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신 녹차’자신있게 후~
▲ 바이란트 치과 한영희 원장의 입냄새 치료 장면. | ||
자신이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입 냄새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성인 인구의 50% 이상이 입 냄새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입 냄새를 느끼는 사람은 5명 중 1명꼴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입 냄새가 나는지 알아보려면 일회용 종이컵을 코와 입에 바짝 붙이고 숨을 들이쉬어서 냄새를 맡아보면 된다. 또한 주변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냄새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뒤 코와 입으로 번갈아 숨을 내뱉어 보면 입냄새의 원인이 구강 내의 질환인지 다른 질환인지도 대강 알 수 있다.
입을 다물고 코로만 힘껏 바람을 내불었을 때 냄새가 나면 전신질환이 의심되고, 코를 막고 입을 다문 다음 잠시 숨을 멈췄다가 가볍게 입으로 뱉어냈을 때 냄새가 나면 입 안이나 위장질환으로 생기는 입 냄새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의학적으로 입 냄새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생리적인 입 냄새와 병리적인 입 냄새, 심리적인 입 냄새가 그것이다.
이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생리적인 입 냄새로, 입 냄새가 나는 시간이 짧고 정도도 심하지 않아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다. 마늘이나 양파처럼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을 먹고 난 직후 혹은 흡연, 음주 후에 입 냄새가 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양파 마늘 외에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파래 무 고사리 등도 황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그 자체의 냄새가 혈중에 있다가 폐를 통해 입과 코로 빠져나오면서 입 냄새를 만들어낸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입안이 깔깔해지면서 입 냄새가 나는데, 이것은 침이 마르기 때문. 아침 기상 직후, 공복 시에도 입 안에 침이 부족해 고약한 입 냄새가 나기 쉽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 역시 입 냄새의 원인이 되고, 각종 유제품과 육류 등의 고단백·고지방 음식을 많이 섭취해도 입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배란일 전후 48시간에 입 냄새가 날 수 있다. 황체호르몬이 배란일 전후에 분비되면서 입 냄새가 난다. 젊은 여성들 중에는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에 입 냄새가 나기도 한다. 몸 안에서 불필요한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케톤이란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 물질이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평소엔 다시 음식물을 먹어 이 냄새를 없앨 수 있지만 무작정 굶은 다이어트를 하면 냄새가 난다.
병리적인 입 냄새는 비염이나 편도선염, 호흡기 질환, 소화기 질환 등 구강 내 또는 다른 장기에 이상이 생겨 입 냄새가 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양치질을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원인 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좋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부비강에 염증이 생기면 점액성 물질이 생성되는데 침을 삼키거나 숨을 쉴 때 혀의 안쪽에 묻어 나온다. 이로 인해 입 냄새가 나며, 특히 편도와 코의 염증이 동시에 있을 때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악취가 난다. 만성축농증이 있으면 코를 통해 치즈 냄새가 나기도 한다.
최근 위장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이 입 냄새를 만들고, 홍삼이 위장의 염증이나 구강질환으로 인한 입 냄새를 줄여준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분당제생병원 소화기내과 함기백 박사팀은 “위 속 헬리코박터균을 외부에서 배양하면 구강악취증 환자들에게서 검출되는 것과 동일한 균이 검출되는 점으로 볼 때 헬리코박터균이 입 냄새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함 박사팀은 2007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헬리코박터균 양성반응을 보인 구강악취증 환자 68명을 대상으로 분말 형태의 홍삼캡슐을 매일 2.7g(9캡슐)씩 10주간 섭취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 38명(55.8%)에게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는 모두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었으며, 심한 입 냄새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이에 연구진은 “홍삼을 꾸준히 섭취하면 위장 염증이나 구강 질환으로 발생하는 심한 입 냄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당뇨병 같은 전신질환이 있어도 입 냄새가 나기 쉽다. 당뇨병이 있으면 탄수화물 분해 능력이 떨어지고 지방대사가 활성화돼 아세톤 성분이 배출된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아세톤 냄새나 연한 과일 향과 비슷한 입 냄새가 난다.
간경화, 만성간염 등 간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달걀 썩는 냄새와 유사한 지독한 입 냄새를 풍긴다. 메티오닌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 황화합물의 일종인 메르캅탄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간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이 독성물질이 배설되지 않고 일부가 쌓여 입과 코를 통해 배출된다.
