718표) > 이인제 19.2%(492만 5591표) 순이었다. 1997년 추석 민심은 골든크로스를 꾀한 DJ가 ‘이회창 대세론’을 격침한 중대 분기점이었던 셈이다. 이 후보는 추석 민심에서 병풍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2007년 대선(17대) 정국도 비슷했다. 대세론의 몫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전은요’ 말 한마디 정치로 승리를 얻은 뒤 대세론을 파죽지세로 이끈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은 30%대의 지지율을 꾸준히 기록했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06년 6월 5∼7일(8일 공표)까지 사흘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93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2%포인트·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박 대통령은 30.5%로, 고건 전 국무총리(25.8%)와 이명박 전 대통령(MB·당시 서울시장·21.5%)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정동영(3.3%), 김근태(3.1%) 등의 지지율은 미미했다.
9월까지 이어지던 이 구도는 그해 추석(10월 6일)을 거치면서 급변했다. 리얼미터가 10월 9∼10일까지(12일 공표)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99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포인트·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는 이명박 34.1% > 박근혜 22.6% > 고건 17.6% 순이었다. 당시 북핵 위기로 여성인 박 대통령보다는 MB 리더십이 주목받았다. 추석을 거치면서 골든크로스를 꾀한 MB가 마침내 ‘박근혜 대세론’을 격침, 결국 이듬해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했다. 최종 결과는 MB(49.56%)의 1.5%포인트 차 신승. 박 대통령은 48.06%로 고배를 마셨다.
특히 대의원과 당원 등 선거인단에서 이긴 박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참패한 지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시 대의원과 당원 등 선거인단 결과는 ‘49.39% vs 49.06%’로 박 대통령의 승리. 반면, 여론조사에서는 51.54%를 얻은 MB가 박 대통령(42.74%)을 8.80%포인트 차로 압도한 것이다. 추석 민심에서 승기를 잃은 박 대통령이 대세론을 이어가진 못한 결정적 이유로 분석됐다. 여론조사 분석가는 이와 관련해 “추석 직후 여론조사에서 승기를 잡은 MB가 이후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다수에 편승해 투표하는 성향)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추석 민심의 핵심 코드는 전 세대와 계층, 지역이 한데 모이는 ‘밥상머리’ 민심이다.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대통령의 부상, 2006년 추석 당시 북핵 위기론 등이 추석 민심을 관통한 이유다. 세대와 계층을 불문한 소통 담론을 형성하는 점이 이른바 ‘명절 효과’(Holiday Effect)라는 얘기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추석 민심은 대선의 사전 평가적 성격을 지닌다”고 밝혔다. 일종의 대선 ‘예비고사’인 셈이다.
올해 추석 민심은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과 ‘양파 수석’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 각종 난맥상,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둘러싼 남남 갈등과 동북아질서 재편, 최악의 내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 등의 이슈가 혼재한 채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대세론과 대망론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계개편 변수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부겸 더민주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각 당의 세대교체 주자들 간 별들의 향연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주목할 대목이 있다. 추석 때 골든크로스를 꾀한 1997년과 2006년 정국의 상황이다. 15대 대선을 1년 앞둔 1996년 총선은 JP의 자민련이 돌풍을 일으킨 해다. 자민련은 당시 50석을 차지, YS의 신한국당(139석), DJ의 새정치국민회의(79석)와 함께 3당 체제를 이뤘다. 현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 체제와 판박이다. YS와 이회창이 충돌한 당시와 현재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 이인제의 탈당과 이재오 전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신당 창당 추진에 따른 여권 표심 분열 등도 닮았다.
DJ가 장악한 야권이나 친문(친문재인) 체제를 형성한 문 전 대표, 캐스팅보트를 쥔 JP와 안 전 대표 등도 1997년 대선과 2017년 대선을 연결 짓게 한다. 경우에 따라 ‘반기문·문재인·안철수’의 대선 삼국지 판이 뒤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 여론조사는 인지도”라고 잘라 말했고, 더민주 중진 의원은 “인기조사는 참고만 해야지”라고 전했다.
2006년 정국은 노무현 정부의 레임덕, ‘포스트 노무현’이 없이 마이너리그로 전락한 집권여당, 야권의 용호상박(MB vs 박근혜), 북핵 등 외부 변수에 의해 급변한 대선판으로 요약된다. 현 구도도 마찬가지다.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진 박 대통령은 2인자를 만들지 않는 특유의 리더십 탓에 ‘반기문 변수’만 쳐다보고 있다. 야권의 핵심 축은 ‘문재인 vs 안철수’ 구도이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독자세력화, 손학규 전 더민주 의원 등 제3 지대론, 김부겸·안희정 등의 세대교체론 등이 언제든지 치고 나올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6년 북핵 위기 등 변수의 이슈파이팅에 따라 현재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대선은 결국 시대정신의 대결”이라며 “남은 기간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시대적 어젠다의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추석 앞두고 국회는 열공 모드…연구·스터디·현장파 ‘각양각색’ 87년 체제 이후 ‘민의의 전당’ 국회의 추석 풍속도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다량의 선물공세 및 지역주민 행사가 주를 이뤘다면, 20대 국회를 맞은 올해는 이른바 ‘열공(열심히 공부한다는 의미) 모드’다. 추석 직후인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는 데다, 정기국회의 꽃인 ‘2016년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화려한 데뷔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특히 지난 4·13 총선을 통해 원내 진입한 초선 의원이 전체 300명의 의원 중 132명(44%)에 달하면서 국회의 정책화에 한몫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정쟁보다는 민생”이라고 말했고, 더민주 주류에 속하는 초선 의원도 “친노(친노무현)니, 비노(비노무현)니 하는 당내 권력투쟁에는 관심이 없다. 의원은 입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군기반장’인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진두지휘 하에 국회 개원(5월 30일) 직후인 6월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 반 동안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을 초청, 복지와 재정, 부동산 등 경제 문제를 위한 ‘스터디 모임’에 속도를 냈다. 20대 국회의원들의 ‘열공 모드’는 크게 ▲연구모임 활동 ▲스터디 ▲현장형 등으로 구분된다. 연구모임의 키워드는 초당적 협치다. ‘어젠다 2050’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 소장파 그룹인 김세연 의원이 주도하는 이 모임에는 비박(비박근혜)계 유승민 의원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등 중도성향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2050년이라는 다음 세대의 모습을 그려보는 작업을 위해 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노령화 사회에서의 저출산 문제”라며 향후 연구모임 차원의 입법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 밖에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주도하는 ‘국회 미래 일자리와 교육 포럼’을 비롯해 이철희 더민주 의원의 ‘따뜻한 미래를 위한 정치기획’ 모임 등도 주목받고 있다. 스터디 파는 각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2016년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소속 더민주 의원들은 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한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다. 더민주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오전 7시 세미나 등에서 경제 및 정치 관련 주제로 강연한다. 현장형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민주 의원은 군 의료 체계 등을 점검하기 위해 실제 장병들의 생활환경을 점검할 예정이며, 안전행정위 소속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 안전’ 르포에 나설 방침이다. 국회 한 보좌관은 “올해도 추석 연휴를 반납하는 보좌 직원들이 적지 않다”며 “지금도 국회는 열공 모드”라고 말했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