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 돌아야 만병이 도망간다
▲ 혈액순환이 나쁜데도 방치하면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각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 질환, 3위는 심장질환이다. 암의 종류가 다양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뇌혈관 질환이 사망률 1위인 셈이다.
뇌혈관 질환이나 심장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심근경색, 협심증 등은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질환들로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할 때 찾아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혈액순환이 나쁜데도 그대로 방치하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등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보다 가벼운 증상으로는 만성피로나 현기증 마비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고 노폐물, 가스 등을 운반하는 혈액이 오염돼 그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혈액이 원활하게 흐를 때 내분비선에서 만들어진 각종 호르몬이 필요한 곳으로 운반되고 수분과 전해질, 산과 염기의 균형이 유지되며 체온도 잘 조절된다. 혈액이 이런 여러 가지 일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 신체 조직이나 기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혈액이 오염되고 혈액순환이 나빠지는 것일까. 우선 포화지방산이 많은 육류나 유제품 등의 동물성 식품을 많이 먹는 식습관이 원인이다. 포화지방산에는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많기 때문에 지나치게 섭취하면 혈관이 좁아진다.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쌓인 나쁜 콜레스테롤을 녹이는 역할을 한다.
과식을 하는 것도 문제.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소모량이 적은 경우 중성지방 형태로 몸속에 차곡차곡 쌓이는데, 혈관에 정착하면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평소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혈액순환이 나빠지기 쉽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근육량이 부족해 기초대사량(숨을 쉬거나 심장이 뛰게 하는 등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신진대사에 소비되는 에너지. 이 수치가 높을수록 쉽게 살이 찌지 않는다)이 낮은 편이다. 때문에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보다 몸속의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섭취한 지방이나 당분을 대사시키는 속도도 늦다.
잦은 음주나 흡연, 지나친 스트레스 역시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호르몬은 혈전 형성을 부추긴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을 부르는 내장비만도 주의해야 한다. 내장과 장간막에 존재하는 지방세포는 중성지방을 축적하고 분해해 혈액 속에 지방산을 늘린다.
변비도 혈액순환의 적이다. 변비가 오래 지속되면 혈압이 오르고, 콜레스테롤이 잘 배출되지 못해 혈액이 오염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혈액순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폐경 이후에는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해 동맥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지 않도록 막아주는 에스트로겐이 급감한다. 에스트로겐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어, 에스트로겐이 줄어드는 폐경 이후에는 협심증 발병 위험이 커진다.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려면 생활 속에서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요인을 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혈액순환 개선제 등에만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혈액순환 개선방법을 익혀서 꾸준히 하면 효과적이다.
▲ 을지대학병원의 심혈관 검사 장면. | ||
냉온욕은 찬물에 몸을 담그기 시작해 온탕(40~42도)과 냉탕(15~20도)을 1분씩 반복하다가 냉탕으로 마무리하는 목욕법. 각각 1분씩 9회 정도 하면 적당하다. 냉욕용 욕조가 없을 때는 냉욕은 샤워기를 이용해 찬물을 발끝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뿌려도 좋다.
“냉온욕이 좋은 이유는 세동맥에서 나온 피가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세정맥으로 직접 흘러가는 ‘글로뮈’가 회복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대의학에 니시요법을 접목시켜 통합적인 치료를 하고 있는 김진목 원장(파라다이스클리닉)의 설명이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글로뮈는 오래 전에 프랑스의 한 해부학자에 의해 밝혀진 미세한 우회혈관이다. 모세혈관마다 한 개씩 붙어 있는데, 세동맥과 세정맥을 연결하는 모세혈관이 추위, 공포 등으로 갑자기 수축해 제 기능을 못할 때 대신 혈액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때문에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입욕하는 냉온욕으로 글로뮈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혈액순환의 원동력이 심장의 펌프작용에 있다’고 보는 반면, 자연의학에서는 ‘모세혈관과 글로뮈, 심장의 협동작업에 의해 혈액순환이 이뤄진다’고 본다.
다만 냉온욕은 나이가 많거나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안전하게 하려면 냉온족욕만 하는 것이 좋다.
혈액순환은 물론 혈압을 낮추는 데 좋은 운동도 있다. 바닥에 등을 대고 편하게 누워서 팔과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위로 쭉 편다. 이 자세에서 손발을 열심히 떨어주는 모관운동이 그것이다. 위로 뻗은 채 떨다 보면 운동량이 많아져 정맥의 피가 쉽게 내려오므로 혈액순환이 매우 원활해진다. 자연건강법에서는 모관운동을 꾸준히 하면 손발이 차거나 무거운 증상이 없어지고 혈압이 높을 때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고다 박사는 혈액을 오염시키는 과식을 피하기 위해 아침을 거르는 하루 2식을 권한다. 점심과 저녁은 위의 70%만 채운다는 느낌으로 먹는다. 아침을 거르면 숙변이 잘 배설돼 숙변으로 인한 유해물질이 혈관의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모세혈관, 글로뮈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2식으로 소식을 할 때는 식사의 질이 중요하다. 식품이 가진 영양을 그대로 섭취하기 위해 최대한 가공되지 않은 식품을 먹어야 한다. 백미보다는 현미나 발아현미밥이 좋다. 혈관의 재료가 되는 콜라겐 합성에 필요한 비타민 C가 많은 신선한 채소의 양을 늘리되 뿌리채소와 잎채소를 고루 먹는다. 차 중에서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감잎차를 진하게 마시면 좋다. 수분은 줄어드는 한 끼 식사 때문에 부족해진 양까지 포함해 감잎차와 생수로 하루 1.5~2리터를 충분히 섭취한다. 생선도 뼈째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자주 먹고 육류와 유제품, 기름진 음식은 줄이는 것이 좋다.
과음은 글로뮈를 딱딱하게 만들고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좋아하면 글로뮈가 녹아버린다. 만약 과음을 하거나 단것을 많이 먹었을 때는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술을 마신 후에는 10시간 이내에 물을 많이 마신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김진목 파라다이스클리닉 원장