신부전증 등 신장이 안 좋은 사람은 암모니아 냄새나 생선 비린내 등과 흡사한 입 냄새가 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배설이 원활치 않아 혈중 요소 농도가 올라가고 타액의 요소 농도가 높아진다.
또 주변에서는 입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자신만이 느끼는 심리적인 입 냄새도 있다. ‘자취증’이라고도 하는 심리적인 입 냄새는 성격이 예민한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고, 검사를 해도 구강이나 다른 부위에 입 냄새를 만드는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 식후엔 커피 대신 구취 완화 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든 녹차를 마시는 편이 낫다. | ||
충치나 잇몸질환 등으로 입 냄새가 심한 경우라면 더 미루지 않고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흔히 충치가 없거나 별다른 통증이 없다면 치아가 건강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치아를 지탱하고 있는 잇몸의 상태도 잘 체크해야 한다.
잇몸 질환의 주범은 바로 프라그라고 부르는 치태. 치아에 막을 형성하는 치태에 있는 세균이 증식하면서 잇몸에 염증을 만드는 것이다. 치태가 딱딱하게 굳으면 치석이 된다. 치석 역시 세균덩어리인 탓에 잇몸과 치아의 건강을 위협한다. 치석은 스케일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스케일링을 받으면 이가 시리고 흔들린다’며 받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스케일링을 한 후에 이가 흔들리거나 시린 것은 잇몸과 치아 사이에 끼어있는 치석이 제거되면서 일시적으로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스케일링으로도 잇몸 염증이 좋아지지 않을 때는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한영희 바이란트치과 원장은 “잇몸의 염증 조직을 없애고 새로운 조직이 생겨나도록 하는 치주 소파술과 염증을 완전히 제거하는 잇몸 재건 수술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탄산음료를 좋아하거나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는 사람, 술과 담배를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은 잇몸이 약해지기 쉽다. 예를 들어 담배 속의 타르 성분은 치태 생성을 촉진한다.
입 속 원인으로 생기는 입 냄새를 예방·개선시키려면 양치질을 자주 하는 것은 기본. 하루 3회, 식후 3분 이내, 3분 이상 양치질을 한다. 이 ‘3-3-3의 원칙’만 지켜도 입 냄새는 많이 개선된다. 흔히들 쓰는 구강청정제는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 자기 전 반드시 양치질을 하고, 이때 혀까지 잘 닦아 설태를 제거한다. 입 냄새의 원인 중 6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설태. 양치질을 할 때 혀 안쪽을 닦아내는 혓솔질을 습관화하면 입 냄새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설태가 너무 많이 끼어 쉽게 닦이지 않는 경우는 치과에 가서 혀 스케일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틀니는 음식물을 먹은 후와 취침 전 반드시 빼서 닦아주되, 치약보다는 식기 세척액을 사용하는 게 낫다.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도 필요하다. 입안이 건조해지면 세균이 증식해 입 냄새가 나기 쉽다. 물을 자주 마시거나 입안을 헹구어만 줘도 입 냄새 예방에 효과적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입안이 말라 더욱 입 냄새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흡연량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식후 커피는 오히려 입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커피의 성분 중 카페인이 구강 내 환경을 약산성으로 만드는데, 각종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커피 대신 구취 완화 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든 녹차를 마시는 편이 낫다. 녹차의 카테킨 성분이 충치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동시에 충치균이 치아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 또한 입 냄새를 유발하는 구강균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과일도 충분히 섭취한다. 섬유질이 많은 식품이 치아 사이의 치태나 혀의 설태를 닦아내면 충치, 잇몸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섬유질의 거친 질감이 혀의 타액선을 자극해 침의 분비량이 늘어나면 입 냄새가 준다. 예를 들어 라이코펜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는 토마토는 유해 활성산소 때문에 손상되는 잇몸조직을 보호하는 데 좋고, 표고버섯은 레티난, 다당류 성분 때문에 치석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생선회를 찍어먹는 와사비에도 충치균의 생성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잇몸을 만드는 성분 중 콜라겐 섬유는 비타민 C가 있어야 생성과 재생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것 또한 입 냄새를 줄이는 방법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가 영향을 받아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침 분비량이 심하면 80%까지 줄어든다. 또 타액의 성분이 바뀌어 침의 세정, 살균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행복감을 느끼면 인체의 면역 능력을 높여주는 베타 엔도르핀이 분비돼 충치 예방에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바이란트치과 한영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